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스타>, 눈물겨운 성공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때때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를 보며 감탄을 하곤 한다. 족집게처럼 누군가의 숨겨진 장점을 찾아내고 또 그걸 적당한 순간에 끄집어내어 폭발시킬 줄 알기 때문인데, 가히 원석 가공의 달인들이지 싶다. 원석이 눈부신 보석으로 거듭난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면 우선 요즘은 어린 아이들이 아예 음악인이 아닌 개그맨으로 여긴다는 김태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MBC <놀러와>며 KBS2 <스타 골든벨>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남다른 화법을 선보인 적이 있긴 했으나 그의 매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곳은 누가 뭐래도 ‘라디오스타’이리라. 그냥 좀 신기한 아저씨에서 다음에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어지는 존재로 매력지수가 몇 단계 상승하지 않았나.

중견 연기자 김응수 씨도 딸과 함께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거의 고정이다시피 출연했었지만 ‘라디오스타’ 적과 같은 메가톤급 매력은 끌어내지 못했다. 물론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 부모보다는 아이에게 중심을 둬야 옳은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룹 엠블랙 멤버 이준도 마찬가지다. 데뷔 이후 KBS2 <해피투게더3>에 소속사 대표인 가수 비와 동반 출연하는 등 멤버들 중 가장 많은 예능 활동을 해온 이준, 그 역시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순간 화제의 검색어로 떠올랐으니까.

그 결과 김태원은 그 이후 KBS2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 고정멤버로 캐스팅 되어 활약 중이고 MBC <위대한 탄생>에서도 존경받는 음악인으로서, 멘토로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김응수 씨는 최근 포맷을 바꾼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 ‘트루맨 쇼’에, 이준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오연서와 커플로 등장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얼추 이 몇 예만 봐도 ‘라디오스타’의 파급력, 칭찬할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주 방송에서도 기대주가 하나 탄생했다. 바로 성인 연기자들도 어려워 출연을 망설인다는 사극 연기만 벌써 10번째라는, 아역배우라는 타이틀이 이젠 어색해진 노영학이다. 어릴 적부터 주로 탄탄한 내공의 중견 배우들과 연기를 해왔기 때문일까? 독설로 악명(?) 높은 MC들 앞인지라 어지간해서는 떨릴 법도 하건만 스스럼없고 솔직하면서도 때로는 배려 깊은 진지함으로, 때로는 귀여운 재치로 좌중을 압도했다.








몇 년 전 에피소드를 꺼내 유세윤을 당황시키기도 했고 특히나 막내 MC 규현과는 환상의 궁합을 선보였다. 노영학이 은근히 사극 출연 횟수를 자랑하자 규현은 "그래봤자 가장 생소하다"고 받아쳤고, 이에 복수라도 하듯이 규현이 노영학이 출연했던 <로드 넘버원>의 경쟁작 <제빵왕 김탁구> OST에 참여한 경력을 들먹이자 “대단하시네요.”로 응수한 노영학. 두 사람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프로그램을 하나쯤 같이 진행해보면 어떨까?

이런 숨은 진주를 찾아내 카메라 앞으로 끌어낸 제작진, 그리고 노영학이 맘껏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게 판을 깔아준 MC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느새 역할 분담이 확실해진 ‘라디오스타’ MC들. 김국진과 윤종신이 중간, 중간 한 마디씩 툭툭 던져가며 게스트를 부추기거나 도발시키고 유세윤과 규현은 적절히 수위가 조절된 독설로 게스트와 맞장을 뜨곤 한다. 막내가 던진 한 마디가 너무 세다 싶으면 형님들이 서둘러 물을 타는가 하면 너무 약하다 싶을 때는 옆에서 부채질을 살살 해가며 바람잡이 노릇을 해주는 식인 것이다. 이렇게 어느 한 사람 뒤처지지 않는 MC 조합도 드물지 싶다.

마침 '무릎팍 도사‘가 <황금어장>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아예 독립을 하게 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셋방살이에서 당당히 자가로! ‘무릎팍 도사’에 빌붙어 살며 5분 방송이라는 굴욕을 당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눈물겨운 성공이지 뭔가. 마치 20년 전 MBC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구박덩이 후남(김희애)이가 자수성가해 쌍둥이 귀남(최수종)이 앞에 당당히 선 느낌이랄까? 부디 ‘라디오스타’가 오래오래 계속되어 많은 원석이 다이아몬드로 다듬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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