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랄라부부>의 재결합을 반대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KBS2 <울랄라부부>는 남편 고수남(신현준)과 아내 나여옥(김정은)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 특히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주인공들의 코믹 연기가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끄는데, 그러나 영혼이 바뀌는 일은 이젠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소재가 아니던가. 불과 몇 달 전 연기자 공유의 복귀로 화제가 된 KBS2 <빅>도 영혼 체인지가 배경이었으나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왜 또 하필 영혼 체인지일까? 영혼 체인지는 역지사지, 즉 상대방의 삶을 몸으로, 마음으로 체험함으로서 서로의 이해를 돕자는 데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울랄라부부>의 경우 두 사람이 이혼한 부부이기에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어차피 이혼을 한 마당에, 더구나 남자 쪽의 외도로 신뢰가 산산이 깨져버린 판에 영혼 체인지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남이 왜 빅토리아(한채아)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녀에게 아파트를 빌려주고 미래를 언약했는지, 그 점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빅토리아의 속사정이 어느 남자라 해도 보살펴주지 않을 수 없게끔 가여운데다가 더 나아가 전생에는 빅토리아가 본처, 바람피운 상대가 오히려 여옥이라는 설정은 바람난 남자의 변명을 위한 장치로 느껴져 불쾌하기까지 하다. 외도를 이처럼 열린 시선으로 대하는 드라마가 등장하다니!

물론 두 사람은 영혼 체인지로인해 이제껏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둘도 없이 자상한 줄 알았던 내 모친이 며느리에게 얼마나 모진 시어머니 노릇을 해왔는지, 이혼하고 돌아와 한 집에 거주하는 시누이가 어떤 부담을 주는지, 내 남편이 직장 내에서 어떤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식이다. 그리고 급기야 지금까지의 어떤 영혼 체인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변수가 등장한다. 여옥의 몸으로 살고 있는 수남이 어이없게도 임신을 하고 만 것이다. 입덧만으로도 버거운 판에 열 달을 배불러 출산을 할 생각을 하니 아찔해진 수남은 낙태를 할 결심을 하고 여옥은 이에 결사반대를 하고 나서면서 이 둘의 갈등과 전쟁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여옥이 새로운 생명을 향한 모성애를 드러내는 순간 내 입에서 불쑥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기찬이에게도 신경 좀 쓰지!” 두 사람의 변화, 특히 엄마인 여옥이 달라졌다는 걸 제일 먼저 피부로 느꼈을 존재가 바로 아들 기찬이가 아니던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년간을 늘 자기 곁에 있던 엄마가 갑자기 직장인이 되었으니 그 또한 아이에겐 꽤나 큰 스트레스일 텐데, 하지만 아이에 대한 염려나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직장 일로 밖으로만 돌던 수남이는 그렇다고 쳐도 여옥이에게 기찬이가 어떤 아들인가. 시어머니와 남편의 무시와 냉대 속에서 살아오는 동안 기찬이가 유일한 위안거리이자 안식처였을 게 분명하지 않나. 그렇다면 기찬이에 대한 걱정으로 좌불안석이어야 옳을 텐데 웬일인지 아이는 안중에도 없는 여옥. 의아한 일이지 않은가. 유심히 지켜봤지만 최근 들어 여옥이가 아들에게 관심을 보인 건 함께 둘러앉아 저녁을 먹을 때 잡채를 집어준 정도였다.

여옥이라는 인물에게 공감하기 어려운 건 그 밖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르가 코미디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다고 해도 그녀가 남편 대신 호텔에 근무하게 되면서 벌이는 갖가지 사건사고들이며 무례하고 철딱서니 없는 언행은 전업주부에 대한 편견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아무리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여성이라지만 그 정도로 무지하고 무 개념일 수 있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집이라는 새로운 틀에 자신을 맞춰가고, 이웃주민들과 교류하고, 또 아이를 학교와 학원에 보내고 학부모들과 어울린다는 것. 그걸 잘 해낸다는 게 그리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지 않나. 그에 비해 부부 결별의 결정적 원인 제공자인 수남은 다른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유능한 인재로 그리고 있으니 아쉬울 밖에.

무릎을 칠만한 공감대가 많아야 좋은 드라마라고 여기는 나에게 <울랄라부부>는 불친절한 드라마다. 만약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이혼을 무위로 돌려 버린다면, 그래서 고수남과 나여옥의 재결합이 이루어진다면 진정으로 화가 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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