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각네 야채가게> 제작자 강병원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제 최종 꿈이요? ‘로또에 당첨돼도 공연(작업)하는 것이요. 갑자기 큰 돈이 생기면 힘든 공연 일 때려치우고 아름다운 몰디브 해변 같은 곳으로 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계속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든 상태에서 공연을 만드니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를 제작한 주식회사 라이브 대표 강병원을 만났다. 강 대표를 만난 날은 뮤지컬 <그날들>이 대기업 사이의 이권 다툼 속에 좌초 위기를 겪고 정해진 날짜에 개막하기로 결정 된 날이었다. 또한 강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트위터로 보낸 장문의 호소문이 SNS를 한 참 달궜던 때 였다.

■ 궁금했던 이야기

-요즘 공연계 이슈가 뮤지컬 <그날들>과 <총각네 야채가게>이다.
“<그날들>은 개막하기까지 한 편의 영화 같지 않았나요? (가공의)경호원 이야기인데 실제 경호업체가 극장을 못 들어가게 막은 거잖아요. 업 뉴스 기사 저도 봤어요. 정말 생생한 현장 기사더라구요.”

-업 뉴스(UP(신문사 유니온프레스의 영문 약자)라면? 유니온프레스 기사를 말하는 건가.
“유니온프레스 기사라고 불러야 하는데, 제목을 그대로 발음했군요.(웃음) 그 기자분과 저희 작품도 꼭 보러 오세요.”

-대학로 뮤지컬 센터 개관 작으로 올렸던 2012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가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입고 막을 내렸다고 했는데 감춰진 문제가 많았나 보다.
“극장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트위터를 통해 말 한 그대로입니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저희 작품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제작사가 돈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조심스러워요. 얼마 전에 김혜성 작곡가 겸 연출가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 서러우면 출세하자’고.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정한 거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답 멘션은 받았나
“받지 못했어요. 바쁘셔서 못 읽으셨나 봅니다.”

-조심스러운 질문이긴 하지만 트위터에서 언급한대로 자살에 대한 마음을 아직도 갖고 있나
“욱한 마음에 실제로 옥상에 올라간 건 맞아요. 하지만 전 ‘에고’가 강해서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어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단, 이번 사태를 겪으며 알게 된 건 있어요. 예전엔 ‘자살’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젠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그 전엔 ‘모든 걸 버리고 죽으려는 정신으로 어떻게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쪽으로 생각했다면, 이젠 ‘그들이 당시 겪었을 암담함이 현실을 이겨낼 수 없게 만들었구나’ 하고 공감하게 됐으니까요.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란 막연한 긍정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할 때가 있는 거잖아요. 너무 새드 스토리만 이야기한 것 같네요. 저희 이번 시즌 작품 반응 너무 좋은 데 이젠 작품 이야기 할까요?”



■ 행복한 공감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춤추고 노래하며 쇼를 하는 별난 채소가게 총각들의 꿈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다섯 번째 버전이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청년사업의 마케팅 신화를 이뤄낸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의 성공스토리를 모티브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주인공 ‘태성’ 역에는 2012년 MBC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해를 품은 달> 한가인의 오빠 이자 SBS <그래도 당신> 신은경의 남자로 출연한 배우 송재희, KBS 아침 드라마 <삼생이> 주인공 배우 지일주, 연극 <이기동 체육관>,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커피프린스 1호점>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 윤나무가 트리플 캐스팅 됐다. 이 외 배우 강인영, 안창용, 김남호, 안두호, 이수용, 정가호, 김태경, 황바울, 한세라, 김아영, 박채원, 장주연 이 출연한다.

-2008년 초연 이후 꾸준히 업그레이드 돼 관객들을 만나온 것 같다. 이번 시즌의 달라진 점은?
“크게 달라진 점이란 러브라인을 과감히 빼고 총각 다섯 명에만 집중한 점입니다. 원래 다섯 명의 친구에서 (지난 시즌)네 명의 친구로 선 보인 적도 있지만 이번에 다시 다섯 명의 친구로 수정 됐어요. 원작은 저를 포함해 이재국 작가 김한길 연출님이 함께 썼어요. 이번엔 김영아 연출이 각색까지 맡았어요. 새롭게 수정하면서 창업, 친구간의 우정, 열정, 꿈, 청춘들의 아픔이 더 부각되도록 노력했어요.”

-눈 여겨 볼 배우가 있나
“참여하는 배우들이 다 좋다. 지난 시즌에도 함께 했던 김남호 배우는 뮤지컬 <날아라 박씨>,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바쁜 상황에도 이번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마운 친구다. 관객 입장에서 눈에 띄는 배우는 ‘철진’ 역할의 김태경 배우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에 나왔던 배우인데, 이번 역할과 너무 잘 맞는다. 흡수를 잘하다고 하지 않나. 배우의 매력과 감성을 잘 살려내는 배우 같다. 그가 ‘고래의 꿈’이란 넘버를 부를 땐 정말 ‘울컥’ 한다.”

-이번 시즌 공연에 대해 관객들의 평가가 좋은 것 같다
“인터파크 기대평이나 관객평, SNS평을 살펴보면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현재 평점이 9.2로 집계됐어요. 작년 평점이 8.5인 것에 비하면 훨씬 우호적으로 변한 거죠. 대개 평점이 9.3이상이 돼야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하는 데, 저희 작품도 조금만 노력하면 바이럴 마케팅이 잘 될 것 같습니다.”

-제작자로 작품의 홍보에도 상당히 신경 쓸 것 같다. 어떻게 홍보를 하고 있는가. 아직 언론 홍보 쪽은 활발하지 않던데.
“작품이 인정 받으려면, 우선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하겠죠. 그 다음이 티켓 세일즈라고 봅니다. 무조건 작품을 잘 만들었다고 해서 티켓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품성이 좋다는 생각에)넋 놓고 있다 당하는 경우도 여러 번 봤어요. 작품의 콘셉트와 맞게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프리허그를 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유기농 과일을 나눠주는 이색 이벤트도 진행 했어요. 다양한 버전의 포스터도 만들어 청춘들에게 던지는 문구를 집어 넣었어요. ‘너의 꿈, 지금부터 시작이야.’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세상을 향해 소리쳐’ 등이 저희 작품의 메시지를 대변해요. 이슈가 될 프로모션 쪽으로도 고민 중입니다. 또한 언론 홍보 쪽도 차근 차근 진행 중이구요.”

-<총각네 야채가게>를 대기업인 CJ와 함께 제작하고 일본 진출도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CJ 측에선 저희 작품이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뮤지컬이란 점을 강점으로 꼽았어요. 2012년에 배우 지창욱, 왕지혜 주연의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 되면서 일본 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일본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며 2013년 상반기 일본 아이돌 그룹 주연으로 뮤지컬 공연까지 수출하게 됐어요. 일본 배우들 공연 이후에 한국배우들로 꾸려진 총각네 팀도 일본에 진출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에 있어요.”



■ 연극적 마인드를 지닌 사업가 강병원

강병원 대표는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가 출신이다. 희곡과 영화시나리오 등을 주로 썼다. 최수종 주연의 영화 <철가방 우수씨> 각색 작업에 이어 하반기에 개봉 예정인 배우 황수정 최철호 주연의 영화 <풀빵엄마>의 시나리오를 담당하기도 했다. MBC 휴먼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그 작품이다.

강대표가 연극, 영화, 뮤지컬 작가들이 소속된 창작집단이자 공연제작사 ‘라이브’를 만든 시기는 2011년 3월. 첫 번째 올린 작품은 극단 청국장의 연극 <임대아파트>이다. 그 후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싸이더스에서 투자를 받아 창작 뮤지컬 <파라다이스 티켓>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받았다. 이어 세 번째로 제작하는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는 지방 및 서울 공연과 일본 라이센스 공연을 진행 중에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 마인드’로 사업을 하기 힘들지 않나
“맞다. 주변에서 마인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죠.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를 버리고 철저히 사업적인 마인드로 일을 해야 한다고. 그럼 저는 또 생각해요. 기존 마인드를 버려? 꼭 그렇게까지 해서 성공해야 하나? 연극 정신으론 뭔가를 할 수 없는 건가.”

-글을 쓰는 것 보다 공연을 만드는 일에 행복을 느끼나보다.
“우선 정말 잘 쓰지 못하니까 공연 일을 하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공연을 함께 만든 배우와 관객이 좋아하면 정말 보람이 생겨요. 우리가 흔히 도덕책에서 말하는 그 ‘보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작년까지 약 3년간 메세나 공연의 일환으로 지방공연을 했는데 그 때도 정말 행복했어요. 문화소외계층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공연하는 건데, 자금의 압박이 없이 예술만 할 수 있으니 더 좋더라구요. 2009년도에 연수원에서 했던 단 3회 공연도 잊을 수 없죠.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기분 있죠.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현실적인 ‘자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작자라면 돈을 많이 벌길 원하지 않나.
“‘지원금도 없이 창작 뮤지컬을 제작 한다는 것은 도박이다. ‘잭팍’이 터지길 기다리느냐‘ 라는 말도 해요. 하지만 150석 소극장 뮤지컬은 그런 시스템도 아닐 뿐더러 돈을 벌기 위해 제작하는 게 아닙니다. 다들 힘들어도 좋아서 하는 거다. 꿈 꾸면서 한다고 하죠.”

인터뷰 말미 강 대표는 “로또에 당첨 돼도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라며 눈빛을 빛냈다. ”시즌 별로 계속 작품을 수정해 가고 있어요. 어찌 보면 가능성에 대한 투자죠.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인데 할 때마다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으니 여섯 번째 시즌이 이르러서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같이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요. 현재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에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향후 3~5년만 지나면 우리네 창작 뮤지컬 정서를 더 좋아하리라 자신합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라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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