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포를 왜 마포라고 부르게 됐을까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마포(麻浦)라는 지명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설명이 여러 갈래다. 이 주제는 관련 사료가 거의 없는 탓에, 여럿 중 어느 하나도 우세한 지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쓰는 이 글 또한 그 자리를 차지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이 마포의 어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고 나는 기대한다.

첫째이자 다수설은 삼밭이 있던 포구라고 해서 ‘삼개’라고 하다가 이를 한자로 바꿔 마포가 됐다는 것이다. 이 설(說)은 그러나 삼이 자라기 좋은 토양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은 물이 잘 빠지는 땅, 특히 자갈이 섞인 사질양토(沙質壤土)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양토는 ‘진흙을 25~37.5% 함유하고 배수, 보수력, 통기성이 적당해 작물 재배에 좋은 땅’을 가리킨다.

강 인근 토양은 배수가 잘 되는, 삼 재배에 유리한 땅일까? 곳에 따라 다르다. 여의도처럼 모래와 자갈이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오다 쌓여서 생긴 하중도(河中島) 땅은 습하지 않다. 반대로 마포처럼 강을 감싸고 있던 땅은 다른 곳에 비해 습했을 것으로 짐작되며, 그런 마포 자리에서 과연 삼을 많이 재배했을지 의문이다.

마포 지명의 유래에 대한 둘째이자 ‘공식 설명’을 들어보자. 마포구청은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울의 중서부 한강 연안에 위치한 마포지역은 안산에서 갈라진 와우산 구릉산맥과 노고산 구릉산맥, 용산 구릉산맥이 한강으로 뻗어 세 산맥연안에 호수처럼 발달한 서호(西湖), 마호(麻湖), 용호(龍湖)가 있었는데, 이 3호를 삼개(三浦)라고 불렀고 이 삼개 중 지금의 마포를 마포강, 마포항 등으로 불러 마포라는 명칭이 여기서 유래됐다.

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편찬한 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의 ‘마포’ 표제어 항목 중 지명유래 풀이를 채택한 것이다.

이 풀이 또한 딱 떨어지지 않는다. 세 포구 중 마호에 자리잡은 것을 마포라고 했다면 ‘마호’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그 대목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다산 정약용은 저서 ‘아언각비’에서 “호(湖)라는 말을 포(浦)와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포를 마호, 서강을 서호라 하듯이 강안(江岸)과 해안(海岸)의 임수(臨水)한 땅을 모두 호(湖)라고 쓰고 있다.”

내 생각에는 서호, 마호, 용호는 한강이 굽이를 이룬 모습이, 한쪽이 터져 있지만, 호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바닷가라면 만(灣)이라고 했을 텐데, 강가에는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호(湖)라고 불렀지 싶다. 한강이 뭍에 파고들어온 곳에 붙은 지명은 서호, 마호, 용호 외에 동쪽으로 가면 동호(東湖)가 있다. 동호는 동호대교에 이름을 남겼다.

여기서 잠깐 한강의 다른 명칭과 관련 지명의 현재 위치를 알아보자. 한강은 구간에 따라 서강, 용산강(용강), 한강 등으로 불렸다. 서강은 마포 서쪽에서 양화진까지, 용산강은 마포에서 노량진 전까지, 한강은 노량진에서 한남대교 근처까지를 가리켰다. 즉 서호에서부터 서쪽은 서강, 용호 전후는 용산강이라고 불렀고, 그 상류가 한강이었다는 말이다.

서호, 마호, 용호, 동호 중 서호와 마호, 동호의 위치는 지금 지명으로부터 짚을 수 있다. 서호는 서강대교가 지나는 언저리였고, 동호는 동호대교가 놓인 곳 일대였다. 그럼 용호는 어디에 있었을까. 용호는 땅의 지형에서 나온 이름이다. 마포구와 용산구 사이에 기슭을 내린 용산은 용이 머리를 든 모습이라고 해서 그런 명칭을 얻었다. 이로부터 용호는 원효대로가 지나는 인근이었으리라고 나는 추정했다. 이는 서울 토박이 이훈종의 ‘오사리잡놈들’에서 나중에 확인했다. 용산은 지금 미군 기지가 있는 용산보다 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서호, 마호, 용호의 세 포구는 전통적으로 조선시대 경강상업의 중심지였다. 이 가운데 마호는 가운데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운송과 교역 물량에서 양 옆의 서호와 용호를 능가했다. 그래서 마호와 마포는 한강에서 보거나 뭍에서 보거나 양 옆의 포구를 거느린,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앞에 놓인 포구라는 뜻에서 그 이름을 갖게 됐다는 게 내 가설이다. 앞을 뜻하는 마파람의 ‘마’가 마호와 마포에 쓰였다는 말이다.

‘마파람’과 뜻이 같은 단어로 ‘마풍’이 쓰였다. 마풍은 ‘뱃사람들의 은어로 남풍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남풍과 마파람은 앞바람이나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뜻했다. 포구의 이름은 뱃사람과 뱃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정해진다. 이는 마호와 마포가 ‘앞 포구’를 가리켰다는 내 가설을 그럴듯하게 하는 사실이다.

게다가 옛 사람들은 마풍을 ‘麻風’이라고 적었다. 조항범의 ‘국어어원론’을 보면 조선시대 이익은 저서 ‘성호사설’에서 ‘南風爲之麻卽景風’이라고 했다. ‘남풍은 마풍, 즉 경풍이라고 했다’는 뜻이다. 이 설명대로 경풍은 마풍, 남풍과 뜻이 같은 단어다. 앞을 뜻하는 ‘마’를 ‘麻’로 적었다는 사실은 ‘麻浦’의 ‘麻’가 ‘앞 마’를 표기한 글자라는 추론을 뒷받침한다.

옛 사람들이 마포의 어원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마’가 앞이라는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누구나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는 ‘마당’의 ‘마’도 앞을 뜻한다고 본다. 이 가설 또한 내가 새로 제기한 것이다. 앞뜰을 가리키는 마당에 ‘앞’이 추가로 붙으면서 ‘앞마당’이라는 낱말이 생겼고, 앞마당이 나오자 이에 대응하는 ‘뒷마당’이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마포의 옛이름으로 통하는 ‘삼개’는 나중에 부회된 것으로 보인다. 마포를 ‘麻浦’라고 적다보니 간혹 이 麻浦의 麻를 뜻으로 읽어 ‘삼개’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여기서 삼개라는 별칭이 나왔을 것이다.

서호, 마호, 용호를 아울러 ‘삼개’라고 지칭하다가 그 중 가운데 포구가 삼개라는 이름을 물려받았고, 삼(三)을 삼(麻)로 착각하는 일이 빚어진 데서 마포라는 이름이 빚어졌다는 가설 또한 견강부회이지 싶다.

마포도 앞개고, 목포도 앞개다. 목포는 뒷개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고, 마포는 세 포구 중 좌우가 아니라 앞에 있다는 측면에서 붙인 이름이다. 마포는 목포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마포구청]

[자료]
-조항범, 국어어원론, 개신, 2009
-홍석모 편저 진경환 역주, 서울 세시 한시, 보고사, 2003
-이훈종, 오사리잡놈들, 한길사, 1994
-동아일보, 정도600년 서울 재발견, 1994.5.23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블로그 ‘재밌잖아, 한강이니까’ 중 ‘서울의 강’ http://seoulhangang.tistory.com/79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