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마음만 가지고 있어서 미안합니다. 피자 말고 정말 거한 식사 대접하고 싶어요. 꼭 연락주세요.”

- SBS <강심장>에서 연기자 김소연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SBS <강심장>을 시청하는 동안 그날 우승 트로피의 향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연 둘을 놓고 방청객 투표로 당락을 가려 맨 마지막까지 남은 출연자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방식이지만 이리도 긴장감이 없을 수 있나! 누가 떨어지든, 누가 남든 별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다. 다음 날 “어제 깜박 잠이 들어 놓쳤는데 이번 주 강심장은 누구야?“라고 묻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야지 말이지.

그러나 이번 주 ‘<대풍수> 특집’에서는 왠지 다른 마음이 됐다. 확률적으로 우승과는 거리가 먼 첫 사연의 주인인 연기자 김소연이 최종 우승자가 되길 내심 바라게 되지 뭔가.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김소연의 사연은 축구선수 송종국의 사연에 뒤지는 바람에 우승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내용면에서 보자면 송종국 선수의 사연이 토를 달기 어려운 우승감이긴 했다. 효가 강조된 감동어린 사연, 강심장 우승의 정석이 아니겠나.

어쨌거나, 김소연의 우승을 바란 건 공약 때문만은 아니다. 주변의 몰아가기 덕에 그녀가 우승을 하게 되면 상의를 탈의한 채 춤을 추기로 한 동료 연기자 지성. 엉겁결에 한 그의 약속이 그녀의 우승을 바란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별 것은 아닐지언정 무엇이라도 하나 챙겨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중 3무렵인 1994년, 극적인 기회를 얻어 신인연기자들의 등용문이었던 학원물 <공룡선생>에 출연하게 된 그녀. 하지만 부모와 기획사로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받았을 또래 연기자들과는 달리 혼자 의상을 챙겨야 했고 스스로 화장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촬영장에 출입해야 했다나. 순간 풀이 죽은 채 눈치 깨나 살폈을 어린 소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뜩이나 살얼음판 같은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서 얼마나 주눅이 들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연예인 협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용기를 내어 피자 한 판을 사들고 잘 나가는 청담동 유명 여성복 매장을 찾았다고. 경력이라곤 달랑 <공룡선생> 2회 출연, 거기에 학생증 사진을 붙여 들고 간 자필 이력서를 보고 흔쾌히 오늘부터 당장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며 옷을 내어준 은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패널에 쓰여 있는 그 남자 분이었던 것. 실은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모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에도 꼭 찾고 싶었으나 좀 더 흥미로운 소재를 원하는 제작진의 만류로 불발되고 말았단다. 그걸 못내 아쉬워하는, 그리고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그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예뻐 보였다. 당시만 해도 어떻게든 성공을 해서 꼭 호의에 보답을 하리라 다짐했지만 세월이 흐르는 사이 기억 저편으로 멀어졌던 모양이다.

솔직히 그녀는 예능 프로그램, 특히나 토크쇼와는 합이 좋지 않은 연기자였다. 정리가 덜된 다소 산만한 토크 방식으로 인해 <야심만만>을 비롯한 몇몇 토크쇼 출연이 득보다는 실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젠 내가 그녀에게 적응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일까? 이젠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졌다. KBS2 <아이리스>나 SBS <검사 프린세스>에서의 존재감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가 토크쇼 하나로 훼손되는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생각했는데 이번 <강심장> 출연을 계기로 생각이 바뀐 것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잘 맞는 판이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고. 괜히 평소 하듯이 장난 한번 쳤다가 호되게 곤욕을 치룬 MC 신동엽, 그녀가 흘린 눈물에 책임을 지는 셈치고 직접 나서서 그 분 좀 찾아줬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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