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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장희빈이 김태희를 노려보고 있다
기사입력 :[ 2013-04-16 12:05 ]


- <장옥정> 김태희, 전인화·김혜수와 비교는 숙명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희빈장씨 장옥정. 장옥정은 궁녀로 입궐한 뒤에 숙종의 승은을 입고 희빈의 자리에 오른 뒤 모함을 일삼아 인현왕후를 쫓아내고 중전의 자리에까지 오른 대단한 여인이다. 하지만 이후 여인에겐 팔랑귀인 숙종의 뉘우침으로 인현왕후가 다시 궁으로 들어오고 다시 희빈으로 강등된 그녀는 신당을 차려놓고 인현왕후를 저주하다 결국 사약을 받고 세상을 하직한다.

하지만 그 후 3백여 년이 지나 대한민국 사극의 여주인공으로 부활, 수많은 손가락질과 사랑을 한 몸에 받기에 이른다. 물론 그때마다 장희빈은 언제나 양팔을 붙들린 채 억지로 사약을 받아먹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여담이지만 장희빈이 여주인공인 드라마는 장희빈에게 어떻게 사약을 먹일 것인가가 언제나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큰 화젯거리였다고 한다.

2013년 4월 장희빈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다시 한 번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태양계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면 지구가 멸망한다는데 무슨 까닭인지 지금껏 희대의 요부 장희빈을 연기한 여배우들이 브라운관에 일주일 내내 출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MBC드라마 <동이>에서 장희빈을 연기해 여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이소연이 SBS 일일드라마 <가족의 탄생>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연 중이다. 또 <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여주인공 김혜수는 이미 장희빈을 연기한 바 있다. 그녀는 역대 장희빈 중에서 가장 건강한 분위기의 장희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에는 독살스럽고 깡마른 요부의 이미지로 각인된 장희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악평에 종종 시달렸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에 “세자, 세자!”를 외치며 사자후를 내뿜는 연기는 김혜수 장희빈만이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편 주말 저녁시간에는 장희빈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삼인방이 각 방송사를 바꿔가며 등장한다. 저녁 8시 KBS 주말연속극 <최고다, 이순신>에 출연중인 이미숙은 1981년 MBC 사극 <여인열전>에서 장희빈을 연기했다. 필자가 <뽀뽀뽀>를 볼 나이에 방영되었기에 이 드라마를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껏 표독함과 섹시함을 버무린 요부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장희빈이 바로 이미숙이었다는 평이 있다. 물론 자료화면으로 접한 이미숙 장희빈은 섹시하기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살짝 촌티가 풍기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 말이다.

이어 밤 9시 JTBC 사극 <꽃들의 전쟁>에서 여주인공 소용 조씨의 모친으로 등장하는 정선경 역시 <장희빈>이 대표작이다. <꽃들의 전쟁>에서 톡톡 튀는 감초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가 장희빈을 연기했던 것은 90년대 중반 SBS에서였다. 당시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충무로의 스타급 신인으로 떠올랐던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모든 매력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깡마른 외모와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 그러면서도 드라마가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 보여준 절절한 감정연기까지. 신인이라는 우려와 달리 정선경은 장희빈이란 인물의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나도록 섬세하게 연기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밤 10시에 시청자들은 전설의 장희빈과 만나게 된다. 바로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양춘희를 연기하며 “오빠야”를 연발하는 전인화다. 80년대 MBC 사극 <조선왕조 500년-인현왕후>에서 전인화는 장희빈의 품격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 이 드라마에서 장희빈은 단순한 요부가 아니었다. 이 드라마에서 장희빈은 강석우가 연기했던 얼굴만 잘생기고 민숭민숭한 숙종보다 오히려 더 위엄 있는 여걸이었다. 아직도 이덕화가 연기한 오빠 장희재를 조종하고 함께 모략을 짜며 조선의 당쟁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전인화 장희빈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런 까닭에 <조선왕조 500년-인현왕후>에서의 장희빈은 한낱 악녀가 아닌 타고난 여왕에 가까웠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도 당당하던 장희빈은 사약을 거부하다 숟가락을 집어넣어 억지로 벌어진 입안으로 사약을 꿀떡꿀떡 삼키며 불행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한편 브라운관은 아니지만 5월 극장가에는 원조 장희빈 격인 윤여정이 출연하는 영화 <고령화가족>이 개봉한다. 윤여정은 최초로 텔레비전 사극에서 장희빈을 연기했고 또 최초로 사약을 먹고 쓰러지는 장면을 연기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희빈을 연기하는 김태희는 일주일 내내 장희빈들에 둘러싸여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장희빈은……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있을까? 긍정적인 부분은 <천국의 계단>에서 김태희의 악역 연기가 신인치고는 꽤 매력적이라서 언뜻 장희빈과 어울릴 것도 같다는 점. 부정적인 부분은 <천국의 계단>이 김태희의 신인시절 작품이라는 점과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장희빈은 악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패션디자이너로 변신한 장옥정이 어떤 모습일지, 처음으로 사극에 출연하는 김태희가 과연 제대로 변신했을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아홉 번째 장희빈 드라마의 윷가락들은 던져졌고 그 결과가 모인지 도인지는 아직까지 판단하기엔 이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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