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돋보기] 지난 주 이장우・함은정 커플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입성했다. 첫날 이장우가 함은정의 어머니와 휴대폰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은 이 땅의 숱한 예비 장모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훈훈한 장면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전화로 먼저 인사드리네요. 조만간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마 과년한 딸을 둔 어머니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전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지 싶은데, 잠시 멈칫하더니 꺼낸 말은 ‘저 그렇게 나쁜 놈 아닙니다’였다. 혹여 가상 장모되실 어르신이 드라마 속 이미지로 인해 오해를 하고 계실까봐 내심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 그가 <우리 결혼했어요>에 새로 투입된다는 소식을 접해놓고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마 본인 말대로 현재 출연 중인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에서의 형편없는 이미지 때문일 게다. 이장우가 맡은 김도진이라는 캐릭터는 초반에는 엄친아 소리를 들을만한, 갖출 것 다 갖춘 멀쩡한 인물이었다. 드라마 게시판의 등장인물 소개만 봐도 당당하고 유머 있고 자신만만한 성격이라고 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던 것이 악녀 윤새와(박정아)와 만나 결혼을 하면서부터 급변하더니만, 차차 그 어느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한심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명색이 호텔 부총지배인이라는 사람의 주 업무가 ‘아내의 과거에 집착하기’였으니 두 말 하면 무엇 하리. 급기야 아버지 김준(강석우)이 아내의 옛 애인인 동해(지창욱)의 친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해가 카멜리아 호텔 오너의 손자라는 게 밝혀지자 숨어 있던 속물근성이 여지없이 폭발하게 된다.




그렇게 줄곧 세와에게 이혼 요구를 해대던 모자가 정작 세와가 이혼 결심을 하자 이번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이혼하자는 것이냐 종주먹을 들이대는 꼴이라니. 요즘 호텔 월급 사장인 어머니(정애리)와 짜고 호텔을 아예 집어삼킬 음모 모색에 한창인 도진을 보고 있자면 ‘못난 놈’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제만 해도 ‘아버지는 동해 걱정이나 하세요. 언제 저에게 관심이나 있으셨어요?’라는 사춘기 소년이 할 법한 대사나 읊고 있었다. 에고 한심해라.

한 주일 동안 한 쪽에서는 이혼하고 한 쪽에서는 결혼하는 진기록을 세운 이장우.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 첫 회 만에 무려 반년이 넘도록 쌓아온 속칭 ‘찌질이’ 이미지에서 스스로 보기 좋게 탈출한 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곱상한 얼굴에 시원시원한 카리스마를 갖추기란 쉽지 않은 법인데 그는 거기에 섬세함에다 리더십까지 더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나이에 걸맞은 경차를 소유한 것도 마음에 들고, 커피를 만들 줄 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유머를 아는 건 더더욱 마음에 든다. 어디 이런 청년 또 없나요?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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