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예측근거

[서병기의 대중문화 프리즘] 강호동은 복귀 후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컴백한 강호동을 보는 시각은 지금까지 대체로 두 가지다.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예전 같지 못하다’ ‘예능감이 떨어졌다' ‘강호동 힘빨이 줄었다'라는 평가가 그 하나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게 나오니 거의 실시간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연예판의 속성상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평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률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는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강호동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는데 <달빛프린스> 하나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강호동을 혹평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정반대의 두 시각 모두 나름 그럴만한 근거와 이유를 달고 있다. 하지만 강호동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조금 헷갈린다. 그래서 기자는 곧 두 개의 야외프로그램을 선보일 강호동의 전체적 진행능력과 스타일을 그의 성격에 맞춰 바라볼 필요성을 느낀다.
 
강호동이 복귀 후 맡은 세 개의 프로그램 중 <스타킹>은 강호동 혼자 끌고 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강호동의 에너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시선이 분산된다. 그래서 잘 되어도 강호동의 공이라고 호들감을 떨기 힘들고 못돼도 강호동 탓으로만 몰고 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의 책임이 상당히 큰 프로그램이다. 강호동이 복귀 후 처음에는 조심하고 긴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나 바로 예전 실력과 감각을 회복했다. 하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못보고 있을 뿐이었다. 10회 손님인 백지연이 나왔을 때는 완전히 긴장이 풀려 예전의 감각을 100% 회복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밀당’은 큰 재미를 선사했다. 김미경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는 최고의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미경의 에너지가 워낙 강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강호동은 어딘가 모르게 약해진 모습이었다. 강호동은 게스트를 몰아붙이는 형식이 아닌, 부드럽고 편안하게 진행하고 맞장구치는 스타일을 보여줬다. 강호동은 <무릎팍도사>에서 복귀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달빛프린스>는 ‘책'이라는 소재를 계속 가지고 갔다면 유재석이 와도 힘들다. 물론 ‘폭망'한 프로그램에 들어간 MC에게도 잘못은 적지 않다. <달빛프린스>는 강호동에게 혹평을 내리게 된 주범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강호동의 순발력과 리액션은 간간히 돋보였다.
 
강호동이 예능에서 크게 좌우하는 건 그의 성격이다. 복귀 후 강호동이 ‘너무 약하다' ‘위축돼 있다' ‘좀 세게 치고 나와라'와 같은 조언들을 주위에서 많이 해주었지만 자신이 그 느낌을 확실히 소화할 수 있는지를 감안했다.
 
강호동은 <1박2일>에서 힘찬 맏형의 모습을 보일 때도 강하고 큰 것 같지만 매우 섬세한(강호동은 센스티브라고 표현했다) 사람이다. 기자에게 “생긴대로 살지 않으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니 대중의 눈치를 살펴 발동이 늦게 걸릴 수 밖에 없다.



김구라는 <썰전>에서 강호동의 복귀 후 부진 이유에 대해 “강호동에게 1년은 너무 길었다. 복귀한 후에도 남의 이야기만 끄집어내고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박지윤은 “나쁜 남자였던 남자친구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해서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꼴도 보기 싫어진다”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눈치를 보냐”고 말했다.
 
강호동에 대한 분석치고는 정확하다. 하지만 성격이 그렇지 못한 걸 어떡하겠냐. 강호동은 다시 한다고 해도 소심한 진행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파워'와 ‘에너지'를 주어야 할 강호동이 조심하는 모습은 대중에게는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본인은 아직 조금 더 연착륙의 시간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대중이 강호동의 진행스타일을 받아들이는 정서와 강호동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내놓는 데에는 약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대중과 언론은 그런 강호동에게 몸풀 시간을 충분히 줄 리가 없다. 하지만 이젠 강호동에게도 치고 나올 수 있는 기회와 명분이 생겼다. 곧바로 강한 모습을 못보이고 우물쭈물 하는 현 상태를 강호동 자신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듯하다.
 
만약 복귀와 동시에 “시베리아 호랑이가 돌아왔다”며 소리를 질렀다면 아마 비호감으로 낙인 찍혔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야외로 나와 방방 뜨면서 소리를 꽥꽥 질렀다면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처럼 됐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강호동도 이제 강하게 나갈 수 있는, 생활인으로서의 명분이 생겼다. “저도 이제 끝까지 왔습니다.” 지금이 기회다. 이제 복귀 후 침체된 이미지도 바닥을 치는 듯하다. 그래서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눈치 보지 않고 시원한 리액션과 순발력을 보여준다면 “역시 강호동은 야외다”라는 드라마와 같은 반등이 생길 것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사진=SBS,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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