- 왜 치솟는 스타 몸값에 분노할까
- 1% 스타 탐욕과 99% 연기자의 좌절, 원인은?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한동안 수많은 시청자의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바로 지난 5월28일부터 7월17일까지 방송된 SBS 월화 미니시리즈 <추적자>의 주연 손현주, 김상중과 박근형 등 출연 연기자들에게 말이다. 극본과 연출 그리고 연기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추적자>는 우리 방송가에서 톱스타나 한류스타 그리고 아이돌 스타 없는 이례적(?)인 드라마였다.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의 온몸을 던지는 연기의 열정과 소름끼치는 빼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진정성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 완성도까지 높여 시청자의 진심어린 환호를 받았고 ‘추적자 신드롬’을 일으켰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드라마 <추적자>가 끝나갈 즈음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한 신예 스타의 몸값과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드라마 출연 스타 출연료를 보고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부 매체는 2007년 연기자로 데뷔한 박민영의 MBC 주말극 <닥터진> 회당 출연료가 2,000만원선이라고 보도했고 일부 매체는 올 초 JTBC가 개국특집으로 선보인 20부작 미니시리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의 정우성이 회당 9,000만~1억 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스타들의 몸값을 보면서 일부에선 연기력 하나로 시청자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은 <추적자>의 박근형, 손현주, 김상중의 출연료를 떠올렸다. 방송가 안팎에선 박근형 손현주 김상중의 출연료를 합해도 박민영의 출연료가 안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푸념마저 쏟아졌다. 스타들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에 대해 방송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대중마저 불편함과 비판, 분노를 표출하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 12월 4개의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장과 일부 케이블TV 채널의 본격적인 드라마 제작, 드라마 제작사의 급증, 일본 등 외국 자본의 드라마 투자의 활성화 등으로 스타들의 몸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고 있다.

지난 2008년 충격적인 자료 하나가 한국TV드라마협회 주최의 ‘TV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라는 세미나에서 발표 됐다. 일부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 자료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이 회당 2억5,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밖에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 회당 7,000만원, <못된 사랑>의 권상우 5000만원, <에어시티>의 최지우 4800만원 등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엄청났다. <아이리스> 이병헌 1억원 등 이후에도 스타들의 몸값은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이제 소지섭 김래원 등 톱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5,000만원선을 넘었고 아이돌 스타들도 가수로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연기 경력이 일천한데도 불구하고 드라마에 출연할 경우, 회당 1000만원을 넘게 받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스타 연기자 출연료가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보면 매우 충격적이다. 35년 전인 1977년 한국텔레비전 방송연기자 협회가 발표한 ‘출연료 현실화 자료’에 따르면 40~50분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최고 스타가 3만5,000원이었다. 최불암 등 당시 스타급들이 이 금액을 받았다.



스타 출연료의 문제가 본격화 한 것은 IMF사태가 터진 1997년 직후다. IMF로 방송사의 광고수입 격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급등하는 스타의 드라마 출연료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KBS, MBC, SBS 방송 3사 사장은 긴급회동을 가졌다. 스타의 몸값 인상에 공동대처하자며 드라마 회당 최고 출연료 상한선을 200만원으로 정하자고 합의했다. 이때 회당 200만원을 받은 연기자는 최진실을 비롯한 톱스타들이었다.

그리고 한류가 본격화한 2000년대 들어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고삐가 풀린 듯 브레이크 없는 상승질주를 했고 급기야 2007년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출연료가 회당 2억5000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가를 경악케했다.

근래 들어 급등하는 스타의 출연료로 인해 드라마 시장이 위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드라마제작사협회 등에서 자제 움직임을 벌이고 일부 스타들의 일회성 출연료 삭감이벤트가 간혹 진행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타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파른 상승곡선만을 그리고 있다.

스타들의 몸값이 치솟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스타는 극히 한정된 인적자원으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스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수록 몸값은 급상승한다. 특히 스타 시장의 경우, 공급자인 스타가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자 중심시장이라는 시장적 성격 때문에 출연료 상승의 주도권을 스타가 쥐고 있다. 여기에 한때 일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식 시장에서의 매출액 부풀리기 등 머니게임을 위해 스타들에게 거품이 가득 찬 몸값을 책정한 것도 스타들의 몸값 상승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출연료를 급상승시키는 스타에 대한 수요는 왜 폭증하는 것일까. 우선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매체의 증가로 인해 드라마 제작편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이들 제작사나 방송사는 홍보나 마케팅에 유리한 일정 팬을 보유한 스타를 선호하고 무엇보다 드라마 편성을 받는데 극본의 완성도나 연기자의 연기력 보다는 스타 연기자를 캐스팅하면 유리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스타를 출연시키기 위해 목을 매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 제작사들은 또한 스타가 캐스팅되면 제작비 투자와 판권판매 등 수익창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엄청난 출연료를 내걸고 스타 캐스팅에 나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획사와 스타들은 이같은 시장원리와 스타의 속성으로 스타의 몸값이 치솟는데 이에 대해 비난과 비판, 그리고 더 나아가 분노를 표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대중과 상당수 방송계 관계자들은 스타들의 치솟는 출연료에 문제제기를 하고 비판을 쏟아낼까.

세 가지 이유에서다. 그 첫 번째는 스타들이 회당 5,000만~1억 원이라는 엄청난 출연료에 버금가는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터무니없이 치솟기만 하는 스타의 몸값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대부분의 스타들이 몸값에 비해 드라마의 완성도, 연기력, 흥행성 등에 대한 기여도나 활약이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스타들의 출연료 산정기준이 부재하고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우리 스타들의 출연료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근거와 기준에 의해 산출되는 것이 아니라 인기도라는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 연기자의 출연료를 산정할 때 잠재시청률을 근거로 정한다. 최근 3년간의 출연드라마 시청률, TV출연횟수, 매체노출건수 등을 바탕으로 예상되는 잠재시청률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출연료를 산정하는데 여기에 연기경력, 대중성 및 흥행성, 드라마의 기여도와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연료를 최종 결정한다. 미국의 드라마 출연료 역시 스타의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 성과와 해외 시장의 판매성적을 정확하게 계산해 산정한다. 이 때문에 톱스타라고 할지라도 흥행에 연거푸 실패할 때에는 출연료가 추락하게 된다.



반면 우리 스타의 경우, 드라마의 흥행에 계속 실패를 해도 몸값이 떨어지는 법이 거의 없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다. 또한 <추적자>의 박근형, 손현주, 김상중처럼 오랜 연기 경력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완성도와 흥행성을 이끌고 극중 비중도 높은 중견 연기자를 비롯한 상당수 연기자들은 활동 성과와 경력에 비해 현저히 낮은 출연료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마지막 세 번째로 치솟는 스타 몸값의 폐해 때문에 시청자와 대중은 비난과 비판 더 나아가 분노를 분출한다. 한정된 드라마 제작비에서 스타의 과도한 몸값을 지급하다보니 다른 연기자와 스태프의 인건비의 정체 혹은 삭감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세트나 의상비의 압박과 출연 연기자의 제한요인으로 작용해 드라마의 완성도가 추락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보고서 ‘한일드라마 제작환경비교’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드라마 제작비 비교 결과 제작비중 연기자의 출연료 비중이 한국은 무려 60%선인데 비해 일본은 20~30%수준이다. 또한 스타급 연기자 출연료 비중은 한국의 경우 10분의 1이상 수준, 일본의 경우 10분의 1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방송 도중 촬영거부로 문제가 됐던 한예슬의 <스파이 명월> 회당 출연료가 3,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 드라마 1회 제작비가 2억 5000만 원선이었으니 한예슬 한사람의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10%가 넘는 셈이다. 이같은 스타의 과도한 몸값은 바로 다른 연기자나 스태프의 강제된 희생과 고통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의 몸값이 치솟을수록 그만큼 다른 연기자나 스태프의 희생과 고통은 커지고 드라마의 완성도는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방송계 안팎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스타들의 몸값에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며 더 나아가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KBS, 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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