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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데…
기사입력 :[ 2012-08-15 13:37 ]


- 뇌와 발, 혈관과 신경으로 단단히 연결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헌혈할 때 주먹을 쥐었다 펴라는 말을 듣는다. 왜 그런가? 채혈 바늘은 정맥에 꽂는다. 주먹을 쥐면 팔뚝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을 압박해 피가 팔뚝 위쪽으로 가도록 한다. 정맥이 눌리면 왜 피가 팔뚝 위로 흐르나? 정맥에는 판막이 있어 피를 심장쪽으로 흐르도록 한다. 근육이 정맥을 압박하면 이 흐름이 더 좋아진다. 주먹을 펴면 팔뚝 정맥에 다시 피가 채워지고, 주먹을 쥐면 앞의 과정이 반복된다.

맨발로 달리면 비슷한 과정이 종아리에서 반복된다. 맨발 달리기는, 해 보면 알지만, 내리막을 제외하면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게 된다. 발앞 착지 때 종아리 근육이 강하게 수축한다. 수축한 종아리 근육이 정맥을 압박해 피를 위로 짜 올린다. 발로 땅을 밀고 난 뒤 앞으로 당겨 다시 땅을 디딜 때까지는 종아리 근육이 긴장에서 풀려난다. 이 때 피가 혈압이 떨어진 종아리 정맥을 채우며 올라온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몸에서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다. 게다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동안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발에 공급된 피가 종아리로, 허벅다리로 올라오려면 중력을 떨쳐야 한다. 맨발 앞착지는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부분의 반대편(정맥) 혈액 순환을 촉진함으로써 심장 박동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채 오래 서서 지내는 사람은 하지정맥류에 걸릴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의 판막이 손상돼 피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고이거나 역류해서 생긴다. 다리 피부에 정맥이 거미줄 모양으로 나타나고 심해지면 늘어난 정맥이 피부 밖으로 흉하게 돋아난다.

하지정맥류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압박스타킹 착용이다. 정맥 판막이 손상됐어도 종아리를 압박하면 혈류가 이전보다 심장 쪽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압박스타킹을 신고 맨발 달리기나 맨발 줄넘기를 하면 효과가 더 뛰어날 듯하다.

맨발 앞착지의 혈액 순환 펌프 역할은 발 지압이나 족욕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발 지압이 피부적인 자극이고 족욕은 온도적인 자극이라면, 맨발 앞착지는 매번 몸무게의 몇 배의 강도를 가함으로써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조해도 독자 중 대부분은 심드렁하시리라. ‘하지정맥류를 예방하겠다고 맨발로 달리지는 않겠다’라며.

발로 내려간 피를 심장 쪽으로 짜올리는 일이 하지정맥류를 막는 정도의 효과에 그친다면 나는 이 글을 시작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한 대목을 다시 강조하면, 심장이 내뿜은 혈액이 가장 돌아오기 힘겨워하는 난코스가 발부터 종아리 사이의 정맥이다. 그래서 하지정맥류는 있어도 상지정맥류는 없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를 앓지 않는 사람도 발에서 올라오는 피돌기는 맨발로 달리는 사람만큼 원활할 수 없다. 발에서 피를 위로 뿜어올리는 일이 왜 중요한가? 정맥의 피는 심장으로 돌아온 다음 폐로 보내진다. 발에서 피가 잘 올라온다는 건 피가 잘 돈다는 얘기고, 혈액순환이 좋다는 건 폐에서 산소를 머금은 피가 신체 구석구석에 공급된다는 얘기다.

우리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 뇌다. 뇌는 우리 몸무게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우리 몸이 쓰는 산소의 20%를 활용한다. 뇌 건강에 다른 무엇보다 유산소운동이 권장되는 이유다. 발이 제2의 심장 역할을 하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된다.

일본인 의사 이시쓰카 다다오는 <10년이 젊어지는 발 건강법>에서 “발은 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뇌와 발은) 혈관과 신경으로 단단히 이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뇌에 산소를 보내려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발을 움직여서 심장의 작용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맨발로 달리면 잠이 잘 온다. 나는 맨발 달리기가 뇌에 이전보다 충분히 산소를 공급하고, 뇌가 활성화되면서 휴식도 잘 취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맨발 달리기와 수면의 상관 관계와 메커니즘을 연구한 자료는 아직 없다. 뇌의학자나 운동생리학자가 연구할 주제로 보인다.

오늘 아침 맨발 주법으로 달리고 집에 온 뒤 나는 굴러떨어지듯 잠에 빠졌다. 맨발로 달리고 나면 늘 잠이 쏟아진다. 짧은 시간 푹 자고나면 몸과 마음이 거뜬해진다. 물론 밤에도 잠이 잘 온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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