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을 기다리며> 조휘 “관객·기자 모두를 만족시킬 것”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극중 역할에 대해선 배우가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항상 모르는 게 없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배우 조휘는 “캐릭터가 납득이 가야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연기론에 대해 압축했다.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브릿지에 가장 신경쓴다는 조 씨는 “흔히 로맨틱 뮤지컬에서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라고 멘트를 던진 후 ‘띠리리’한 음이 깔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전개방식이에요” 라며 뮤지컬의 추억을 들려줬다.

◆ ‘영웅’ 전문 배우

난중일기에 없는 3일 간의 미스터리한 행적을 코믹하게 재구성한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가 다시 돌아왔다. 연극 ‘난중일기에는 없다(작 이주용)’를 원작으로 이현규 연출가가 뮤지컬로 각색해 2009년에 초연된 작품이다. 전투 현장에서 정신을 잃은 이순신 장군과 이를 납치한 일본 무사 사스케, 조선시대 여인 막딸까지 이렇게 세 인물이 산 속에서 동행하며 마음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조휘는 배우 손광업과 함께 ‘이순신’역에 더블 캐스팅 됐다.

이야기는 ‘왜 자신을 인터뷰 하려 했느냐’부터 출발했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긴 하지만, 먼저 인터뷰어의 속 마음부터 내비쳤다. ‘그동안 조휘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많이 봤고, 만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배우로서 일반관객, 마니아, 기자, 평론가 등 보시는 분들 모두가 만족했으면 마음이 있어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분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죠. 어느 한쪽만 만족시킨다면 반쪽짜리 공연과 다름 없잖아요.”

조휘는 ‘영웅’ 전문 배우이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영웅> 모두에 출연한 이력을 지녔다. 조씨는 ‘이순신’을 연기하며 ‘평범한 인간’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했다.

“이순신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출발했어요. 대중들의 머리 속에 박힌 명장 이순신의 이미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요. 고구마 하나 때문에 다투기도 하니 흔히 ‘영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라 신선함과 재미가 같이 오는 것 같아요. 물론 재미는 ‘인간적인 영웅’ 거기까지 가기 위한 과정인거죠.”

더블 캐스팅 회차를 다 관람하고 나니, 조휘표 이순신과 손광업표 이순신의 대사가 조금씩 달랐다. 조 씨는 “대본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좋은 거, 재미있는 거를 끊임없이 찾아낸다”고 전했다.

“수정된 대사로 러닝타임 자체가 늘어나거나 공연이 산으로 가면 안 되겠죠. 그게 아니라면 좀 더 의미 전달이 잘 될 수 있게 대사를 고치기도 합니다. 이순신이 겉으론 깨방정을 떨지만 따뜻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거든요. 개인적으론 더 큰 어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극 후반 사스케에게 칼을 주면서 ‘니 몸 지켜. 어른 말 들어!’라고 한다거나. 막딸과 사스케가 함께 떠나갈 때 ‘어여 가. 내 걱정 하들 마, 잘 부탁하내’ 등을 덧붙이는 게 다를 겁니다. ”

조휘는 코미디 전문 배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웃음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 보인다. 실제로 뮤지컬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프레스 콜에서 대체로 잘 반응하지 않은 기자들까지 웃기는 배우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유머 감각은 예리하게 빛난다.

“공연을 보기 전엔 근엄한 이순신 장군을 생각했겠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런 이미지를 깨요. 대사를 치는 저는 심각한데 상황이 주는 재미 때문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지는 거죠. 얼마 전엔 <콩칠팔 새삼륙>팀들이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술 좋아하는 최용민 선배를 빗대 즉흥적으로 한 대사가 있었어요. 상대 배우가 의상을 갈아입는 타이밍이라 제가 앞에서 잠시 시간을 때워야 하는 씬이었거든요. 선배님도 재미있어 하시고, 실제 대사 속 주인공이 객석에 앉아있는 걸 알아차리고 즐거워하시는 관객들도 많았어요. ”



◆ 배우로서 전환점 ‘돈주앙’과 ‘영웅’

2002년에 <블루사이공>으로 데뷔한 조휘는 당시 22세였다. 사실 2009년 <돈주앙>을 거치기까진 무명배우에 가까웠다. <돈주앙>으로 신인상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주역보다는 조역에 가까웠다. <마이 스케어리 걸> <김종욱 찾기> <클레오파트라>등을 거쳤다. 이후 조휘는 2011년 <영웅>의 주역을 꿰차며 보다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배우가 됐다.

조휘는 군 복무를 마친 28세 이후가 배우로서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체육교육학을 전공했지만 극회 동아리에서 연극을 하게 됐어요. 젊은 나이게 연극배우가 돼서 빨리 프로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죠.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오디션을 봤어요. 당연히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시기에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군 제대 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생긴 듯 해요. ”

2009년 뮤지컬 <돈주앙>으로 복귀한 조 씨는 무대 위 배우로서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2011년 뮤지컬 <영웅>을 거친 뒤 배우로서의 ‘조바심’을 떨치게 된다.

“22세에 느낄 수 없는 무대 위에서의 감사함, 동료들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사함이 계속 유지됐으면 해요. 또 한 번 주인공하면 계속 주인공 해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실 <영웅>의 주역을 거치기 전까진 내 능력을 더 보여주고 싶다 이런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곧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몇몇 큰 작품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하고 몇 달을 쉬었어요. 그리고 창작소극장 작품 무대에 섰죠. ”

대학로 PMC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중인 <영웅을 기다리며>는 소극장 뮤지컬에 게다가 창작작품이다. 소극장 뮤지컬은 대극장 뮤지컬보다 관객들의 관심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다. 진짜 솔직히 선택의 후회는 없었을까?

“2002년도에도 배우였고 2009년, 2011년 대극장 무대에 섰을 때도 배우였어요. 지금도 배우이구요. 소극장 무대에 선다고 해서 조휘가 조휘가 아닌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전 인기 배우가 아닙니다. 제 팬들은 ‘우와!’하면서 엄청나게 환호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마음 속으로 응원해주세요. 초창기 때 그대로 조용히 공연보고 그냥 가시는 부류에 가깝죠. 또, 대극장에 비해 저렴한 티켓 값을 자랑하는 소극장 창작뮤지컬을 더 좋아하시는 팬들도 많습니다. ”



◆ 두 시간 동안 몸을 빌려주는 배우

조휘는 올해로 32세, 데뷔 10년차를 맞이했다. 항상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배우 조휘는 나중엔 ‘정신분열 혹은 미치광이 역’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뭘 해도 다양한 색깔이 보였으면 해요. 아, ‘조휘가 저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라고 반응할 수 있는 그런 게 좋아요. 그렇게 되면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되요. ”

뮤지컬 배우 조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연기위에 노래를 얹힐 수 있을까?’였다.

“뮤지컬을 하고 있지만 노래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노래 같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늘 뮤지컬은 연기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부분 드라마 중심으로 풀어가려고 하죠. 그 다음에 노래를 하는 식이에요. 배우는 무엇보다도 관객들을 공감 시키고 납득이 가게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

조휘는 항상 더 좋은 것을 찾아다니는 배우였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힘과 열정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신해요. 더 좋은 게 없을까 하나라도 더 찾아다니거든요. 그렇다고 튀어보겠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전 꽃미남도 아니고 성악가 출신 배우도 아니에요. 그래서 더 철저히 준비하려고 노력한 것도 없지 않아 있을 거에요. ”

스스로 정의하길 배우는 ‘2시간 동안 자신의 신체를 빌려주는 사람’이었다.

“배우는 2시간 동안 제 몸을 빌려주는 사람이에요. 나를 버리고 무대에 서는 거죠. 그 안에 내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작품’으로 기억될 수 없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조휘는 ‘<영웅을 기다리며>는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만드는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한일관계가 냉각된 시기입니다. 사람 냄새나는 영웅 이순신이 이를 본다면 ‘니들 왜 싸우냐? 오순도순 지내면 되지 싸울 일이 뭐 있어? 라고 하시겠죠. 코미디 장르를 빌어 유쾌하게 때론 가슴 뭉클하게 관객과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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