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오디션 열풍에서도 버틸까

[서병기의 트렌드] 유재석은 예능MC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만약 예능 트렌드가 확 바뀌어 유재석이 그 중심에 벗어나도 계속 롱런할 수 있을까? 아직은 ‘무한도전’과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아성이 견고한 편이지만 오디션 예능의 열풍이 상당히 거세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유재석과 강호동, 이경규도 예능 트렌드의 중심에서 약간 멀어질 수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1인자로 치고 올라오기 전에는 신동엽과 김용만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신동엽과 김용만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트렌드에 적시에 탑승하지 못해 예능MC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졌다.

하지만 유재석은 예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도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비교적 유행을 타지 않는 ‘상상오락관’ 같은 프로그램에서 MC로서 장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능의 형식과 디테일이 아무리 바뀌어도, 특히 토크 버라이어티는 사람의 인생을 듣는 것이라는 건 단순한 진리다.

유재석이 현재 진행하는 스타일을 보면 앞으로도 인간미를 남기는 MC로 계속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유재석은 지난 18일 ‘놀러와’를 통해 배우 이성민이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해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딸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라며 안심시켜주는가 하면 박중훈, 이선균, 김정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방송 분량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런가 하면 ‘무한도전’ 조정 특집에 나온 미남 코치가 멤버들의 말도 안되는 질문에 당황해하자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예능을 전혀 모르던 이천희가 ‘패밀리가 떴다’에 고정 멤버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유재석 덕이다. 유재석은 ‘해피투게더’에 처음 나온 이천희가 녹화 시작 후 1시간동안 한 마디도 못하고 묵언수행으로 일관하자 발레 춤을 추게 한 것이 몸개그가 돼 빵 터졌고 이후 예능에 계속 출연할 수 있었다.



카메라가 잘 가지않는 게스트에게도 말을 걸어주고 자신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유재석의 특기다. 함께 출연한 사람의 세세한 사항까지 꿰뚫고 있다가, 기회가 올 때마다 그 사람에게 질문을 나눠주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유재석은 예능MC중 게스트를 활용하는 폭이 매우 넓은 편이다.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남을 무너뜨리는 스타일과 자신을 무너뜨리는 유형,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섞는 유형이 있는데, 유재석은 절대 남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겸손MC라고 불린다.

유재석은 “게스트를 가끔 골려주는 건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예능에 나오는 후배들, 특히 잘 안되는 후배들의 심정을 (오랜 무명생활을 해본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저는 상대를 비하하면서까지 예능을 하고 싶지 않다. 그건 내 성격이나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올초 MBC ‘무한도전-연말정산 뒤끝공제’ 편에서 “(예능을) 오래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오래 한다는 의미가 최고의 자리에서 오래 하고 싶다는 게 아니다. 그냥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저희 동료들과 함께 어떤 시간이건 시청자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하고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유재석은 스스로 멋진 예능인의 길을 걷고 있어 사람들이 좋아한다. 특히 여성팬들에게 유재석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유재석의 장기집권에도 반기를 들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인간미 있는 유재석이 장수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대한민국 거리화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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