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범, 19금 캐릭터와 아티스트 사이에서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이 남자 박재범, 참 신기한 남자다. 요즘 ‘SNL 코리아’를 통해 가장 핫 한 남자 중 한명이다. 그런데 ‘SNL 코리아’를 자세히 뜯어보면 그가 맡은 캐릭터는 그야말로 민망한 캐릭터다. ‘남자기 때문에’를 통해 남정네들의 남모르는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들춰냈고, 서투른 한국말로 섹드립을 시전하는 콩트를 보여주며 사람들을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신기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귀엽게만 느껴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나들한테 사랑받을 것 같은 스타일이고, 형들 사이에 있어도 ‘짜식’ 이라는 한 마디로 일심동체가 될 것 같은 친화력을 가졌을 것만 같다. 어쩌면 그래서 그에게 더 정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가 정말 뛰어난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19금 캐릭터와 아티스트 사이에서 흥미로운 방향성을 잡아내며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이게 바로 이 남자의 현 주소다.

박재범은 EP 앨범 ‘Take A Deeper Look’ 때부터 평단과 대중들의 남다른 시선을 받았다. 트렌디한 R&B 힙합 사운드를 그렇게 세련된 형태로 담아낸 앨범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본토 느낌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음악도 만나기 쉽지 않았으니 반가움이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재범은 가장 가능성 있는 음악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했다. 앨범 전반에 걸쳐 손을 대며 남다른 음악성을 과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후 정규 앨범 ‘New Breed’, 싱글 ‘Demon’ 과 색다른 믹스 테잎 프로젝트까지, 손을 대는 것 마다 감각적인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돌’ 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가려졌던 음악성이 밖으로 나오니 그는 훨씬 더 강력한 아티스트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 전까지 케이팝계에서 R&B 힙합 장르에 대해 빠삭한 아티스트가 없었다는 점을 훌륭하게 커버해 주는, 그래서 ‘트렌디 세터’ 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좋아’ 와 ‘Welcome’도 비슷하다. ‘좋아’는 트렌디한 느낌의 연장선에서, ‘Welcome’은 슬로우잼 느낌을 가미한 끈적한 센스로 듣는 사람을 사로잡는다. 다만 전혀 상반된 분위기라는 게 새롭다. ‘좋아’가 풋풋한 느낌으로 누군가가 좋다고 외치는 곡이라면, ‘Welcome’은 그 좋은 사람에게 사정없이 쏴주는 유혹의 메시지다.

EP 앨범 시절에 알고 있던 박재범이 ‘좋아’라면, ‘SNL 코리아’ 출연 이후 알게 된 박재범은 ‘Welcome’이 아닐까 한다. 이 두 곡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티스트로서의 박재범, 그리고 19금 예능인으로서의 박재범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두 가지를 능숙하게 소화해 내는 ‘솔직함’ 때문이다. 솔직함을 바탕으로 음악과 예능을 병행하는 새로운 캐릭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음악적 방향성을 쌓는 아티스트에게 예능 캐릭터란 양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미지가 흔들리기 십상이었고,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우를 범하기도 쉬웠다. 특히 보통 예능 캐릭터라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지금의 박재범처럼 경향이 뚜렷한 캐릭터라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박재범은 특유의 솔직함으로 돌파구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음지에 있었던 성인 지향형 예능을 수면위로 부상시키며 자신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나왔다.



‘Welcome’을 보라. ‘Girlfriend’에서 ‘너랑 대화하려고 한국말을 배운 거야’ 라고 외치던 이 남자는 누구보다도 솔직한 표현으로 19금 표현의 정점을 찍는다. 분명 발칙한 이야기들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그는 여태껏 심의에 걸릴 줄 알면서도 그렇게 쓴다는 이야기로 자신의 시도에 대한 코멘트를 대신 한 바 있다. 경로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마지막은 훈훈한 캐릭터로 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악만큼이나 시원하게 결말을 내주고 싶은 모양이다. 거침이 없으니 행동과 표현에 자신감이 붙는다. 이게 음악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유로운 사고에 의한 거침없는 표현이 그를 이 자리에 올려놓았다. 고민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표현이 이끄는 길을 걸어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티스트로서의 박재범도, ‘SNL 코리아’의 박재범도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그만큼 최선을 다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 결말부터 생각했던 방법, 그리고 늘 대중들의 시선을 염두에 둬야 했던 방법들을 잠깐 잊고 만들어 낸 박재범만의 이야기가 이미 충분히 통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능과 음악을 병행하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박재범이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론을 제시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는 솔직해 지라고 외친다. 눈치 코치 볼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외친다. 대중들 앞에 솔직해 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솔직한 음악, 그리고 솔직한 예능, 그게 박재범의 캐릭터이자 장점이다. 결국 이미지와 콘셉트를 이끌어 가는 건 아티스트 자신이다. 그러니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 박재범처럼. 아티스트 본인이 리드해 가는 활동, 그게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또 하나의 예상하지 못했던 교훈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싸이더스 HQ,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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