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오락관’, 이럴거면 왜 ‘가족오락관’을 폐지했나

[서병기의 트렌드] 3개월여 방송된 KBS ‘상상오락관’은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 소모임의 특별한 생각을 알아본다는 점에서는 시청자 참여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다. 주제도 생활밀착형이라 특정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아 온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가족오락관’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다.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10대 아이돌 가수에서 50대 유지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여 잘 어울린다. 보고 있으면 가족이 모여 훈훈한 분위기속에서 게임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약간의 재미는 있는데 확 당기는 맛은 없다. 늘상 해오던 청백전 같다.

‘상상오락관’의 묘미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출연자들이 정답을 유추해내면서 나타나는 기발한 생각과 재치 있는 답변에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들을 해놨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60초의 상의시간을 주는데, 여기서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기 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하게 즐기는 정도로 보인다. 정답 유추 과정에서 나오는 토크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자극성이 없어 좋기는 하다. 요즘 예능들이 자신과 상대를 비하해 웃기려고 한다는 점에서 ‘상상오락관’은 무공해 예능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문제를 못맞히면 주는 그림힌트는 황당하고 엉뚱할 때가 많다. 넌센스 퀴즈라 할 수 있는 그림힌트는 얼마나 가발한 생각을 잘 담아내느냐를 테스트 하는 장치다. 하지만 그림속에 숨어있는 풀이 자체가 너무 뜸금 없어 기발하고 톡톡 튀는 유추과정이 묻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림힌트를 보고 문제를 맞혔을 경우 기발함을 인정하기 보다는 “에이, 이게 뭐야”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상상오락관’은 방청객과의 호흡도 ‘가족오락관’ 시절보다 약해졌다. ‘가족오락관’의 방청객들은 율동과 노래를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지만 ‘상상오락관’의 방청객은 참여도가 떨어진다.

‘상상오락관’은 세대별로 리서치 조사를 해서 나온 결과를 두 팀으로 나눠진 연예인 출연자들이 맞춰서 점수를 얻는 일종의 퀴즈쇼다. 이러한 형식은 패널과의 퀴즈 대결구도에서 긴장감이 나와야 하지만 오히려 긴장성은 별로 없다. 계속 점수판을 보여주며 승부의 스릴을 느끼도록 하지도 않는다.

이런 스타일은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형식이다. 하지만 과거의 스타일 같다. 항상 하던 퀴즈쇼가 안 질리기 위해서는 지금에 맞게 변용해야 하는데 ‘상상오락관은 그 점이 부족하다.

방송콘텐츠의 스테디셀러감인 퀴즈쇼가 ‘퀴즈아카데미’나 ‘1대 100’이나 ‘퀴즈쇼 4총사’로 조금씩 변화를 줘 시대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듯이 과거의 것을 보여주더라도 현 시대에 맞게 변용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상상오락관’은 좀 아쉽다.

‘상상오락관’은 토크와 노래, 춤, 마술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보여주지만 별 스토리 없이 나열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토요일 저녁에는 이런 종합선물상자형 예능보다는 단품(單品)으로 차별화하는 게 낫다.



스튜디오내에서만 진행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볼거리도 부족한 편이다. 외부에서 촬영한 것이라곤 사람들과의 인터뷰 정도다. 외부에서 야외토크쇼를 만들든가, 그런 식으로 촬영해온 것들을 가지고 토크하는 것도 좋다. 안과 밖을 연결시켜 단조로움을 없애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상상오락관’은 자극적이지 않고 훈훈하지만 세련된 느낌이 덜하다. ‘상상오락관’은 편안하게 보여주려는 의도를 강조한 나머지 긴장감이 쏙 빠져버렸다. 게임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점인 역전퀴즈도 특별한 맛은 없다.

토요일 저녁은 예능의 전쟁터다. 공영방송 KBS, 그것도 1TV가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당경쟁을 벌일 필요는 없지만 시청자의 예능 소비 환경과 변화, 취향에는 맞춰나가야 한다.

서경석과 유세윤이라는 MC의 진행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 효과를 별로 살리지 못해 프로그램 자체가 지루해지는 느낌이다. 형식적인 구성에서부터 긴장도롤 높여 시청자의 호기심을 당겨야 한다.

‘상상오락관’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임에도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 너무 적다. 시청자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시청자 참여라는 기본틀만 갖춰놓지 말고 즉각적이고 다이나믹한 소통을 강화했으면 한다.

굳이 26년간 방송되던 장수프로그램인 ‘가족오락관’까지 폐지하고 만든 프로그램이라면 업그레이드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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