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VS소녀시대, 소녀시대의 미래는?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소녀시대의 신곡 ‘I got a boy’를 처음 들었을 때…… 아팠다. 귀가 너무 아팠다. ‘I got a boy’를 두 번 들었을 때는…… 힘들었다. 계속해서 장르가 바뀌어가는 이 노래를 듣다보니 철인3종경기 음악을 듣는 기분이었다. 이 노래를 세 번째 들었을 때는 이 노래 중간의 윤아의 래핑처럼 살짝 ‘멘붕’이 왔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걸까, 지금 이 노래를 왜 듣고 있는 걸까? 만약 소녀시대의 라이트한 팬이라면 이 노래를 네 번째로 듣고서, “왜 또 SM은 우리 소녀시대들한테 이런 노래를 준 거야?”라며 슬퍼할 것이고, 소녀시대의 하드코어한 팬이라면 “역시 이 노래는 그래도 중독성이 있다구.”라며 이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 할 것이다.

나는 소녀시대의 팬은 아니지만 소녀시대의 노래 몇 곡은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소녀시대의 데뷔곡인 ‘다시 만난 세계’는 이들의 이미지를 단번에 각인시킨 세련되고 매력적인 노래였다. ‘Gee’는 소녀시대의 팬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으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후크송이었다. ‘Run devil run’은 소녀시대도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구나, 싶은 곡이었다. 반면 최근 히트곡인 ‘The Boys’는 잘 만든 노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 그룹에게 잘 맞는 곡인지는 살짝 의심이 갔다.

어쨌거나 소녀시대의 ‘I got a boy’를 네 번째 들었을 때 나는 이 노래의 랩을 제외하고 다른 파트들은 공들여서 잘 만들어졌다는 건 인정할 수 있었다. 각 파트들은 그 나름의 훅이 선명해서 듣는 이들에게 어필할만한 부분이 존재했다. 음악에 깔리는 비트 역시 다른 걸그룹의 곡에서는 볼 수 없는 세련된 리듬감을 지니고 있다.

결국 다섯 번째로 ‘I got a boy’의 퍼포먼스를 동영상으로 보고는 왜 랩 부분을 끼워 넣었는지도 이해는 갔다. 그 부분이 있어 이 노래의 퍼포먼스에서 뮤지컬적인 부분이 살아나긴 했다. 물론 오디오로만 들을 때는 절대 귀에 잘 붙지 않는 부분들이다. 과감하게 앨범 버전에서는 그 부분을 삭제하거나 줄였다면 더 노래가 깔끔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사는, 노래 가사는…… 천상지희의 ‘나 좀 봐 줘’보다 그래도 조금 나은 것 같았다. 하지만 다섯 번을 들어도 ‘I got a boy’가 매력적인 노래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건 각 파트들을 보기 좋게 꿰매는 바느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는 각 파트가 너무 개성이 강한데 그걸 매끄러운 흐름 없이 너무 직접적으로 연결했다. 그 때문에 듣는 이들이 한 파트에서 다음 파트로 부드럽게 감정이입을 옮겨갈 틈새 없이 갑자기 지나간다. 그러면 귀에 익숙했던 방금 전의 멜로디도 결국 덧없는 소음처럼 시끄럽게 편편이 부서지고 말 뿐이다.



반면 새 앨범의 수록곡인 ‘Express 999’ 같은 경우는 상당히 퀄리티가 높은 댄스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는 언뜻 듯기에는 평범한 댄스곡처럼 들리지만 다양한 요소들이 믹스되어 있는 곡이다. 90년대 제이팝 같은 분위기와 최신 유행하는 일렉트로닉의 분위기가 보기 좋게 섞여 있다. 거기에다 ‘I got a boy’에서 힘을 합쳐 악을 쓰는 느낌과는 다르게 이 노래에서 멤버들의 목소리는 한층 잘 어우러져 있다. ‘I got a boy’보다 단번에 귀를 잡아끄는 매력은 부족하지만 기존의 소녀시대 팬들에게 어필할 요소들은 충분하다고 본다. 소녀시대의 어른스러워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며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들어도 담백하면서도 귀에 잘 감기는 노래다.

사실 ‘I got a boy’를 타이틀로 내세운 전략과 고민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소녀시대의 라이벌은 다른 걸그룹이 아니라 소녀시대 자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들이 소녀시대에 기대하는 부분보다 더 강렬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여겼기에 SM은 ‘I got a boy’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소녀시대에게 기대하는 것이 파격이었는지는 사실 좀 의심스럽다. 그녀들이 매력적인 것은 에프엑스처럼 독특하거나 투애니원처럼 강해 보여서가 아닐 텐데 말이다. 어쩌면 대중들이 소녀시대에게 기대했던 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9명의 멤버들이 부르는 편안하고 즐거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노래 아닐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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