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상관없이, 심사와 상관없이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나 절박한 꿈이고 또 이 꿈이 얼마나 이루고 싶은 꿈이며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심사위원들이 참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절대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들, 패자가 아닙니다. 조별 예선에서 졌다는 패배감이 앞서시는 것 같은데, 여러분은 소중한 기회를 한 번 더 얻은 행운아들입니다. 기운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MBC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 중 심사위원 신동호 아나운서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지난 주 MBC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 4대 4 승부 패자부활전에서, 극도의 긴장감으로 얼어붙은 도전자들이 안쓰러웠는지 심사위원 신동호 아나운서가 이 같은 말을 건넸다. 조별 대결에서 패해 주눅이 들었던 도전자들에겐 아마 감로수와 같은 위로가 되었을 게다. 같은 꿈을 지닌 네 사람이 팀을 이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왔거늘 그중 둘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니, 그 중압감이 오죽했겠나. 어찌나 팽팽한 긴장이 이어졌던지 냉철한 심사평으로 화제가 되었던 방현주 아나운서조차 “미리 아나운서가 된 게 너무나 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을 정도였다.

사실 신동호 아나운서의 조언 중 ‘소중한 기회를 한 번 더 얻은 행운아들’이라는 대목은 그저 위로에 그칠 얘기는 아니다. 어차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우승은 단 한명 뿐, 그렇다고 나머지 도전자 모두가 패배자일 리는 없다. 도전하는 자체가 기회인지라 자신에게 온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우승자 못지않은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번이라도 더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찬스를 얻었으니 행운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설사 탈락했다 해도 탈락한 그 순간부터 새로운 레이스의 시작이라고 봐야 옳다.





실제로 이번 4대 4 승부 때도 승리한 조보다 패배한 조, 특히 탈락의 고배를 마신 도전자들이 더 또렷이 기억에 남았는데, “여기 모여 있는 많은 분들 중에 소중하지 않은 꿈이 어디 있겠습니까?“로 마지막 발언을 시작한 강미정 씨는 특히나 잊을 수 없는 도전자다. 장녀라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아본 적이 없다는 그는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이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답 받고 싶다고 했다. 강미정 씨는 안타깝게 탈락했지만 시청자들은 미정 씨가 간절한 꿈을 더 이상은 주저하지 않길 기원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경험담을 기꺼이 미션 소재로 삼았던 김보라 씨 역시 기억에 남는다. 결혼과 출산으로 행복했지만 반면 자신의 존재는 차차 희미해져 감을 아쉬워했던 한 아기 엄마는 비록 결과는 탈락일지라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나도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라고 느꼈다면 그것으로 이 도전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부디 다른 어디에서든 또 다시 이 분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내가 왜 이렇게 미안하지?” 탈락과 합격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던 김정근 아나운서의 혼잣말을 듣는 순간 나 또한 가슴이 뜨끔했다. 소중한 기회가 찾아와도 무심히 흘려보냈던, 그리고 꿈을 가진 게 대체 언제였던지 이젠 가물가물해진 나 같은 이들에게 기회와 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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