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오빠 스스로도 빛나시지만 빛이 별로 없었던 저까지 빛나게 해주셨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 KBS2 <승승장구>에서 조윤희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승승장구>에서 이희준의 몰래온 손님 조윤희에게도 언제나처럼 <승승장구> 공식 질문이 던져졌다. “조윤희에게 이희준이란?’“ 연기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고 꽤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던 MBC 일일극 <황금 물고기>에서는 주인공을 맡은 적도 있지만 그에 비해 작다하면 작다고 할 KBS2 주말극 <넝쿨 째 굴러온 당신>의 방이숙 역으로 비로소 전환점을 찾은 조윤희. 그녀는 그 공을 파트너 이희준에게 돌렸다. 저를 빛나게 해주셨다. 파트너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니겠나.

그녀의 표현은 정확하다. 오랜 시간 청순의 대명사였던 그녀가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선머슴 같은 차림새로 등장했을 때 솔직히 괜스레 이미지만 망쳐 놓는 건 아닌지 걱정이 좀 됐었다. 늘 있는 듯 없는 듯 소극적이고 말수 적은 부잣집 딸내미 노릇만 해오던 그녀가 아닌가. 극중에서 갑자기 집안이 몰락해버려도 전혀 고생스러워 보이지 않던 그녀. 그런 그녀가 천덕꾸러기로 자라나 자신감 제로인, 게다가 인물 없고 촌스럽다고 타박을 받는 처자 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이게 웬일. 천재용 역의 이희준과 티격태격을 시작하자 지금껏 그녀에게 볼 수 없었던 풍부한 표정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희준도 마찬가지다. 이희준은 조윤희를 ‘천사 같은, 내 행운인 파트너‘라고 정의했다. 동료들도 감탄해마지 않을 정도라는 생활 연기의 달인으로 KBS2 <난폭한 로맨스>를 비롯한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눈도장을 찍긴 했어도 대중의 눈에는 여전히 익숙지 않았던 이희준. 그가 이번에 연기한 천재용이 색다른 매력을 뿜어낼 수 있었던 건 조윤희와의 묘한 어울림 때문이었으리라. 천재용과 방이숙 보는 재미에 이 드라마를 본다는 사람들까지 생겨났으니 이 둘의 만남은 행운이랄 밖에.




그런데 <승승장구>를 보며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잘 되는 집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성공 뒤에는 배우들의 탄탄한 결속력이 존재했다. 특히나 주인공 유준상과 김남주가 극중 맏이인 귀남이와 윤희가 했던 것처럼 원로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확실히 해준 모양이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어땠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연기 면에서는 물론이고 배우로서, 후배로서의 자세, 더 나아가 삶의 지혜 하나하나를 젊은 배우들에게 일깨워주는 등 음으로 양으로 애를 썼기에 그만한 성공이 뒤따랐던 것.

게다가 이번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많은 제작진들이 다시 일해보고 싶은 배우로 이희준을 꼽는다고 하지 않나. 주인공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중간 역할을 잘 해줬고 제작진들의 신뢰를 받는 이희준 같은 연기자들이 뒤를 받쳐줬으니 국민드라마 등극은 당연한 결과였지 싶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이희준과 조윤희 두 사람이 만난 특별한 행운이자 인연들,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