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도 김구라 영입 나섰다…그럼 MBC는?
- 지상파의 ‘대체불가능’ 김구라 모시기 경쟁

[서병기의 대중문화 프리즘] 지상파가 갑자기 김구라 모시기에 나섰다. 최근 KBS는 <이야기쇼 두드림>의 진행을 김구라에게 맡겼고, SBS와 MBC도 본격적으로 김구라 영입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MBC 김재철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김구라를 복귀시키지 않겠다고 하면서 <라디오스타> 복귀가 좌절된 김구라는 방송 컴백 이후에도 케이블과 종편에서만 활약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김구라가 터졌다. 바로 JTBC <썰전>이다. Tvn의 <택시>와 <화성인 바이러스>에서의 활약도 좋지만 <썰전>은 김구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김구라는 정치시사토크쇼 ‘뉴스털기'와 ‘하이퀄러티 미디어비평' 두 코너를 통해 김구라만이 할 수 있는 토크를 날리며 <썰전>을 ‘엣지 있게' 만들고 있다.
 
특히 강용석, 이철희와 작은 삼각 테이블을 앞에 놓고 근거리에서 벌이는 스피디한 토크에서 정치현상을 예능으로 받아치는 김구라는 대체불가능한 예능MC임을 입증하고 있다. 강용석과 이철희가 고위공직자들이 청문회에서 자식들이 군 면제를 받은 게 결격사유가 돼 쩔쩔 매고 있다고 하자 김구라가 “대한민국에서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해병대 갔다온 애를 양자로 입적시켜 놓는 게 좋다. 가수 이정 같은 친구가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100분토론>이나 <심야토론>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김구라의 토크는 거침이 없다. 힐링 열풍에 대해 이야기하다, 김구라는 “우리가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착하다’라고 말하지 않나. 진짜 ‘나쁜 예능’은 재미가 없는 예능이다”고 말한다. 김구라가 <썰전>에서 대체불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은, 만약 김구라가 빠졌을 때 <썰전>이 어떻게 될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썰전>은 ‘김구라쇼'에 가깝다.

김구라는 이러다 상황이 무르익으면, 자신의 피규어를 놔두고 기다리고 있는 MBC <라디오스타>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차 단계가 무산된 후 예상외로 KBS에서 김구라를 데려갔다.



KBS에서 김구라를 캐스팅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완전히 식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이 있어 ‘뜨거운 감자'로 분류되는 김구라의 지상파 재입성의 스타트를 끊는 일을 공영방송에서 감행하려면 결단이 필요했다.

김구라가 진행한 <두드림>의 첫 번째인 김장훈편은(싸이의 콘서트와 경쟁했음) 시청률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출연작인 송창식편은 무려 2.7%포인트나 뛰어올랐다. 물론 김구라가 전현무 느낌이 있다고 말한 조우종 아나운서의 기여도 있었지만 금세 김구라식의 ‘두드림'으로 변주되는 듯했다. 김구라는 “송창식은 조영남에게 맞을만 했다”고 말하는 등 나이 많은 선배도 유연하게 다뤘다.

김구라가 <라디오스타>로 먼저 복귀했다면 예상된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KBS에서 김구라에게 고정을 맡기자, SBS도 김구라를 메인MC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PD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김구라를 출연시키는 방식이 아닌, 김구라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글의 법칙>이 김병만을 놓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것처럼 김구라를 상정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이렇게 되자 모양새가 이상해 진 것이 MBC다. <라디오스타> 제진진을 포함한 MBC 예능국에서는 진작부터 김구라를 복귀시키기 위해 자리를 비워놨다고 했다. 하지만 예상 밖의 김재철 사장 변수가 이를 가로막았다. 만약 KBS와 SBS가 김구라가 메인인 예능프로그램을 가지게 되면, 김구라가 원래 자기 집이라 할 수 있는 <라디오스타>에 가장 늦게 돌아오게 되고 임팩트도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MBC는 최종 결제라인인 사장이 비어있어 김구라 복귀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있을 때는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지만, 사장이 없어도 문제였다. 지상파에 컴백한 김구라가 정작 <라디오스타>에는 복귀하지 못하는 속사정이다. 눈치가 빠른 김구라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김구라는 최근 tvN <더 지니어스> 제작발표회에서 “MBC복귀문제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상황이 좋아지고 기회가 돼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라디오스타>에 복귀하지 못하는 사정을 에둘러 말했다.

<라디오스타>는 유세윤과 규현이 절치부심하며 김구라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들 하지만, 유세윤, 규현과 김구라는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 유세윤이 아무리 잘해도 김구라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 유세윤의 특기가 비야냥이라면, 김구라는 직설적인 말을 거침없이 하는 스타일이다. 김구라의 직설은 공감 포인트가 높아 막말이 아닌 독설로 브랜드화됐다.

그의 표현은 가령, ‘두드림'의 송창식편에서 “지금까지 (송창식의 장점을 말하며) 싹 올려놨으니까 이제 패대기쳐야죠”라는 식이다. 규현이 간혹 돌직구를 날리지만 그 무게감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때가 있다. 윤종신은 김구라가 있으면 환상의 ‘어시스트-골게터'조를 더욱 활발하게 가동시켜 게스트를 효율적으로 물어뜯을 수 있다.

MBC는 사장이 없다고 가만 있다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될 수 있다. <라디오스타>가 지상파 중에서 가장 늦게 김구라를 다시 데리고 와서야 되겠는가?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corp.com

[사진=MBC, 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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