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들이 극찬하는 이경규의 연출자적 마인드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14년 전인 1998년 MBC 김영희 PD에게 물었다. 가장 잘 웃기며 뛰어난 예능인이 누구냐고? 이경규라고 말했다. 1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물었다. 최고의 예능인이 누구냐고? 역시 이경규라고 답했다.

예능 트렌드는 급변하고 대중의 취향과 기호는 변하며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상황에서 스타 연출자 김영희PD는 14년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이경규를 최고의 예능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4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런던>편은 왜 김영희 PD가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가 이경규라는 예능인을 최고 MC로 꼽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기에 충분했다.

“이경규는 웃기지 못할 것이라는 상황을 천연덕스럽게 웃기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해 스스로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적극성이 있다. 연출자보다 더 넓은 시야로 알고 있는 많은 것을 웃음의 소재와 방식으로 활용한다.” 김영희 PD의 이경규에 대한 평가다.

다른 PD들 또한 이경규에 대한 시선은 이와 비슷하다. “이경규 씨는 예능 국장의 감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고 이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트렌드를 기막히게 선도한다.” 이경규와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바 있는 SBS <강심장>의 박상혁 PD의 설명이다.

이경규의 경쟁력과 무기는 진행자로서의 상황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상황까지 모든 것을 파악하는 진행자 겸 연출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이끌며 많은 웃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늘 트렌드를 선도하는 예능감이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170일에 이르는 장기간의 MBC 파업과 강호동의 부재와 김구라의 퇴진,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추락, 토크쇼의 관심하락 등으로 상승세를 거듭하던 예능과 예능스타들이 일시에 부진의 늪에 빠졌다.

강호동이 빠진 예능판도에서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이끌던 이경규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득세와 이에 대한 부적응으로 3년여의 슬럼프를 겪었던 이경규를 확실하게 부활시킨 KBS ‘남자의 자격’이 올 들어 진부한 미션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미션 수행과정에서의 진정성 상실, 김태원 등 일부 기존 멤버들의 매너리즘적 양태, 전현무 아나운서 등 후발 멤버들의 활약부진 등으로 인기가 추락하면서 이경규 역시 대중의 관심도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를 여전히 최고의 MC이자 예능인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SBS <힐링캠프>다. 4일 방송된 <힐링캠프-런던> 한편 만을 봐도 이경규, 그가 왜 최고 MC인지를 금세 알 수 있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런던에서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부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인터뷰나 현장 분위기를 전하고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선수 등 메달리스트 그리고 비인기종목의 설움에도 묵묵히 운동으로 감동을 선사한 무명복서 한순철 선수 등을 만나 미니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힐링캠프-런던>편은 이경규만이 연출해낼 수 있는 진가와 감동, 재미를 표출시켰다.

이경규는 우선 연륜과 오랜 경험을 활용해 짜임새 있고 의도한 웃음을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이경규는 김재범 송대남 조준호 등 유도 메달리스트들이 출연한 부분에선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만난 김재범 선수와의 일화(김재범 선수가 강호동처럼 키워 달라고 한 부탁) 활용, 목이 쉰 최대 위기상황인데도 축구경기장에서의 다양한 웃음 포인트를 잡는 것 등 20여년 넘게 올림픽, 월드컵대회 참여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 노하우, 연륜, 인연 등을 총동원해 즐거운 웃음을 선사했다.

이러한 연륜과 경험, 그리고 30여년 넘게 예능프로그램을 하면서 쌓은 인연과 정보를 활용한 <힐링 캠프>에서의 이경규의 웃음 전략은 그 어떤 예능인도 할 수 없는 이경규만의 엄청난 경쟁력이다. 이러한 이경규의 힘이 안철수, 이효리, 문재인, 최민식 편 등 <힐링 캠프> 전반에 잘 녹아들었다.

그리고 해외에서 제작되며 돌발 상황이 많은 올림픽 현장에서 진행된 <힐링 캠프-런던>은 프로그램의 전체와 부분을 생각하며 웃음의 강약 분위기를 파악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연출자적 마인드와 태도가 필요했다.

이경규는 축구경기장 안팎에서 응원하는 모습에서부터 경기 결과와 과정을 리포팅 하는 기자 모습의 연출, 그리고 기성용 선수 아버지와 차범근 해설위원과의 인터뷰 등을 진행하면서 축구경기에 관련된 응원, 인터뷰, 리포팅, 그리고 김제동 한혜진 등 다른 MC와의 토크 등 각 부분에서 웃음의 강약을 조절하며 한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이러한 전체와 부분을 보며 다양한 시각에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연출자적 마인드는 <힐링 캠프> 그 동안의 방송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제동 한혜진 등 두명의 MC 역할과 캐릭터 설정 도움에서부터 출연자에 따라 다양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한명의 MC가 아닌 연출자적 MC로서 활약을 해 <힐링 캠프>의 인기와 화제를 견인했다.

그리고 토크쇼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는 MC가 바로 이경규다. 즉 시청자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과 시청자가 알아야하는 내용을 기막히게 전달해 웃음과 감동, 재미와 의미를 주는 것이다. 김재범 선수와의 재미있는 일화로 웃음을 주면서도 온몸이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부상으로 점철됐지만 유도에 나서는 이유를 전달해 감동을 준 것은 단적인 예이다.

요즘 토크쇼는 시청자가 알고 싶지 않은 내용 그리고 알릴 필요가 없는 것들로 넘쳐나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요즘 관심과 화제의 중앙 에 선 <힐링 캠프>는 MC 이경규의 존재와 역할로 인해 시청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과 알려줘야 할 내용을 균형감 있게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려 전달해주고 있다.

올해로 31년 예능인, 그것도 예능스타로 살아온 이경규지만 그가 앞으로도 여전히 예능판도의 중앙에 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로 이 같은 능력을 갖고 있고 젊은 예능 스타 못지 않은 노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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