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광, 왜 설레발 아닌 깊은 공감을 택했나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사실 홍대광은 <슈퍼스타 K>의 4번째 시즌에서 그렇게 반짝이는 스타가 아니었다. 스타성으로만 치자면 로이킴과 정준영이 훨씬 앞서가는 선택이었다. 주력 스타일이 약간 다른 미남 두 명이 큰 주목을 받는 형국이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다년간의 버스킹으로 만들어진 음악적 현장 경험 면에서는 홍대광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게 다는 아니었기에 일부에서는 틀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냐는 삐딱한 의견도 제기됐다. 이게 홍대광과 대중들과의 첫 만남이자 첫 인상이었다.

그러나 연규성과 함께 불렀던 ‘말리꽃’ 이후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한 그는 생방송이 시작되며 극적인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TOP4에 진출하는 결과를 얻은 채 프로그램에서 내려왔다. 첫 방송에서만 탈락하지 않겠다며 소박한 목표를 말하던 그에게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그의 어떤 음악적 강점이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인가? 전형적인 연예인 기질은 다소 찾아보기 어려운 그의 어떤 점이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발표하게 만들어 준 것인가?

일단 그는 싱어송라이터라는 강점이 있다. 더욱이 그는 음악적 감동의 시간을 길게 보는 싱어송라이터다. 최근 음원 시장의 경향은 음악을 ‘치고 빠지기’ 식 승부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미리듣기로 주는 시간은 1분이다. 스트리밍 어플을 통해 듣다가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 버튼 하나로 간단히 음악을 넘겨버릴 수 있다. MP3에 음악을 넣고 지우는 일도 정말 간편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급하게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선택의 확률도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홍대광의 음악은 이런 경향이 없었다. 그는 스토리가 있는 아티스트였다. 고생도 해볼 만큼 해 봤고, 음악으로 성공하고픈 이유도 있었다. 이런 그가 오히려 더 서둘러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설레발 보다는 깊은 공감을 택하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었다. 첫 번째 미니 앨범도 이런 경향이 짙다. Intro와 Outro를 포함해 8곡을 수록한 미니 앨범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일관된 주제에 대한 이야기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으며, 2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에 모두 손을 대며 정체성도 잃지 않았다.



최근 앨범 제작 경향이 기획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놀랄 만한 사실이다. 앨범에서 자신이 중심을 잡고 오롯이 홍대광이라는 사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말이다. 물론 그가 택한 장르는 앞서 언급했던 귀에 다가오고 마음을 울릴 때 까지 시간을 요하는 음악이다. 하지만 대신 기획사가 만든 앨범이 아니라 ‘홍대광의 앨범’ 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은 걸리지만 울림의 주기가 길어졌다. <슈퍼스타 K4> 때부터 그에게 기대했던 모습들이 그대로 구현된 느낌이다.

게다가 그는 기획과 콘셉트에 따라 움직이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슈퍼스타 K4> 때도 그랬지만 그는 참 꾸밈이 없었다. 스타일로 어필하기 위해 자신을 치장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특정 콘셉트를 바탕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신기한 건 그의 창법도 이런 꾸밈없는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다. 기교를 부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기도 할 법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것에 가까운 창법을 보여준다. 지극히 ‘가창’ 에 최적화된 창법이다.

미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보컬이 묻어있는 곳을 뒤적 거려봐도 인위적인 색깔은 찾아보기 어렵다. 음악이 주는 본질적 감흥을 찾기에 적합한 선택이다. 사실 음악은 아티스트가 전하고픈 메시지를 소리로 전하는 매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소리를 가리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정작 중심에 있어야 할 것들이 뒤로 밀려나는 주객전도의 현상 속에서 아쉬워해야 하는 순간이 불쑥불쑥 대중들을 찾아왔다. 그래서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었던 게 홍대광이 아닐까 한다.



트렌드나 대세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실력파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도 한 몫을 했다. 똑같은 음악에 지쳐가는 대중들은 이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일명 ‘마이 웨이’을 개척하는 아티스트들을 찾고 있다. 버스커버스커의 열풍도 특별한 모습을 가진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고, 가왕 조용필에 대한 세대를 넘나드는 반응도 여태껏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위대한 아티스트에 대한 경외와 존경의 표현이었다.

홍대광도 지금까지 성공해온 아티스트들의 선례를 참고하기 보단 자신만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아티스트다. 다른 사람이 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더욱 돋보인다. 중심에 서 있는 게 본인이기에 흔들릴 위험성도 적다. 오래갈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가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시작부터 좋은 모습이다.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을 저버리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부분이 아닌가 한다. 오랜만에 좀 더 친숙하면서도 본질에 가까운 아티스트를 만났다. 어쩌면 지금 케이팝의 시대를 만든 기반에 깔려 있을 요소들을 그가 다시 구현한 게 아닌가 싶다. 지켜볼 일이다. 음악의 본질적 측면이 주는 감흥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CJ E&M]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