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배우가 느끼는 날 것의 행복, 이제 알았어요”
기사입력 :[ 2013-03-16 15:29 ]


-<트루웨스트>, 뺨 맞고 던지고 구르고 목 조르며 성장하는 이동하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미국 극작가 샘 셰퍼드 원작의 <트루웨스트>는 ‘야성적 방랑자’인 형과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두 형제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이중성을 다룬 블랙코미디이다. ‘매장된 아이’, ‘굶주린 층의 저주’와 함께 샘 쉐퍼드의 가정 비극 3부작 중 하나이다.

2013년 <트루웨스트>의 형제 리&오스틴은 총 3쌍. 배우 이동하 vs 김종구, 홍우진 vs 정문성, 박은석 vs 장지우 페어로 꾸려졌다. 역대 형제 중 가장 ‘격렬한 형제들’로 평가 받은 이동하, 김종구를 연달아 만났다. 동생을 한 시간 먼저 만난 후 나중에 형의 속마음을 들어본 것.

■ 말문 트기 대화

-지금까지 이동하 배우가 출연한 ‘음악 에세이’, ‘내 이름은 김삼순’, ‘스페셜레터’, ‘폴링 포 이브’, ‘라카지’, ‘나쁜자석’에 이어 ‘트루웨스트’까지 총 7작품을 봤어요.
“와~ 많이 보셨군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보게 되신 거죠?(웃음). 그렇다면 제 연기 변천사를 다 보셨겠네요.”

-제가 돌직구 스타일입니다. 바로 질문 던질게요. 그동안 무대에서 봤을 땐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갇혀서 연기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트루웨스트’는 확실히 그 벽을 깬 느낌을 줬어요. 그래서 인터뷰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많이 깨지면서 무대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나쁜자석’때 확실히 깨졌어요. ‘나쁜자석’ 공연 때는 어떠셨나요?”

-‘나쁜자석’때도 많이 변화된 모습을 느끼긴 했지만, 제가 100% 몰입해서 본 건 ‘트루웨스트’입니다. 진짜 형제처럼 느껴졌거든요.“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 그리고 대사의 어미 뉘앙스까지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자. 이 모든 걸 느끼고 가자고 생각하면서 무대에 섰어요. 진짜 형제처럼 느껴졌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 명확하고 격렬하고 뜨거운 형제들 <트루웨스트>

<트루웨스트>의 동생 ‘오스틴’은 헐리우드의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재원. 평소 형 ‘리’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해왔던 그는 자신의 시나리오에 투자하려던 사울키머가 ‘리’에게 관심을 보이자 마침내 숨겨져 있던 내면의 야수성을 드러내며 일탈을 시도한다. 배우 이동하의 극단적인 캐릭터 변화를 만날 수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형제로 출연하는 김종구 배우가 동생의 마음을 살살 긁어대던데, 궁합은 어떤가
“종구 형에게 감사해요. 진짜 형이라고 믿고 가니까 더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상대 배우를 믿지 못하면 그렇게 실제로 물고 목을 조르는 등 리얼한 액션 연기를 선보일 수 없다.
“맞아요. 상대배우인 형을 신뢰해요. 처음 연습 땐 너무 힘들었어요. 리가 오스틴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실제 기절하기도 했거든요. 조금 뒤 정신을 차렸는데 진짜 눈물이 나더군요.”

-김종구 ‘리’는 어떤 스타일인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고 말하면서 의견을 공유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동생과 거리감을 둬요. 그래서 초반엔 직접 대놓고 ‘저 싫어하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는 형제인데 친한 형제가 아니다. 어렸을 땐 친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러는거니 받아들여 달라. 난 널 더 괴롭힐거다. 형이 하는 걸 느끼고 가면 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형의 생각에 동의하구요.”

-두 형제의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더라. 돌발 상황도 많이 발생했을 것 같다.
“마지막에 전화기 줄로 형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는데, 어느 날은 난장판이 된 바닥의 쓰레기로 인해 전화기 줄이 보이지 않았어요.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다 그냥 맨 손으로 목을 졸랐어요. 죽일 수 없을 만큼, 죽기 진전까지 ‘세게’ 졸랐어요. 그렇지 않으면 가짜가 돼 버리는 거잖아요. ‘이러다 형이 죽으면 어떻게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날 공연 끝나고 형을 보니 목 실핏줄이 다 터지고 멍이 들어있더군요.”

-그때 느낌이 어땠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신선했어요. 더 기억에 남는 점은 그날이 처음으로 형이 동생의 입에 토스트를 집어넣었던 날입니다. 미리 정한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형이 ‘빠삭하게 잘 구워진 토스트’를 제 입안에 넣었어요. 입술 주변은 다 긁히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났죠. 그러자, ‘갈 때 까지 가 보자.’ 이런 기분이 팍 올라오기도 했어요. 대개 형이 공연이 끝난 뒤 그 날의 공연에 대해 한 마디씩 던지는데, ‘오늘은 우리 형제가 많이 느끼고 간 날이다’고 말했어요.”

-관객마다 감상은 다르겠지만, 그 장면으로 인해 ‘토스트’ 의미가 확실히 느껴졌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함께 해보자는 의미로도 느껴졌다.
“원래는 없던 장면인데, 그렇게 동생 입에 토스트를 넣어서 더 좋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극중에서 ‘토스트’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동생이 훔쳐온 여러 대의 토스트 기계는 형과 동생의 상하관계 감정을 나타내요. 그 이면엔 평범하고 억눌려있던 삶을 사는 사람의 처절함과 간절함이 담긴 물건이란 의미가 담겨있어요. ‘할 수 있다’는 의지 같은거요. 그리고 해가 뜨면 두려운 형과 달리 동생에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토스트’로 표현하기도 하구요.”

-프레스콜에서 ‘오스틴’이 건넨 토스트를 ‘리’가 던지면서 '꼬맹아, 나랑 거래하자’는 말이 나오는 장면에선 슬픔의 전율이 온다고 했는데 좀 더 설명하자면
“매번 러브스토리만 쓰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에게 ‘진짜’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진짜’는 형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거죠. 형 존재가 두렵기도, 무섭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형이 동생에게 거래하자고 하면서 ‘예술적인 수리수리 마수리’를 다 동원해 글을 쓰라고 해요. 저작권도 돈도 다 형 것이 된 뒤 사막으로 데려가준다고 하거든요. 이때 느낌이 형의 내면을 본 듯 해 슬프기도 하지만 어쩔 땐 ‘씨익’ 웃게 되는 날이 있어요. 동생이 형에 대한 무서움을 넘어서 미치게 되는거죠.”



■ 배우로서 전환점 ‘나쁜 자석’ 그리고 ‘트루웨스트’

이동하는 2008년 뮤지컬 <그리스>의 앙상블로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나왔지만 배우보다는 기획일이 본인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배우에 대한 큰 애정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본인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런 그에게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게 해 준 작품은 바로 <나쁜자석>이다. 2012년 <나쁜자석>이 배우로서 전초전이었다면, 2013년<트루웨스트>는 배우로서 보다 탄탄한 내실을 다지게 된 작품이다.

-전공이 ‘연극 영화과’ 인데 배우에 대한 꿈이 없었는가
“학교에서 연기 관련 이론 수업을 받긴 했지만, 대학 재학 중에도 연기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파워포인트로 자료를 작성하거나 공연 리플렛을 만들어서 스폰서를 따오는 공연 기획 일을 더 많이 했어요. 제 활발한 성격과도 잘 맞았구요.”

-그렇다면 어떻게 ‘연극 영화과’를 가게 된 건가
“제가 고교 시절에 방황을 많이 했어요. 집안이 엄해서 장남이 공부 쪽으로 나가길 원하는데 전 뛰어나가서 노는 쪽이 더 좋았거든요. 그래서 엇나가 방황을 했어요. 삭발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고 2때 가출을 했어요. ‘뭐하고 살까’ 고민하고 있는데 고교 짱이었던 친구가 절 대학로로 데려가 어떤 형을 만나게 해줬어요. 서울예대 연극과 다니는 형이었는데, ‘뭐하고 싶은지 생각해봐라’라고 툭 말을 던지더군요. 그래서 ‘힘들고 하고 싶은 게 없다’라고 답하니 그동안 ‘재미있었던 일이 있었을 거 아니냐’ 라고 되묻더군요. 곧 교회에서 했던 ‘성극’이 떠올랐어요. 그걸 이야기하니, 형이 바로 ‘너 그거 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 뒤로 바로 가출 접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 형이란 분이 이동하 배우의 인생을 뒤 흔들어 놓은 사람인 것 같다.
“제 인생을 바꾸어 놓은 사람인건 분명해요. 그때 막연한 기분이긴 했지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형 때문에 연극영화과를 들어가게 된 거죠. 당시만 해도 ‘배우를 하겠다’는 마음이 크지 않았어요.”

-배우에 대한 의지가 확실히 서지 않는 가운데 작품을 해 많이 힘들지 않았나
“처음에 시작한 ‘그리스’는 멋 모르고 너무 재미있게 한 작품입니다. 앙상블에서 시작해 극중에서 엉덩이 까는 ‘로저’ 역까지 맡게 됐어요. 그런데 ‘폴링 포 이브’, ‘라카지’란 작품을 하면서 많이 부딪쳤어요. 그 당시가 고민이 많이 생겼던 시기입니다.”

-‘라카지’ 작품 할 때 어떤 점이 많이 부딪쳤는가
“극중 ‘장 미셀’은 부모님에게 ‘우쭈쭈’ 엄청난 사랑을 받는 캐릭터입니다. 정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청년이죠.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 무대에 서면서도 스스로 어색하다고 느꼈어요.”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은데, 아닌가
“부모님께 칭찬이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래서 더 ‘나쁜자석’의 프레이저 역에 끌렸어요. 의사 부모 밑에서 멀쩡하게 자랐지만 칭찬 한번 못 들어본 아이거든요. 자라온 환경이나 성격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나쁜자석’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추민주 연출님에게 정말 감사해요. 대사 하나 하나 이때의 프레이저 감정 하나 하나 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진짜 느끼고 가니까 편해지더군요. ‘나쁜자석’ 공연 하면서 스스로 ‘배우’란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이젠 배우 이동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아직도 ‘배우’라고 말할 수 없어요. 여전히 ‘배우 지망생’이죠.”

-달라진 연기에 대해서 칭찬은 받지 못했나
“못 들었습니다. 동료 배우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구요.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제 작품 보고는 칭찬은 안하던데요. 가족이라 그런지, ‘왜 그렇게 땀을 흘리냐. 힘들어 보인다’ 이런 말들만 하더군요.”

-대사의 강약을 잘 살리는 배우가 진짜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오스틴의 대사가 너무 잘 들렸다. 귀가 예민해 대사가 안 들리면, 배우든 작품이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웃음) 대사의 ‘어미’에도 더 신경쓰게 됐어요. 미숙할 땐 이해 못하고 그냥 흘러 내보낸 대사가 많았다면 이젠 하나도 놓칠 수 없어요. 매일 대본을 읽어요. 읽을 때마다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 하나 발견해가고 있습니다. 이 점이 힘들기도 한데 점점 재미를 붙여가게 만들어요.”



■ 배우고 성장하는, 그래서 살아있는 배우 이동하

요즘 배우 이동하의 화두는 ‘진짜가 될 수 있을까’였다. '진짜 서부(True West)'를 그리며 사막으로 가고픈 동생 오스틴의 내면, 피를 나눈 진짜 형과 동생의 마음,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란 뭘까에 대한 고민이 다 담겨있다.

-동생 ‘오스틴’에게 진짜란 뭔가
“형이 진짜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저한텐 ‘형’ 자제가 진짜죠.

-배우로서 ‘진짜’란
“배우의 진심이 느껴져 관객이 빠져들 수 있는 것. 이질감 없이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 무대에서 진짜 살아있는 것 아닐까요.”

-배우로서 행복한가
“‘트루웨스트’를 하면서 오늘은 무대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레입니다. ‘배우가 참 행복한 직업이다’는 것을 요새 참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현재 31세다. 40세 이후에도 쭉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건가. 무대에서 계속 지켜보겠다.
“끝까지 해보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집중과 노력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계속 배우로 살고 싶어요.”

배우 이동하는 인터뷰 말미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무엇보다 ‘정서의 환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공연 속에는 땀과 눈물, 몸짓과 손짓이 살아있어요. ‘진짜로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싶다면 좋은 공연 한편을 봐라’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날 것의 정서가 주는 묘미가 있잖아요. 저희 연극 ‘트루웨스트’요?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억눌려있는 현대인들에게 해방감과 공감의 정서를 안겨 주는 작품이죠. 꼭 보세요.”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3월 14일 화이트데이였다. 조곤 조곤 대화하는 묘미가 살아있었던 동생 이동하의 인터뷰가 끝날 때 쯤, 형 김종구가 추파춥스 대형 사탕 통을 들고 돌연 등장했다. 이후 잠시 인터뷰 장을 떠났다 돌아온 이동하 배우의 손에 들린 건 세모난 모양의 초콜릿이었다. ‘리’와 ‘오스틴’의 취향이 반영된 초콜릿과 사탕을 먹을 수 있었던 달콤한 인터뷰 시간이기도 했다. 특유의 웃음을 지은 채 “기자님 사탕 좀 드실래요?”라고 말문을 연 김종구 배우의 다음 인터뷰를 기대해 달라. 도발적인 대답이 많이 나와 흥미진진한 인터뷰였다고 귀띔할 수 있겠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악어컴퍼니]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