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2> 조장혁, ‘고음지르기’ 거부하는 까닭

[서병기의 대중문화 프리즘] 9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조장혁은 MBC ‘나는 가수다2'에 출연하기 전까지 7년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2004년 5집을 내고 매니저와의 계약이 잘못돼 노래하는 일을 접었다. 그는 최근까지 7년간 무엇을 했을까. “7년간 장사하며 살았죠” 어떤 장사를 했는지 물어봤더니 이것 저것 했는데 명절 때 선물로 나가는 굴비 유통 사업을 제법 길게 했다. “그때는 사람 만나서 일하고, 음악은 거의 안했어요.”

직접 작곡한 노래만도 70~80곡이나 되는 싱어송라이터가 그렇게 오랫동안 음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5집을 내고 매니저가 사라지고, 그러다 음악을 안 하게 됐어요. 그래도 음악을 오래 했는데 상처가 많았죠. 내가 활동할 시대가 아닌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했고요. 지방 방송의 게스트로 몇 번 서본 것 외에는 노래를 거의 안했어요. 일반인처럼 살려고 했지만 음악과 멀리 떨어져 지낸다는 게 힘들었어요.”
 
조장혁은 어딜 가나 주위에서 “너는 왜 음악을 안 하고 사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미지 쇄신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래도 노래방에서는 조장혁이 15년 전 만들고 부른 노래인 ‘중독된 사랑'과 ‘러브'는 꾸준히 흘러나왔다. 음악계를 떠났던 조장혁에게 ‘나가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전에 없던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더라고요. 요즘 트렌드의 음악도 듣지만 옛날 가수의 음악을 다시 듣는 복고도 생겨 신구가 동시에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 같았어요. 기분이 좋았고 음악인으로서 멋있어지는 구나 하는 걸 느꼈죠. 젊은 친구들이 옛날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하면서 선배들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거든요.”

조장혁은 이런 음악적 환경 변화 속에서 ‘나가수' 섭외가 이뤄졌다. 그는 노래를 못 불렀던 지난 7년간의 한을 담아 노래했다. “대중들이 이런 저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시더군요. 결국 대중이 ‘나가수'를 통해 저를 끌어올린 거예요.”



조장혁은 ‘나가수'에서 조용필의 ’꿈‘, 이승철의 ‘소리쳐', 조하문의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를 불렀다. 그는 노래를 부를 때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았다. ‘나가수'가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데에는 고음 지르기 경쟁으로 일관하면서 생긴 식상함도 한몫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 그대로 노래하는 조장혁이 ‘나가수'가 처한 고민 한 가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고음이 안 올라가면 안 올라가는 대로, 자신이 가진 감정을 그대로 충분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 서커스 하듯이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음과시는 없어지고 있어요. 눈가리고 아웅하고, 속이려고 하면 큰 일 납니다. 감정 그대로 전달해도 된다는 자심감이 있었어요.”

조장혁은 가사를 음미하듯 호소력 짙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청자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감정에 충실하게, 가슴으로 부르려고 노력하는 그의 노래는 부담은 주지 않는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까 감정이 울적하고 올라오더라고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 자리에 선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구나는 점도 느꼈고요. 하지만 감정 그대로 밀고 갔죠.”



그의 최고 히트곡인 3집의 ‘중독된 사랑'을 만들 때 이야기다. 25살부터 집에서 혼자 나와 살았던 그는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의 첫 멜로디만 쓰고 그 다음 멜로디가 안 만들어져 1년간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억지로 퍼즐 맞추듯이 코드를 진행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이를 들춰보고 소주 1잔 먹은 다음 1시간만에 ‘이렇게 너의 집까지 오고만 거야'로 연결하며 멜로디를 마무리했다. 소위 ‘그 분이 오신' 거다. 그렇게 쓴 ‘중독된 사랑'은 발표하자마자 히트를 쳤다. 하지만 그 이후의 4, 5집의 음악인생은 나락이었다.
 
이제 다시 시작했다. 데뷔한지 17년된 가수지만 별로 노래를 못했다. 그는 록에 가까운 발라드를 잘 부른다. 이젠 목소리도 조금 거칠어지고, 블루지해졌다. 그러면서 보컬의 폭이 한층 깊어지고 연륜과 중량이 더해졌다. 최근에는 디지털 싱글 곡 ‘아직은 사랑할 때’를 부르고 있다. 지난 2004년 5집 앨범 수록곡이지만,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다 잠깐 헤어졌을 때 만든 노래이기에 당시에는 거의 부르지 않았다.

2004년 결혼해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3살 딸을 두고 있는 조장혁은 앞으로 소통하는 음악을 하겠다고 했다. 500석 규모의 크지 않은 극장에서 팬과 가수가 같이 나이들어가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음악에는 그 시대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때 내가 음악을 들으면서 무엇을 했지, 어떤 여자와 사랑을 하고, 실연을 하고... 이런 추억과 로맨스를 끌어올리는 힘이 음악에는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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