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쿠, 문제는 아이유가 아니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억울한 면이 있긴 하다. 처음부터 거대한 납덩이를 짊어지고 시작하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2년과 2013년 초까지 KBS 주말드라마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물론 몇 년 동안 그 시간이 금덩이가 발에 툭툭 채는 그런 시간대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2012년과 2013년이 특별했던 까닭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내 딸 서영이>가 시청률은 물론 작품성도 꽤 인정을 받은 드라마였기 때문이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기존 가족드라마의 패턴을 유쾌하게 뒤집는 재미의 맛이 있었다. <내 딸 서영이>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힘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반면 <최고다 이순신>은 전형적인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아직 초반부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순신이는 비록 사기를 당했지만 곧 기획사 대표 신준호를 통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해갈 것이다. 유전자 검사는 받지 않았지만 현재 순신이의 친모일 가능성이 거의 99퍼센트인 송미령과 순신이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질지 그리고 그 사이에 어떤 갈등이 펼쳐질지 시청자들은 다 알 수 있다. 악역의 존재감과 코믹함의 존재감을 갖고 있는 조연들이 만들어나갈 동선 역시 너무 뚜렷하다.

그렇다보니 <최고다 이순신>의 초반부만 보아도 몇 편의 드라마들이 휙휙 스쳐지나간다. 사실 대부분 떠오르는 드라마들의 패턴은 주말드라마보다 오히려 일일연속극에 가깝다. 납득이 가지 않는 뜬금없는 사건으로 위기에 처하는 주인공, 그 주인공을 도와주는 또 납득이 가지 않는 우연한 사건들. 현재까지의 <최고다 이순신>은 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3주간의 외식으로 비교하자면 이러하다. 3주 전 우리는 예식장에서 오랜만에 놀라운 뷔페요리를 맛보았다. 아니, 예식장 뷔페도 많이 발전했구나, 입맛을 다시며 접시에 그득 음식을 담는다. 그 다음 주에는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한정식을 먹는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다시 예식장을 찾는다. 이번 예식장의 뷔페 요리는 지극히 평범하다. 음식은 짜고, 달고, 종류는 많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걸 찾기 어렵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늘 예식장에서 접해왔던 뷔페요리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 뷔페요리의 맛이 지금 <최고다 이순신>이 아닌가한다.

제작진 역시 이 전형적인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아이유를 주연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드라마의 신선함은 사실 스토리나 설정보다는 순신 역할을 맡은 아이유라는 존재에 있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도 많은 말들이 오갔다. 과연 아이유가 주연을 그것도 주말드라마에서 잘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들.



사실 <최고다 이순신>에서 아이유는 그렇게 많이 거슬리는 편은 아니다. 어차피 순신이 모든 이들이 반하는 미소녀라는 설정도 아니고 평범한 외모의 씩씩한 여주인공이기에 아이유 정도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연기 역시 다른 중견배우 특히 순신의 어머니 아버지를 연기하는 고두심과 정동환의 감정연기를 해칠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고두심이 연기하는 길러준 엄마와 함께 있을 때는 애잔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다만 목소리를 크게 지르면 너무 쇳소리가 나거나 슬픈 감정을 연기할 때 너무 드라마틱하게 연기하려고 애쓰는 부분은 고쳐나가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아직 감정조절이 강약강약이 아니라 어떻게든 강강강강, 이란 느낌이다. 하지만 아이유 정도면 슬픔을 털어내고자 부엉이와 까마귀로 변신했던 <웃어요, 엄마>의 다비치 강민경 짤방 같은 것은 등장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최고다 이순신>이 얼마나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 아리송하다는 점이다. 빤히 보이는 설정을 재미있게 끌고 가려면 긴장감과 유머가 적절한 양념으로 배어 있어야 한다. 김갑수, 고두심, 이미숙, 조정석 등의 배우들은 자기가 맡은 역할이 아무리 진부하더라도 거기서 최대한의 캐릭터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 자체에서 풍기는 맛은 아직까지 딱히 긴장감이나 유머감각 어느 하나도 제대로란 느낌은 없다. 무엇보다 이순신이라는 이름과 백원의 연결 같은 농담은 재치도 없고 드라마의 수준 자체를 백원짜리로 떨어뜨리는 격이다.

물론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최고다 이순신>은 25%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긴 할 것이다. 이 시간은 언제나 발에 금덩이가 채이는 시간이고 설마하니 에 밀리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덧붙여 말하자면 KBS 일일연속극 역시 언제나 시청률은 1위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는 이미 오래 아니던가.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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