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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병기요? 거품 빼야 더 잘 할 수 있어요”
기사입력 :[ 2013-03-31 15:17 ]


- [인터뷰] <한팩 라이징 스타-타임 트래블 칠공팔공> 안무가 안수영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주최하는 <2013 한팩 라이징스타>에 참여하는 안무가 안수영은 컨템퍼러리 댄스 <백조의 호수>로 2012년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차세대 안무가이다.

<2013 한팩 라이징스타>에 참여하는 안무가는 임지애 정정아 최승윤 곽고은 안수영 최수진 이렇게 총 6명이다.

안수영은 뉴욕 현대무용단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company)’의 최수진, 전통과 현대 그리고 몸과 매체의 만남 아래 새로운 안무적 언어와 그 가능성을 찾고 있는 임지애와 함께 수상경력 및 활동이 주목을 받아 ‘한팩 라이징스타’로 선정됐다.

■ 아! <백조의 호수> 그 남자와의 대화

(명함을 건네받고 반가운 표정으로) “어. 저 기자님 이름 알고 있어요.”

-2011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ㆍ시댄스)에서 <백조의 호수> 잘 봤어요.
“리뷰 읽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안수영입니다.

-<백조의 호수>가 유럽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평이 나왔나요?
“위트가 있다는 평도 있었고, 음악을 너무 잘 분석해서 안무했다는 평도 받았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와서 봐도 좋아할 것 같다’고 말씀 해주시기도 했는데, 저에겐 엄청난 칭찬이죠. 그런데 그게 다 ‘용기 반 거품 반’ 인 것 같아요. ”

-거품이요? 포스트에고무용단의 비밀병기 안수영이란 수식어도 있던데.
“아. 그 수식어는 정말 낯이 뜨거운 문구였어요. 저의 스승이신 정연수 선생님도 그 문구 보시고 어찌나 놀리시던지요. 홍보 담당자분이 ‘죽음의 조건’이란 작품을 좋게 보시고 그렇게 포장을 해 주신 것 같아요. 저의 거품을 빼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조의 호수> 국내 재공연은 없나요?
“스프링페스티벌 ‘GDF춤작가전_현대창작’에 초청받아 5월에 강동아트센터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소극장 공연이라 안무를 조금 더 정리하려고 합니다. 초연부터 함께 했던 이현범 무용수는 본인의 결혼식이 겹쳐서 함께 못하게 됐어요. 16회를 넘게 함께 작업한 형님이라 아쉽긴 해요. 이번에 더 젊은 무용수로 바뀌는데 그 친구만의 재미가 있을 듯 해요. ”



■ 관객의 ‘추억’으로 초대하는 무용 <타임 트래블 칠공팔공 Time Travel 7080>

안수영이 안무한 <타임 트래블 칠공팔공 Time Travel 7080>은 대한민국의 1970년대와 80년대 세대들이 지금까지 들어온 음악을 통해 시간여행을 시도하는 무용이다. 무용수 김규진, 신원민, 신채롱, 이대호가 함께 출연한다.

-보도 자료를 보고 먼저 든 생각은 ‘쥬크박스 뮤지컬’의 콘셉트와 비슷한 ‘쥬크박스 무용’이 아닌가 했다.
“배경 음악으로 김광석, 김현식의 음악을 써서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네요. 어렸을 때부터 ‘타임머신’을 타는 상상을 했어요. 부모님이 살았던 다사다난했던 그 시대로 시간여행을 해 보는 거죠. 리서치를 하다 보니 복고 유행과도 맞물리더군요.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며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타임 트래블 칠공팔공 Time Travel 7080>은 어떤 내용의 무용인가?
“저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의 무용수가 나와요. 극 중 관계는 흔히 말하는 ‘불알친구’이죠. 5.18 광주항쟁이 일어나 대학생과 군인으로 마주하게 된 친구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런 스토리를 힙합과 현대무용으로 표현하고, 음악이 그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해요.”

-어떻게 안무를 짜 나가고 있는가
“이 장면에서 나는 이런 감정인데 너(무용수)는 어떻게 생각하니? 의견을 물어요. 그렇게 되면 무용수들이 각자의 의견을 말해요. 만약 무용수가 ‘여기서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그 장면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눠요. 감정이 안 나오는데 강압적으로 시키는 건 의미 없잖아요. 서로 이야기 주고 받는 게 좋아요. 하나의 작품을 단단하게 구축시켜 나갈 수도 있구요.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관객이 수렴할 수 있는 안무가 나오더라구요.”

-<백조의 호수>도 그렇고 이미지를 잘 만들어내는 것 같다.
“작품을 만들기 전 이미지 캐릭터를 먼저 그려봐요. 이미지 없이 안무를 짜는 건
의미 없이 낙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캐치’하다는 단어에도 여러 가지 이미지가 그려지잖아요. 컵을 잡는 것도 ‘캐치’고 처음 만나 여자의 손을 잡는 것도 ‘캐치’인데, 각각의 이미지와 그리고 감정은 다르죠. 관객이 제 무용을 보며 뭔가를 느꼈으면 해요. 관객이 유추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요.“

-대중음악을 쓰는 것에 대해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다.
“처음에 ‘대중음악을 쓰는데 그게 예술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예술이란 게 꼭 ‘클래식’이어야 하나요? 내가 이 음악(가요)을 들으며 눈물이 났으면 예술인거고, 마음이 담겨있으면 예술인거잖아요. 우리가 된장찌개를 먹을 때도 맛있으면 ‘와~예술인데’라는 말을 하잖아요.”

-나라 별 버전 <타임 트래블 칠공팔공>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던데
“캄보디아, 미국, 영국 등 나라별로 역사가 있잖아요. 앙코르와트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킬링필드’를 겪으며 가족들이 한 명 이상씩은 죽어나간 역사를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 친구들의 가족사를 들으며 그들이 이런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음악, 춤, 무용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각 나라별 이야기를 제 무용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 작품이 어떤 무용으로 다가가길 바라는가?
“큰 욕심은 없고 지하철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숨 돌리고 앉았을 때, 관객들의 ‘추억’ 하나만 떠올리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첫사랑이든, 친구들과의 우정이든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요. 요새 젊은이들이 앞날만 생각해서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뭐든 거꾸로 뒤집어보면 재미있는 일이 생겨나기도 해요. ‘자살’이란 말을 뒤집으면 ‘살자’이고, ‘내 힘들다’는 말을 뒤집으면 ‘다들 힘내’가 되듯, 관객들에게 뭔가 힘을 주면 좋겠어요.”



■ 힙합보이가 현대 무용의 매력에 빠진 날

6세부터 마이클잭슨의 ‘문 워크’ 댄스를 따라하던 소년은 PC통신 천리안 댄스 동아리를 통해 춤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됐다. 대학로를 놀이터로 여기며 춤을 추기 시작한 것. 그렇게 문예회관(아르코 극장 이전 극장명)벽을 무대 삼아 주황색 천막을 조명삼아 대학로 노천극장을 휘젓고 다녔다. 이 후 가수들의 백댄서로도 활동했다. 안수영은 당시를 회상하기를 ‘가수가 주인공이고 저는 ’삭삭‘ 스쳐지나가는 아이’ 라고 언급했다. 아르코극장 밖이 아닌 안으로 들어와서 춤을 추게 된 ‘춤꾼 안수영’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힙합을 하던 소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저 마냥 춤이 좋아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은 ‘힙합을 해서 현대무용의 기본이 없다’는 말을 하시기도 하죠.”

-‘현대무용의 기본’이라니?
“전 '움직임‘이란 측면에선 장르의 구분이 없다고 봅니다. 힙합과 현대무용은 그저 스타일이 다른거잖아요. 내 몸에서 어떻게 뽑아내느냐에 따라 현대무용이 되기도 하고 힙합이 되기도 한다고 봐요. 그런데 간혹 ’춤의 기본이 없다‘는 말을 해요. 그럼 ’기본‘은 뭔가. ’예의‘인가, 아니면 특별히 현대 무용의 한 기술을 잘 해야 하는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힙합도 현대무용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주시는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요.”

-‘춤꾼’이니 당연히 춤을 잘 추겠다. 안수영만의 매력은 뭔가.
“무용수이라면 춤은 누구나 잘 춘다고 봐요. 국제콩쿠르 나가면 수상자들이 대부분 한국 무용수들입니다. 보면 정말 훌륭해요. 이번에 저와 함께 작업하는 신원민이란 친구는 베를린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춤을 잘 춰? 못 쳐?’ 이런 말이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잘 춘다'고 하면 '누구보다 잘 춰?‘ 란 질문이 이어지겠죠. 하지만 그건 아니잖아요. 그런 쪽의 시각보단 ’이 친구는 느린 춤을 출 때의 호흡도 좋고, 빠른 호흡의 춤도 잘 하는구나‘라는 언급이 더 좋겠죠. ’무브번트‘를 다면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요. 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심도 있구요.”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현대무용에 빠져들게 된 건가
“스무살 때 까지만 해도 저는 춤은 ‘힙합’ 밖에 없는 줄 알 정도로 ‘힙합’에만 빠져 살았어요. 그러다 2001년 김형남, 노정식 무용수가 나오는 ‘내 몸은 태양에 비틀거린다.’를 봤어요. ‘태양 시리즈’ 무용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남자들의 춤 사위에 반 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어요. 닭살이 돋는다고 하죠. 3일 밤낮 계속 그 무용만 떠올랐어요. 물어 물어 결국 정연수 선생님과 인연이 닿게 됐어요. 너무 좋았어요. 제 스물 두 살 때 꿈이 ‘정연수가 돼야지’였으니까요.”

-정연수와의 만남이 10년이 넘었다. 지금의 꿈도 그대로인가
“지금의 꿈이요? 버릇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선생님을 도와 줄 수 있도록 더 잘 돼야지요. 선생님도 항상 말씀 하세요. ‘니가 잘 돼야 날 도와줄 수 있다’고. 정이 많으신 분이라 참 잘 해주세요. 선생님에게 참 많은 은혜를 입었는데 그 은혜를 저 같이 춤 추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베풀고 싶어요.”



■ “거품을 빼야 더 잘 할 수 있어요”

현재 세종대 대학원 무용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안수영의 24시간은 잠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다. 오전엔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엔 무용 연습을 한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안수영은 ‘오늘(새벽)에 헤어졌다 오늘(오후)에 만나는 후배들과의 작업이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게다가 안수영은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하는 솔직당당한 무용수이다.

-한팩 라이징 스타에 선정 돼 좀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무용작업에 전념할 수 있겠다.
“여러 가지로 많은 지원이 있어 좋아요. 많은 안무가들이 그러겠지만 지원금이 나오면 절대 개인 수입으로 챙기지 않아요. 함께하는 무용수를 더 챙기게 되고, 공연 의상 조명 음악, 이 쪽으로 투자하게 됩니다. 이번에 졸업한 젊은 친구들과 함께하는데, ‘아르코극장 데뷔’라며 작품에 대한 열의가 대단합니다. 저 역시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 자도 힘이 나는게 신기합니다.”

-공부를 계속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제 위치보다 좋게 봐주시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의 거품을 빼야지요. 공부를 더 많이 해서 내공을 키우고 싶어요. ‘안무’ 작업을 시작하면서 무용에 대한 재미를 더 많이 느낀 것도 있구요.”

-본인이 느낀 무용의 재미는 뭔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무용입니다. 나라에서도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잖아요.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커뮤니티 댄스 ‘춤추는 우리 동네’. ‘춤 바람난 서울’등에서 보이듯 대중들도 점차 그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책으로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간접경험을 무용에서도 느낄 수 있잖아요. 상상 속에서 또 하나의 일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이게 무용의 매력 아닐까요.”

-아직도 ‘무용’은 어렵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무용’과 ‘대중’이 가운데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쫓아가면 그 중 한명이 지칠 것 같거든요. 또 포커스가 보다 명확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용등급을 나눌 때 단순히 노출 장면이나 야한 장면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보다 구체적인 포커스를 정해야 한다고 봐요. 어른들이 갖고 있는 정서가 있고 아이들이 갖고 있는 게 다 다른데, 둘 다 잡으려고 하다보니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 무용을 볼 관객층은 누구인지에 대해 정확히 예상을 했으면 해요. ”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변신하며 달라진 점이 있는가
“무용수로 무대에 설 때는 ‘연수 제자라 연수랑 똑같다’란 평이 많았어요. 또 무용수로만 지낼 때는 우울이 깊었는데, 지금은 보다 ‘유들유들’해졌어요. 안무가로서 안 풀릴 땐 무용수들에게 도움도 청하면서 생각을 나눠 가지는 게 좋아요. 제 이야기를 춤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감을 갖게 합니다.”

매 공연마다 엄마와 누나가 와서 볼 정도로 안수영의 가족들은 그의 춤꾼 인생을 열렬히 응원한다. 이젠 조카까지 응원자로 나섰다. “어머니는 항상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나온 기사를 다 오려서 냉장고에 붙여놓으시며 자랑스러워 하세요. 절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죠. 누나 역시 다른 남매 이상으로 절 대단한 사람처럼 떠 받들어줘요. 공연 본 뒤 코멘트도 빼놓지 않으세요. 저에게 항상 힘이 되는 가족들입니다. 어머니는 이번엔 아르코극장 유리 문(모자 관람실)뒤에서 손주랑 편하게 볼 수 있다고 더 좋아하셨어요.”

‘무용엔 ’왜‘가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안수영. “‘예술’의 매력은 예술가의 의도와 다른 생각도 할 수 있다는 점이지 않나요. 좋든 나쁘든 다른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저 장면은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고 봐요. 악평보다 가장 무서운 게 무관심이잖아요. 그리고 무대 위 공연이 끝났다고 단순히 끝난 건 아니잖아요. 예전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다시 보면 좋을 때가 있고, 예전엔 좋았던 작품을 다시 보니 아닌 경우도 있잖아요.”

안수영은 < 타임 트래블 칠공팔공 >이란 제목 그대로 자신의 과거도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제 과거도 돌아보고 싶어요. 작년부터 신작을 너무 많이 해 앞만 보고 달려온 느낌이거든요. 저에 대해 춤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싶어요. 신작만 중요한 게 아니라 눈덩이 굴리듯 점차 단단해지고 커지는 디벨롭 과정도 중요하잖아요.”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한국공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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