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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라면 카리스마와 겸손을 함께 지녀야죠”
기사입력 :[ 2012-10-05 10:30 ]


- <피가로의 결혼> 김재섭 “무대에 서면 그 사람이 나온다” [인터뷰]
- “노래도 잘 듣는 사람이 잘 부를 수 있어요. ‘귀가 열려야 입이 열리듯’ 말이죠.”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2012년 고양문화재단이 제작하는 <피가로의 결혼>은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오늘날 우리들이 사는 모습을 투영시킨 동시대적인 해석에 집중한다. 원작이 본래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사랑과 이해, 용서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 위해 이 시대의 사랑과 욕망까지 짚어보는 것이다.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백작역 김재섭은 피가로 최웅조, 수잔나 정혜욱, 백작부인 강경이와 함께 짝을 이뤄 12일 과 14일 무대에 오른다. 피가로 김진추, 수잔나 임선혜, 백작 오승용, 백작부인 이화영 팀은 11일 과 13일 무대를 책임진다.

■ 수줍은(?) 대화

-<테너 박성원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에서 소리 듣고 강렬한 뭔가가 느껴졌다.
“그 연주회를 보셨군요.”

-출연한 다른 오페라도 봤지만 유독 그 <라보엠>속 마르첼로가 너무 신기한 소리였다.
“성악을 뒤늦게 시작했는데, 저도 처음에 성악가들은 딴 세상에 사는 사람인 줄 알어요. 야채만 먹고 살아서 그러나?, 란 생각을 했을 정도였어요. 그러다 레슨을 받으면서 발성의 테크닉적인 게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져) 내성적인 성격인가?
“부끄럼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다.”

-그럼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게 힘들지 않나
“성악은 1대 1 레슨이다. 연습도 생각도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페라 무대는 나중에 서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건 같이 해야 하는거구나’라고 알게 됐다. 낯을 가려 항상 (오페라 팀) 첫 대면이 힘들다. 반면 1대 1로 대면하는 건 괜찮다.”

■ 싸이코틱한 백작의 매력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천재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 극작가 ‘다 폰테’의 탁월한 풍자와 유머가 합쳐져 오페라 부파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용상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속편으로, 바르톨로에 의해 강제로 결혼하게 될 처지에 놓인 로지나(<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가 젊은 백작과 서로 사랑하게 되고,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결혼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가로와 수잔나의 주인 알마비바 백작이 수잔나에게 초야권을 행사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유쾌한 음악과 희극적 터치로 보여주는 작품.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제가 맡은 백작이란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컨셉은 ‘싸이코틱’으로 잡았어요. 백작이란 위치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참아야 하는 인물이죠. 욕망이나 욕정을 몰래 해결하려고 하죠. 그것도 하인과 말이에요. 괜히 찔리니까 마누라에게 큰소리를 내는 인물이기도 해요. ”

-그동안 <피가로의 결혼>이 재미없게 느껴진 적이 많았다.
“극중 백작이 어설프거나 극 전체를 못 받쳐주면 그럴 수 있다.”

-사람들은 ‘피가로’를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선 누구보다 백작역이 정말 중요해요. 극 전체를 이끌어가거든요. 극 전체를 빛나게 하는 백작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구조다. 물론 성인 성악가들은 때가 많이 타 학생들이 하는 <피가로의 결혼>보다 재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웃음)”

-성악가들의 레치타티보가 어색한 점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지 않나
“김덕기 지휘자님도 이번 오페라에서 레치타티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처음 2주 동안 모든 캐스팅이 레치타티보 연습에 매달렸을 정도죠. 대사로 관객과 소통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흔히 뉘앙스를 살린다고 하죠. 물론 성악가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에요. 딕션적인 것도 중요하구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정말로 그 느낌이 살아서 관객이 그렇게 느꼈느냐의 여부겠죠. ”



■ “다르게 하라”

바리톤 김재섭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의 프라이부룩 국립음대와 칼스루에 국립 오페라학교를 거쳤다. 이후 네덜란드 마스트리 극장 객원가수와 국립음대에서 암스텔담 슈베르트 전액장학생으로 전문연주자 과정과 오페라과정을 마쳤다. 현재 숭실대 겸임교수로 재직 하며 벨기에 이데픽스 오페라단과 프랑스 아쿠나 에이전시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그 중 독일 칼스루에 국립 오페라학교 경험은 그에게 오페라 가수로서의 전환점을 가져다 준다.

-‘백작’역은 이미 많이 해 봤던 역할이라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같은 오페라일지라도 연출자 콘셉트에 따라 가수들이 다른 색깔을 입히죠. 프로덕션에 따라 연기의 디테일은 달라지는 거구요. 그러려면 계속 분석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죠.”

-장영아 연출가는 뭐라고 했나
“처음에 연습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 특이하대요. (연출이)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해서 좋다. 보통하는 것과는 다르다. 아무튼 좋다. 대략 이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

-연기를 잘하나 보다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오히려 남들과는 다르게 하죠. 무대에 서면 그 사람이 나온다는 말 그대로에요.”

-‘무대에 서면 그 사람이 나온다’를 좀 더 설명한다면
“무대에 서면 다 보인다는 의미에요. 오페라학교 재학시절 선생님이 저를 그냥 하루종일 무대에 세워 논 적이 있어요. 아무 것도 안하고 서 있는 것 자체가 그렇게 힘들진 몰랐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루종일 가만히 서 있다 보니 무대에 서 있다는 게 뭔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정말 신기했죠. 그 뒤로 연기가 확 바뀌었어요. ”

-<피가로의 결혼>에서도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건가
“극중에서 백작이 수잔나를 꼬시는 섹슈얼한 장면이 있어요. 정은숙 단장님이 연습을 보시더니 ‘수잔나를 만지는 게 연기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 한마디 하셨어요. ‘김 선생에게 저런 면이 있는지 몰랐네’ 라면서요. 저한테 그런 면이 있으니까 하는 거죠. 그렇게 한다고 연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면 안 되는데(웃음)

-백작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바리톤 오승용 씨는 뭐라고 코멘트 했나
“오승용 선생님과는 처음으로 같이 작업하는데요. 너무 웃기다고 하셨어요. 마음에 든다면서 좋아하셨어요. 오 선생님이 표현하는 백작과 제가 표현하는 백작이 같지는 않을거에요. 그 사람 성격이 나오는거라 누가 따라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



■ “연기가 안 되면 노래가 안 된다.”

흔히 오페라가 재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오페라 가수들의 자연스럽지 못한 연기를 지적한다. 하지만 좋은 오페라는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집중이 된다. 소리와 연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앙상블이 빛이 발하는 공연이 바로 그러하다. 김재섭은 오페라 <라보엠>의 마르첼로 역으로 그런 기분을 만끽했다고 한다. 2004년 프랑스 바스티유 성 안에 위치한 야외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페스티발에 참여하면서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마르첼로 역을 계기로 연기가 편해졌어요. 야외 공연을 매일 보는 카페 주인이 절 보고 한마디 하셨죠.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고’ <라보엠>팀에서 동양인은 저 혼자였는데, 처음엔 동양인인 줄 몰라봤다고 하셨어요. 처음으로 무대에서 내려오기 싫은 기분이 뭔지 알았어요. 무대 위에서 제가 하고 있는 게 보이자 노래하면서 전율이 흐르더군요. 무대를 즐기게 된 거죠.”

-생각이 바뀌면서 액팅이 달라진건가
“지금까지 연기는 액팅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마인드적인 문제였어요. 마인드가 바뀌면 몸으로 그게 표현되잖아요.”

-캐릭터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인가
“혼자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연기가 안 되면 노래가 안 되거든요. 부자연스런 연기를 하는데 어떻게 노래가 제대로 나올 수 있겠어요?”

-소심한 성격이라고 했는데 무대 위에서는 아닌가보다.
“마음이 갇혀버리면 노래도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오페라 가수로서 무대위에 서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연기해야 하는 거죠. 기억나는 일화는 독일에서 오페라 <코지판투테>를 할 때에요. 그때까지 전 상대에 대한 터치가 조심스러웠는데, 상대 가수가 정말 저를 사랑하고 있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와락’ 안긴거에요. 알고 보니 동양인을 싫어하는 여자가수였어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 만큼은 프로로 행동한거죠. ”

-연기의 깊이를 위해 뭘 가장 많이 하는가
“가만히 앉아서 사람 보는 걸 좋아해요. 전 사람의 내면보다 겉모습 보는 거 좋아해요.(웃음) 겉모습에서 내면이 읽혀지니 그게 다 도움이 되는 거죠. 그런 말도 있잖아요. ‘잘 하려면 잘 봐라’고. 노래도 잘 듣는 사람이 잘 부를 수 있어요. ‘귀가 열려야 입이 열리듯’ 말이죠. 또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도 좋아해요. 슬픈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남을 웃기지 못하지만, 남을 웃길 줄 아는 사람은 슬픈 감동연기도 잘 하는 것 같드라구요. 코미디 프로가 연기에 많은 도움을 줘요."

-영화나 뮤지컬도 많이 볼 것 같다.
“영화는 예전부터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본 <레미제라블>이 처음이었어요. 그 다음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봤구요. 정말 1초도 한눈 팔지 않고 감상했어요. 충격이었죠. ‘공연은 저렇게 언제 지나간지도 모르게 집중도 있게 해야 하는데’ 란 말을 했죠.”

■ 음악 하는 인간 김재섭

예술을 머리로 알려 하기보다 마음으로 듣고 보고 느끼고 즐길 때 가장 행복하다란 말이 있다. 인터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무대 위에서만 그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그 사람이 나온다는 걸 알게 해준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는 성악가란 타이틀 보다는 인간 김재섭 인터뷰란 말이 더 어울릴 하다.

-스스로 어떤 성악가인가
“전 그냥 음악하는 사람입니다.”

-장르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행사 가수일 때도 있고 오페라 가수일 때도 있어요.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오페라하우스 뿐 아니라 동네 시장에서도 노래 할 수 있는 거죠. 가요를 불러달라는 요구가 오면 전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마다하지 않아요. ‘전 오페라 가수이니 가요는 안 불러요’ 이런 건 없어요. 몇 년 전 뮤지컬 배우 제안도 있었는데, 제 무지로 놓친 경우도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배우도 잘 할 자신 있어요. 저 김재섭은 노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면 된다고 보거든요. ”

김재섭은 국내무대에서 유명 오페라 <라보엠>,<토스카>,<삼손과 데릴라>외에도 창작 오페라 <박상진>, <이중섭>등에 출연했다. 특히 오페라 <이중섭>에선 주인공임에도 총 4회 공연을 더블 캐스팅 없이 혼자 소화해내는 기량을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소극장 오페라 <극장 이야기- 울 엄마 만세>에선 여장을 한 채 어머니 역으로 무대에 서 다양한 연기변신을 꾀했다. 최근엔 베이스 함석헌, 이준석과 함께 3베이스로도 활동 중이다.

그럼 음악하는 인간 김재섭의 바램은 뭘까. “곧 관객과 만날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무엇보다도 재미있음 좋겠어요. 집중하지 않아도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공연 있잖아요. 인간의 욕망과 사랑은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느끼시고, 극장에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감상했다면 그걸로 전 만족해요. 또 무대 위에서 내려오면 겸손하지만 무대 위에 있을 땐 그런 카리스마가 따로 없다는 말을 듣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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