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도전. 그러나 철옹성을 지키는 <위험한 상견례>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2011년 4월14일~4월17일

[엔터미디어=오동진의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비수기도 이런 비수기가 없다. 영화 흥행지수가 계속해서 저점을 치고 있다. 몇 편의 영화들로 ‘장사’가 간신히 유지되는 모양새다. 매번 예측이 빗나가는 것은 시장이 웬만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탓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주 예측에서 비교적 맞았던 작품은 <써커 펀치>다.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위력은 아니다. 전국 11만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관객들이 매니아용 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위험한 상견례>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처럼 경쟁작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배급 시기 한번 잘 타고 있는 셈이다.

놀랍고도 놀라운 것은 두 영화의 뒷심 흥행세다. 하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이 영화는 6주를 넘어가며 15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내친 김에 200만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다. 상영관수도 여전히 270개 정도다. 가능한 목표라는 얘기다. 또 한편의 영화는 인도영화 <내 이름은 칸>이다. 15개 스크린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개봉 3주가 지나면서 상영관을 280개까지 늘리고 있다. 흥행순위도 3위까지 올랐다. 인도영화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 소규모로 시작해 확대 개봉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 등등 국내 영화흥행의 시스템이 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번 주 개봉 편수도 11편이나 된다. 일단 한국영화 4편이 눈에 띈다. <수상한 고객들>과 <수상한 이웃들>같은 비슷한 제목의 영화를 필두로 국제영화제에서 갖가지 상을 휩쓸고 있는 저예산독립영화 <무산일기>, 김승우 주연의 <나는 아빠다> 등이다. <한나> <잭 애스3D> 일본영화 <클로즈드 노트>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즐리엣>, 잔혹하고 엽기적인 장면으로 인구에 회자돼 온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도 개봉된다. <아마겟돈 : 카운트 다운> <울트라 미러클 러브스토리>처럼 좀처럼 기억되기 어려운 영화들도 개봉된다.



화제성만으로는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가 흥행이 점쳐지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2009년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다운로드를 통해 무삭제판을 감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 사람은 이미 다 봤다는 얘기다. 관객을 모으기 힘들 것이다. 남자의 성기를 짓이기고 여자의 클리토리스를 가위로 잘라내는 등 입소문이 돌았던 장면들을 극장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점도 관객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요소다. 이 장면들은 상영불가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수입사가 자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흥행이 될 만한 작품은 첩보액션스릴러 <한나>가 될 것이다. 16살짜리 매력적인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영화는 과거의 <레옹>에 제이슨 본 시리즈를 결합시킨 듯한 느낌이어서 이런 류의 영화를 선호하는 남성 관객들을 휘어잡을 공산이 크다. 정상적인 시장상황이라면 최종 200만 관객까지를 넘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다음 달이 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공세가 시작된다. 아마도 그렇게 되면 스크린 독점현상이 빚어질 것이다. <한나>가 인기를 끌어도 길게 상영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70만에서 100만 정도를 바라 보는 것이 맞는 얘기다 될 것이다.



우리 영화 <수상한 고객들>과 <수상한 이웃들>은 생각보다 흥행이 잘 안될 가능성이 높다. <수상한 이웃들>은 매우 잘만든 코미디다. 하지만 다소 소품의 느낌을 준다. 봉계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인데 봉계를 뛰어 넘는 보편성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다소 아쉬운 대목이고 아마 그런 점 때문에 대박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수상한 고객들>은 주인공인 류승범의 이미지가 <부당거래>에서 봤던 모습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화가 다소 동어반복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크게 히트하기 어려운 이유다. <나는 아빠다>는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 <아저씨>와 <마더>를 합친 느낌을 내세우고 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아저씨>만큼, 또 <마더>만큼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새로운 영화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가 조용히 히트할 가능성이 높다. 적은 스크린에서 시작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존재감이 미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영화가 요즘 길게 가고, 또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화제를 모아간다. <무산일기>의 성공은 한국 영화계의 트렌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영화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주 역시 <위험한 상견례>의 바람몰이가 계속될 것이다. <위험한 상견례>로서는 요즘 시기가 무주공산 같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50만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영화제작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영화 ‘한나’, ‘위험한 상견례’, ‘무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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