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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수들은 박수를 먹고 사는 사람”
기사입력 :[ 2012-10-23 16:55 ]


- <세빌리아의 이발사> 주역 바리톤 김종표 [인터뷰]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오페라 가수들은 박수를 먹고 사는 사람이에요. 물론 관객들은 감동을 받아야 박수를 치겠죠.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오는 오페라, 실망하지 않는 공연을 보여 주고 싶어요.”

글로리아오페라단 21주년 기념 공연으로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주역 바리톤 김종표를 만났다. 로시니의 오페라 부파(희가극)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의사 바르톨로에 의해 강제로 결혼하게 될 처지에 놓인 로지나와 젊은 백작이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이탈리아 명문 오페라인 라 스칼라의 주역과 실력파 성악가들을 합류 시켰다. 로지나 역은 소프라노 파트리치아 치냐, 박상영, 이지현이 맡았고 알마비바 백작 역으로는 테너 알렉산드로 루치아노, 전병호, 서필이 낙점됐다. 두 남녀의 사랑의 메신저 역을 하는 피가로 역엔 바리톤 한경석, 박정섭, 김종표가 3인 3색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 주역 이상의 조역을 책임지는 남성 저음은 베이스 바리톤 성승민, 박상욱(바르톨로 역), 베이스 김남수 변승욱(바질리오 역)이 담당한다.

■ 젊은 피가로 바리톤 김종표

만 27세 이상의 실력 있는 성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개최된 제 1회 양수화 성악 콩쿠르에서 대상을 거머쥔 바리톤 김종표(36)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이 기획하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주역으로 출연하게 됐다.

“양수화 성악 콩쿠르 입상자들에게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이 기획하는 오페라에 주·조역으로 출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메리트가 참 좋았어요. 어떤 작품이 될까 궁금했는데,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결정됐어요. 막상 무대에 선다고 하니 걱정이 먼저 됐어요.”

기대감과 걱정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연 김씨는 “주역으로 서기 전엔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이렇게 어려운 오페라인줄 몰랐어요. 노래 끝나면 대사해야 하고 대사 끝나면 또 노래를 해야 돼서 가수들이 결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내요. ”라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긴장감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엔 과연 내가 이 역할을 해 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연습하고 입에 붙다보니까 기대감도 생기게 되내요”.

‘피가로’는 1막 초반부터 고난이도 아리아를 부르는 중요한 역할. 자신이 이 세비야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얼마나 인기 있는 인물인지를 들려주는 유명 아리아 ‘나는 마을의 만능일꾼’으로 객석을 사로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마음가짐은 어떨까.

“전막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도 처음이지만 대중들 앞에서 처음 부르는 아리아에요. 그럼에도 오히려 처음에 다들 기대하시는 중요 아리아를 부르는 게 낫다고 봤어요. 홀가분하게 끝내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성악 콩쿠르에서 제가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을 받은 이유가 딕션이 잘 들리고 음악적 표현이 좋다는 점이었어요. 이번 피가로 역도 그 점을 충분히 살려 표현하고 싶어요.”

이번에 만나게 될 피가로 역 바리톤은 박정섭, 한경석, 김종표 이렇게 모두 3명이다. 김종표를 빼고는 이미 피가로 역으로 수차례 무대에 오른 베테랑 들이다. 대개 오페라 캐스팅은 팀별로 움직여 경쟁구도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김씨는 베테랑 선생님들에게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전했다.

“두 피가로 선생님들이 너무 잘하시고 좋으신 분들이에요. 전 아직 학생이란 생각으로 많이 배우고 있어요. 편하게 이것 저것 여쭤보면 딕션이나 표현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 주세요.”

김씨는 연출가 안토니오 페트리스의 섬세함이 이번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앙상블의 합을 살려낼 것이라고 전했다.

“대개 연출들이 큰 선만 그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출님은 학생들에게 하나 하나 가르쳐주듯이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세요. 지휘자 스테파노 세게도니 역시 딕션의 뉘앙스를 어디서 끊어갈 것인지 알려주시며 적극적인 도움을 주시고 계세요.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저도 기대가 되내요.”

■ “제 목소리에 맞는 역할을 차근 차근 해 나가고 싶어요.”

바리톤 김종표는 경성대학교 음악학과를 졸업한 후 울산시립합창단과 나라오페라합창단원으로 활동 중 2008년 오페라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오페라 전문사 과정을 들어간다.

“합창단에서 활동 중 나영수 지휘자님과 함께 오페라 작업을 하게 됐어요. 오페라란 이런 거구나.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 때 처음 들었죠. 그 때까진 가곡을 공부한 적은 있었지만 오페라에 대해선 정식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거든요.”

김씨는 국내 콩쿠르에서 두각을 보인 성악가다. 2010 제20회 대구 성악 콩쿠르, 2010 제2회 라벨라 성악 콩쿠르, 2011 제3회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 2011 제9회 화천 비목 콩쿠르, 2011 제20회 성정 전국음악 콩쿠르, 2011 제12회 오사카 국제음악 콩쿠르에 이어 글로리아 오페라단의 양수화 콩쿠르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2011년은 콩쿠르로 한해를 보냈다면 2012년은 오페라로 한해를 보내게 됐어요. 국내 성악가들이 유학을 다녀오지 않으면 오페라 무대 주역으로 서기가 쉽지 않아요. 큰 무대를 욕심내며 쫓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제 목소리에 맞는 역할을 차근 차근 찾아가고 싶어요. ”

김영미 교수를 사사한 김종표는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는 스승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스승님은 50이 넘은 나이에도 오페라 <노르마>,<라보엠>공연을 훌륭히 소화하신 분이에요. 큰 역할만 하려 하기 보다 본인에게 맞는 역할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씀 해주세요. 길게 내다보는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어요. 또 제가 무대에서 가끔 감정을 과도하게 드러내면 리허설 때처럼 ‘절제해야 한다’,‘감정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씀해주시죠(웃음)”

■ “일반 대중과 성악가를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한다.”

반복이 많은 로시니의 작품 속에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노래 연기, 능청스런 표정 연기가 무척 중요하다. 그렇다면 젊은 김씨의 숨은 장기는 뭘까. 국립오페라단이 마련한 교실로 직접 찾아가는 오페라, 교실 속 오페라 여행(CTO(Children Tour Opera)을 여러 차례 경험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어린이 투어 오페라 CTO를 1년 넘게 했어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몸짓으로 웃겨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속초, 목포내에 있는 초등학교까지 달려가 아이들을 만난 게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된 게 사실이에요. 피가로는 익살스러움과 재치를 지닌 인물로 계속 노래와 연기 색을 달리하는 인물이에요. 몸짓으로 웃기는 장면도 많죠.

인터뷰 내내 오페라에 대한 배움의 자세가 빛나보였던 김씨는 ‘소리에서 오는 감동과 연기에서 오는 감동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성악가들은 상대 성악가의 소리를 더 자세히 듣고 보겠죠. 반면 대중들은 소리와 연기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성악가가 눈에 들어 올거에요. 물론 소리 자체에서 오는 감동도 절대 무시할 순 없어요. 발성을 부단히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동시에 캐릭터 분석도 제대로 해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글로리아 오페라단은 희극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재미를 전하기 위해 대중문화와의 접목을 시도하는 등 여러 극적인 요소들을 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표 역시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함께하는 주말이 재미를 더할 것임을 강조했다.

“저를 보러 오기 보단 <세빌리아의 이발사>란 작품을 보러 오셨음 해요. 분명 재미있으실 거에요. 저요? 소리보다는 연기를 보세요. 소리를 죽여서라도 극에 치중하고 싶어요. 양수화 단장님께선 유학 안 갔다 왔는데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시고 계세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외국에 나가 문화 및 언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단장님께선 유학 갈 필요 없다 말씀도 하시는데, 외국 지휘자와 연출자와의 언어적 소통 문제도 그렇고, 외국 원작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문화적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어느 나라, 어느 학교로 가겠다고 정해진 건 없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리톤을 추구하는 저의 음색에 맞는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계발하고 싶어요. ”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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