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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극장 온 관객들의 욕망은 뭘까요?”
기사입력 :[ 2013-03-29 18:31 ]


-[인터뷰] <한팩 라이징 스타> 안무가 곽고은
-한편의 무용을 통해 도시를 산책하게 만드는 안무가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다른 예술과 달리 ‘춤’ 만이 할 수 있는 건 뭘까? 정영두(DooDanceTheater) 안무가님이 제게 던진 질문이자 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춤’은 ‘신체’와 뗄 수 없는 움직임이고, 이 움직임을 누군가는 ‘춤’이라고 부르잖아요. ‘춤’이 형식화된 형태가 ‘무용’인 것 같기도 하구요. 정형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춤’을 형식화시켜 ‘무용’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답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2013 한팩 라이징스타>에 참여하는 안무가 곽고은을 대학로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주최하는 ‘한팩 라이징스타’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안무가들을 선정하여 작가정신을 펼칠 수 있도록 돋움 발판을 마련해주는 장이다. 곽고은은 ‘한팩 라이징스타’와 연계된 프로젝트인 <차세대안무가클래스>에서 “작품화를 통한 발전가능성, 동시대적 사회환경에 대한 내러티브가 창작품으로서 의미있다”는 호평을 받은 안무가 중 한 명이다.

총 6명의 안무가가 두 팀으로 나누어 무대에 오른다. 임지애 정정아 최승윤(1팀)은 오는 3월 29일과 30일 무대를 책임지고, 곽고은 안수영 최수진(2팀)은 4월 5일과 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작품을 선보일 예정.

■ ‘객석의 욕망은 뭘까’에 화두를 던지는 무용 <판매를 위한 춤>

곽고은 안무가가 무용수 박수인, 이세승과 함께 선보이는 <판매를 위한 춤>은 ‘도시'라는 장소의 미시적 관찰을 통해 수집․채집한 데이터를 안무의 재료로 삼은 도시 연작 시리즈이다. 이 ‘도시미생물프로젝트’는 강남역의 특수성과 이면성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정글>(2010)을 시작으로, 극단 Creative VaQi와 공동창작으로 진행한 지하철 게릴라 퍼포먼스 <강남 여행자 수칙>(2011)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곽고은 안무가는 “도심 한복판에서 광고 판넬을 두 손에 쥐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도시 시스템 속에서 인간이 상품화 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도시를 관찰하며 ‘인간 간판’을 보게 됐어요. ‘도시라는 특수한 장소에 속해 있는 몸’에 대한 고민이 시작 된 거죠. 그러다 ‘극장’과 ‘상품’의 연관성으로까지 생각이 확대됐어요. 무용이든 연극이든 결국 많은 사람 앞에서 뭔가를 보이는 일이잖아요. 이게 하나의 상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어요.”

미술평론가이자 사회비평가인 ‘존 버거’와 철학자 ‘짐멜’의 책을 읽으며 무용수들과 생각을 공유한 곽씨는 ‘일정 액수의 돈을 지불하고 극장에 온 관객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무용수인 우리들은 뭘 보여주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르게 된다.

“존 버거의 ‘이미지(Ways of Seeing)’란 도서가 극장과 공연의 상품성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줬어요. 이후엔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란 책을 읽으며 공부했고요. 산업사회가 되면서 변화된 인간관계의 현상을 객관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는 책이거든요. 다나카 요우의 '상품 기획을 위한 시나리오 씽킹'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렇게 아이디어가 생겨나면 안무도 추가적으로 확장시켜 나갔어요.”

이번 작품의 특이점은 ‘객석의 욕망은 뭘까’에 대한 화두까지 던지고 있다는 점. “티켓을 사고 극장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상업성’을 드러낸다고 봤을 때, 돈을 지불한 관객들은 나름의 욕망이나 욕구가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이 실현 될 거란 느낌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서지 않았을까요. 소극장에서 기대하는 것, 대극장에서 기대하는 게 또 다를텐데. ‘그들의 욕망은 뭘까’에 까지 생각이 이르게 됐어요.”

관객으로 극장에 들어설 때 품게 되는 개인적인 욕망을 넌지시 물어보자, 곽씨는 ‘좋은 감상자도 아니고 순수 관객도 아니다’고 답 했다. “작가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무용작품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다른 무용수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마음도 없진 않을 겁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영감을 얻기 위해 갑니다. 최근에 본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관하여>란 작품도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미술적 영감이 너무 좋아 보러갔어요. 결국 작업자로서의 욕망을 품고 극장에 들어선거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2013 <페스티벌 봄>초청 아티스트로 ‘Q&A’란 작품을 들고 온 다니엘 콕이 떠올랐다. “다니엘 콕 그 분의 작품을 실제로 보진 못하고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어요. 댄스 2명이 대화하는 무용으로 저와 풀어내는 방식은 달랐는데, 제가 하려는 이야기와 비슷해서 놀랍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어요.”

■ 도시의 삶을 그리는 안무가 곽고은

서울출생인 곽씨는 유년시절 잠시 전라북도 무주 구촌동이라는 시골에서 기거하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약 2년간 그곳에서 배와 경운기를 타고 학교에 등교하고, 물고기도 잡으며 자유를 느꼈다. 도시에서 완전히 떨어진 그 곳에서의 생활은 스트레스가 꽉 찼던 도시 생활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후 다시 서울로 돌아왔지만 그 때의 경험이 안무 작업의 베이스가 됐다.

곽고은은 스스로를 ‘시골 쥐가 서울 쥐가 되어 도시를 구경하듯 도시를 관찰한다’고 했다. 파리의 시인 보들레르가 외로운 도시를 시로 풀어냈다면, 독일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은 필생의 역작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조명했다. 곽고은은 한편의 무용을 통해 도시를 산책하게 만드는 안무가이다.

“<정글>이란 작품을 올린 뒤 어떤 분이 ‘보들레르’의 시를 인용해 평을 해 주셨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보들레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시를 읽으며 공부를 해 나간거죠. 그렇게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 분이 ‘발터벤야민’입니다. 이화여대 최석만 교수님의 수업도 들으며 차근 차근 알아나갔어요. ‘발터벤야민’의 글로 적어 논 도시의 일상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최교수님이 ‘왜 한국에선 아케이드 프로젝트’ 같은 작업을 하지 않느냐?’ 란 말까지 하셨는데, 그 때 내가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도시 미생물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되자,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작업들이 하나 둘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경성 작가와 성기웅 연출가 모두 그렇게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경성 작가의 ‘쇼파를 옮겨드립니다’를 흥미롭게 본 뒤 <강남의 역사-우리들의 스팩태클 대서사시>에 참여하게 됐어요. <강남 여행자 수칙>이란 지하철게릴라 퍼포먼스를 공연의 한 섹션으로 연출했었거든요. 이번엔 ‘두산인문극장 2013’ 연극 <서울연습-모델, 하우스>를 무대에 올린다고 들었는데, 저와 관심사가 비슷하세요. 물론 작업 방식은 각자 다르지만요. 성기웅 연출님이 올린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도 참 반가운 작업이었어요. ‘구보’라는 인물도 연극 안무 작업을 통해서 자세히 알게 됐는데, 구보가 관찰한 도시의 풍경과 질감, 시대상이 많이 공감 됐어요.”



■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무용, 숨구멍이 열려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소녀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을 오가며 오페라, 연극, 뮤지컬, 국악등을 섭렵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좋아하지만 연기엔 매력을 느끼지 못한 소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을 배운 뒤 예고에 진학해 한국무용을 전공하기에 이른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 들어간다.

곽씨는 무용수로 시작했지만 안무에 대한 관심도 그 누구 못지 않다. “무용수로 무대에 서면서 어느 순간 ‘결핍’을 느끼게 됐어요. 무대 서는 것도 행복한데 저의 여러 가지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풀어내고 싶었어요. 제가 무용수로 몸담고 있는 두댄스씨어터의 정영두 안무가도 폐쇄적인 분이 아니라 절 많이 지지 해주세요. 얼마 전엔 LG아트센터에서 선 보인 두댄스씨어터 기획공연 <춤, 극장을 펼치다>에서도 무용수 뿐 아니라 안무가로서 참여하게 해 주셨죠.

대학교 수업을 전문사(대학원)선생님들과 같이 들었는데, 그 때 경험도 많은 영감을 줬어요. 학부는 대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쭉 무용만 공부했던 학생들이 오거든요. 그런데 전문사는 철학 문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신 분들이 많이 와요. 기억나는 일화로는 그 분들과 함께 발레수업을 듣는데, 춤을 추시던 분이 아니라서 그런지 너무 못하시는 겁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못하나 무시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분들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면서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 분들은 왜 저런 움직임이 나오는지 발레의 원리를 꼼꼼히 알아내세요. 저는 너무 익숙한 탓에 동작을 하며 ‘왜 손이 내려오나’ 이런 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은거죠. 무용수도 그러겠지만, 안무가라면 그 쪽으로까지 더 생각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 분들과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최근 가장 기뻤던 순간은 관객으로부터 “뭔지는 모르겠지만 느낀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다. “지난 쇼케이스가 끝나고 무용수의 어머님이 제게 다가오시더니 ‘그 동안은 내 아들이니 보러 다니는 마음이 컸는데, 이번엔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무용에 대한 느낌이 왔다고 말씀 하시니 너무 행복한 거죠. “

곽씨는 ‘일반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작가들에게도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무용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무용이란게 비 논리적 장르인데 다 이해하게 친절하게 만든다는 건 아니라고 봐요. ‘공유’할 수 있는 무용, 숨구멍이 열려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이번 작업으로 약간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

곽고은 안무가는 관객의 피드백을 절실히 원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무용수들은 자기들만의 외딴 섬에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콧대가 높아요. 친구나 지인들의 반응도 제대로 볼 수 없어요. 술 마시고 이야기하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독립예술창작포럼 단체에 들어갔어요. 피지컬씨어터 ‘꽃’의 이철성 연출이 만든 단체인데, 피드백을 갈망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각과도 일치해요. 영화감독, 연출가, 시를 쓰는 사람 등이 같이 모여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이번에 제 작품을 보고 어떤 이야기들을 해 주실지 기대하고 있어요.”

감상자로선 ‘피나 바우쉬’의 무용이 좋고 안무가로선 ‘윌리엄 포사이스’의 무용에 끌린다고 말하는 아티스트 곽고은, “내러티브가 강한 ’피나바우쉬’의 무용은 감상자로서 확 젖어들어 볼 수 있어 좋아해요. 반면, 윌리엄 포사이스는 무용수의 몸을 미디어처럼 보이게 하죠. 전혀 다른 느낌인데, 안무가로선 많은 영감을 얻게 되요. 또 어떤 메시지나 내러티브가 없어도 감각적인 이미지 놀이가 있는 무용도 좋아해요. ”

■ 훈훈한 대화

-무용 장면에서 본 ‘코사지’를 미니 브로치로 달고 간담회에 나왔던데, 그 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선물 포장할 때 마지막을 장식하는 ‘코사지’가 작품에 나오기도 하고, 일종의 재미있는 콘셉트로 간담회 때 착용하고 나왔어요. 인상적이었다니 다행이네요. 제가 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잠시 그 쪽으로 공부한 적도 있어요. 직접 소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인터뷰 후 급하게 뮤지컬 연습 현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혹시 2013년 최고의 화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안무하러 가시는 건가요?
“네. 충무아트홀 초연 시 많은 인기를 받은 작품이라 대학로에서 앙코르 공연하게 됐어요. 새로운 배우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안무적인 부분을 개별적으로 알려주러 갑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안무 하면, 귀여운 남자배우들의 안무를 빼 놓을 수 없는데요. 이번에 선 보이는 ‘판매를 위한 춤’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도 했구요.
“박소영 연출가가 극 전개상 남자들의 귀여움이 드러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그런 제스처가 나오게 된 거죠. 배우들도 처음엔 손 발이 오그라드는 안무에 ‘이게 뭐야’ 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그 장면을 엄청 좋아해주셨어요. 사실 주요 안무씬은 순호의 악몽 장면인데 대중이 좋아하는 장면은 또 따로 있는거니까요.”

-극 중 ‘여신님’ 빼곤 온통 남자배우들 밖에 없던데, 배우들의 유연성은 어땠나요?
“‘최성원, 임철수 배우는 정말 움직임의 센스가 남다르세요. 윤소호 배우는 정말 열심히 하는 스타일입니다.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순호‘ 캐릭터와도 잘 어울렸구요. 제가 알려 준 안무가 잘 안 되면, ”선생님 저 화장실에서 주방 갈 때도 이 안무로 갑니다.“라고 반응할 정도죠. 기특하더라구요.(웃음)”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한국공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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