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탄3> 김태원 멘토링,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 ‘국민멘토’ 김태원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서병기의 대중문화 프리즘] MBC <위대한 탄생>에는 다른 오디션에서 보기 힘든 한 가지가 있다. 심사위원끼리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별로 나쁘지 않다. 다른 오디션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뿐이다. 서로 달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위탄3>는 김태원이 은근히 용감한 형제의 심사에 시비를 거는 듯한 모양새다.

용감한 형제와 김태원은 멘토링이나 심사방식 등에서 여러모로 대립될 때가 많다. 현실적이고 기능적인 용감한 형제와 인간적이고 이상적인 느낌이 나는 김태원, 때로는 톰과 제리 같은 두 스타일이 어우러지면서 시청자에게 재미까지 주고 있다.
 
특히 ‘국민멘토'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김태원의 심사방식은 여전히 관심을 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진화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공존한다. 김태원의 강점은 마음이 따뜻한 멘토링이다. 참가자에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해주는 것이다. 머리로만 공감하는 멘토링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멘티들에게 잔소리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하지만 가슴으로 공감하게 하는 멘토링은 멘티를 감동하게 한다. 그러나 이도 과하면 진정으로 공감은 하지만 대안 부재의 헛바람 멘토링이 될지도 모른다.

김태원의 멘토링은 여전히 유효하다. 감정과 감성에 유난히 취약한 한국인에게 잘 먹히는 방식이다. <강심장>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병상에 계신 부모님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게스트를 이기기 힘든 것과 유사하다. 진방남의 노래 제목은 ‘불효자가 혼납니다'가 아닌 ‘불효자는 웁니다'다. 김태원이나 임재범은 인생 자체가 우리의 감정시장에서 소구력이 높다. 굴곡진 삶을 산, 돌아온 탕아의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대중문화에서는 잘 먹힌다. 김태원이 하는 말은 힘든 세월을 보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공감대가 높다. 그래서 많은 참가자들이 김태원이 멘토가 되어주길 원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시즌3에서는 음악 오디션을 바라보는 시선과 음악 소비 트렌드가 급속히 변했다. 가창력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느낌과 색깔, 개성을 더 중시한다. 실용음악과 교수인 뮤지션 정원영이 학생한테 꼭 한다는 “나는 너희들의 기능을 늘려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고민할 거리만 계속 줄 것이다”라는 말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참가자나 학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방식의 교육보다는 참가자에게 끊임없이 고민할 것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해진 시대다. 참가자는 스스로 그 고민을 해결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색깔과 개성을 조금씩 갖춰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김태원의 심사와 멘토링도 조금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는 좋지만 가끔은 추상적이고 애매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위탄> 시즌1에서 ‘이은미는 심사만 하고 김태원은 심사를 안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말은 둘 다 단점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은미처럼 ‘두성을 사용하지 못한다, 목소리가 입 앞에서만 맴돈다, 그렇게 부르다가는 성대 다 망친다, 좋은 악기를 지니고도 전혀 활용을 못한다’는 등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고쳐야 될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사항들을 강조하는 것도 ‘잔소리'로 들릴 수가 있지만 김태원처럼 참가자마다 가장 핵심으로 드러나는 문제와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꿈과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멘토링도 자칫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두 방식이 조금씩 섞여야 할 것 같다.

김태원은 시즌1에 비해 확실히 “그대의 도전이 아름답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덜 사용한다. 2년 전에 비해 덜 감성적이고 절제와 압축의 평가를 내리지만 갈수록 경쟁자가 늘어난 냉혹한 음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심사평과 가이드, 멘토링을 내놓아야 한다.

KBS 월화극 <학교2013>에서 장나라(정인주)는 훌륭한 교사다. 학생들에게 성적보다는 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오정호 같은 문제아의 집까지 일일이 방문한다. 반면 학원강사 출신 교사 최다니엘(강세찬)은 대학 진학용으로는 효율성이 매우 높은 현실주의자다. 김태원을 장나라형, 용감한 형제를 최다니엘형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서로 닮은 점은 있다. 두 유형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 장나라를 좋은 교사, 최다니엘을 나쁜 교사라 예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장나라는 이상적인 교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꿈만 가지고서 대학을 갈 수는 없다. 대학 졸업장 없이 꿈과 희망만 잔뜩 가지고 사회에 나가다가는 절망이 커진다. 게다가 교사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무늬만 장나라형'으론 어림없다. 반면 “대학 가기 싫은 사람은 내 수업 안 들어도 된다”고 말하는 최다니엘은 현실적이고 실용주의자이다. 그래도 학교는 기능적인 교육에 머무르는 학원이 아니다.

가수도 기능적으로 노래 잘하는 사람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K팝스타'에서 보아는 한 참가자에게 “노래 정말 잘하네요. 그런데 느낌이 없네요. 아무런 느낌이 안와요”라고 말하고 불합격시켰다. 느낌은 기능과 기술에서 오지는 않지만 꿈과 희망만으로도 느낌을 주기는 어렵다. 진부한 말이지만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실력과 멋, 매력, 개성을 함께 갖출 수 있다. 여기에 약간의 여유와 허세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첨가되면 오디션에서 가장 원하는 ‘스웨그(swag)’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악동뮤지션이 돋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김태원이 <학교2013>라는 드라마를 본다면 장나라라는 교사를 좋아할 것 같다. 하지만 최다니엘의 교육방식도 조금씩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김태원 같은 멘토가 꿈과 희망이라는 ‘사탕'을 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참가자에게 진짜 필요한 ‘매'도 들 줄 알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corp.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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