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탄3>, 도대체 무슨 면목으로 또 판을 벌이나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누구지?” 지난 주 새로 방송을 시작한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를 보다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순간 멈칫했다. 신인이기라고 하기엔 낯설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경력이 있는 연기자로 보기엔 기억나는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방송이 끝날 때쯤에야 겨우 깨달았다. 아, 구자명이구나!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시즌 2‘ 우승의 주역이 왜 연기를? 게다가 카메오가 아닌 고정 배역임에도 <슈퍼스타 K> ‘시즌 2’의 강승윤이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연기를 시작할 때처럼 화제가 된 것도 아니다. 가수가 연기를 한다는 게, 더구나 시트콤 연기야 정통 연기는 아닌 터, 새삼스러울 것도 부담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건 왠지 석역치가 않다.

물론 노래 잘 하는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했으면 음반 활동부터 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음악은 뒷전인 채 연기로 주목받는 수상자들이 늘어나는 게 요즘 추세이긴 하다. 오디션 열풍의 선두주자 Mnet <슈퍼스타 K> 첫 우승자 서인국도 한 동안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다가 tvN <응답하라 1997>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앞서 언급한 강승윤도, <위대한 탄생> ‘시즌 2’의 손진영도 MBC <빛과 그림자>로 음악보다는 연기 활동으로 대중과 친숙해졌으니까.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 뒤 그 즉시 사라지는 수상자들도 허다하니 그런 식으로라도 활동을 이어가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사 하나 틀렸다고, 목소리 한번 뒤집어졌다고, 온갖 쓴 소리와 굴욕을 감수해야만 했던 그들이 정작 음악이 아닌 연기로 연예인의 생명을 이어가는 현실이 자꾸만 서글프게 느껴진다.

어쨌든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구자명은 왜 소리 소문 없이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걸까? 그런데 구자명의 연기자 데뷔와 맞물려 <위대한 탄생> ‘시즌 3’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도대체 왜?’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 1’의 뜨거웠던 호응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채 결국 용두사미 꼴이 났던 ‘시즌 2’가 아닌가. 그걸 왜 다시 하겠다는 것인지. ‘시즌 1’ 우승자 백청강도, ‘시즌 2’ 우승자 구자명도 별 다른 음악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면목으로 또 다시 판을 벌일 생각을 하느냐는 거다.




굳이 이웃집 상황과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든 꿈을 이뤄보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전 시즌 출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없는 걸까? 마치 능력이라곤 없는 부모가 화기애애한 옆 집 부럽다고 물색없이 애만 자꾸 만드는 격이지 뭔가. 우연히 생긴 아이라면 형편이 어려워도 감사히 받아들이는 것이 옳지만 이건 계획 출산이니 문제인 것. 물론 사람의 앞일을 그 누가 알겠느냐마는 능력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남의 집 일이지만 한심하달 밖에.

그럼에도 <위대한 탄생> ‘시즌 3’ 첫 회의 문은 전 시즌 우승자 백청강과 구자명의 감격어린 소감으로 열렸다. “<위대한 탄생>을 만난 후 제 삶은 확 바뀌었어요. 연변 나이트클럽 무명 가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진짜 가수로.” 백청강의 말이다. 그리고 구자명은 “나에게 <위대한 탄생>이란 진정한 부활인 것 같아요. 부상으로 축구 선수에서 낙오되고 배달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제가 가수로 다시 태어났거든요.”라고 말했다. 아니 말을 했다고 하기보다는 시키는 대로 읽는 느낌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게다. 순간 왜 그리 두 사람에게 미안하던지. 뭐랄까. ‘우리가 벼랑 끝에 내몰린 너희를 살려 준 거야, 고마운 줄 알아‘ 하는 공치사로 들려서 민망했다. 꼭 자식에게 해준 것 없는 부모들이 생색은 더 내기 마련이라니까.




‘오디션 최강자의 귀환’이니 ‘지상 최대의 글로벌 오디션’이니, 자막 또한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리 없는 제작진들 역시 내심 미칠 노릇이지 싶다. 김태원, 김연우, 용감한 형제들, 김소현, 이번 ‘시즌 3’ 멘토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기획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SBS ‘K 팝스타’ 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이 뽑은 도전자의 미래를 책임을 질 각오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책임지지 못하면서 매 시즌 발굴만 하는 건 누군가의 꿈과 열정을 이용한다고 밖에 볼 수 없으니까. 단순히 심사위원이 아니라 멘토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부디 출연자들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다 폐기처분 되는 일이 없도록 물심양면으로 애를 써주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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