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누가 장윤정을 힘겹게 만들었나
- 장윤정 사태, 도대체 누구를 위한 힐링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언제까지 ‘힐링’이라는 명목으로 연예인 사생활을 끄집어낼 것인가. 이번 장윤정 관련 가족사가 공개되어 생긴 일파만파의 파장은 지금 현재 사생활 파는 토크쇼의 끝단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힐링캠프> 측의 사전 인터뷰 과정에서 솔직하게 밝힌 장윤정의 진술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힐링캠프>가 그 사적인 이야기에 굳이 집착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을 일이다.

물론 <힐링캠프> 측은 사전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에 내보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그 진술 내용이 유출된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실수였건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건 문제는 그 파장이 한 개인과 가족에게는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10년 간 번 돈을 어머니가 다 날렸다’는 장윤정 관련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다. 그것은 장윤정이 어떻게 해서 지금껏 돈을 벌어왔는가를 대중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행사의 여왕이라 불리지 않는가. 장윤정이 많은 돈을 번 것은 편하게 노래 몇 곡이 대히트를 쳐서 생긴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어지는 행사를 발로 뛰어 다니며 말 그대로 땀으로 번 돈이기 때문에 그것을 남도 아닌 가족이 홀랑 날려버렸다는 이야기는 듣는 이들마저 공분을 자아내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가족 간의 문제다. 이 이야기로 인해 그 화살이 장윤정의 어머니나 가족에게 돌아간다면 그것은 장윤정 당사자에게도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왜 굳이 이런 연예인 사생활에 집착하는 것일까. <힐링캠프>가 주창하는 것은 결국 ‘힐링’이다. 연예인들에게 있기 마련인 루머들과 상처들을 방송을 통해 바로 잡아주고 또 보듬어주며 위로해주겠다는 것. 그 의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카메라 앞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잘못된 연예인 관련 루머에 대한 정정은 필요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정정의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더 내밀한 사적인 이야기를 또 끄집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힐링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방송은 결국 방송의 생리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대중들은 사실 알 필요도 없는 연예인의 사생활 들여다보기를 당연시 여길 수 있다. 루머가 연예인 사생활 팔기의 한 면을 보여준다면, 그것을 해명하고 정정하는 방송 역시 또 다른 연예인 사생활 팔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장윤정의 사례처럼 의도치 않은 사생활 노출의 위험까지 생길 수 있다.

이 사실이 공표되기 전까지 장윤정은 최근 도경완 아나운서와의 결혼발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방송활동에 열심이었다. SBS <좋은 아침>에서 부모님을 위해 지은 전원주택을 소개하고 아프신 어머니를 위해 찜질방까지 마련한 사연을 털어놓기도 한 그녀였다. 또 <히든 싱어>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그 어떤 그림자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특유의 밝고 참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일반인 출연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어이없이 터진 이야기는 무엇보다 그녀에게 상처일 수밖에 없다.

가족사는 당사자들이 아니면 그 전후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금전적인 문제와 부모님의 이혼 또 남동생에게 있었던 여러 차례의 사업실패는 그저 각각의 전혀 다른 이유에서 비롯한 팩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나열된 정보는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스스로 인과관계가 맺어지면서 이런 일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팩트가 루머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연예인의 사생활에 집착할 것인가. 연예인 사생활 캐기에 대한 염증은 최근 연예인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무관심으로 이미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좀 더 대중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다룰 수는 없는 것일까. 당사자들도 밝히고 싶지 않고, 대중들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걸 왜 하는 걸까. 어떻게 유출된 것인지는 알 수 없고 전혀 의도된 것도 아니겠지만 이번 사태는 결국 연예인이 밝히기를 꺼린 사생활을 가져와 프로그램을 홍보한 결과가 되었다. 장윤정으로서는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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