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효성, 어설픈 ‘민주화’ 해명보다 중요한 것

[엔터미디어=하재근의 이슈너머]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시크릿의 전효성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는 뉴스였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전효성이 특정 사이트에서 민주화란 단어가 부정적인 맥락으로 쓰이는 걸 모르고 실수로 말했다고 해명했는데, 특정 사이트에 대해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민주화를 ‘개성말살’과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이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사고방식이다. 정상적인 공교육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시민적 소양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인 것이다.

이건 전효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얼마나 무개념으로 길러내고 있는가를 통렬하게 드러낸 사안이다. <무한도전>이 예능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역사교육에 나서야만 했던 필요성이 새삼 절실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야스쿠니 신사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젠틀맨의 일종으로 아는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삼일절을 ‘삼쩜일’로 읽는 아이까지 있다고 한다. 심지어 요즘 일부 네티즌은 광주학살을 옹호하는 반인륜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한국사회가 아이들에게 입시경쟁만 시키면서 역사교육, 시민교육을 망각한 결과다. 입시교육은 남을 밟고 올라서서 혼자만 잘 살라고, 패자는 도태시키라고 하는 세뇌교육이다. 이런 세뇌를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오로지 강자만 추종하면서 약자를 무시하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역사와 시민성에 무지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장차 한국의 장래를 위태롭게 할 만한 일이다.

큰 힘엔 그에 걸맞은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연예인은 유명인이고, 유명인은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시민적 소양도 없다면, 이는 문제다. 최근 우린 잘못된 여성관을 가진 사람이 고위직이 올랐을 때 어떤 사태가 생기는 지를 보고 있지 않은가?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 바른 인식은 필수다.



연예인은 대학도 쉽게 가고, 대학원에서 학위도 쉽게 따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중에 나이를 먹은 후에 유명세를 바탕으로 교수도 할 수 있고, 사회 저명 인사로 활동할 수도 있다. 우연히 시사와 관계된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이라도 하게 되면 금방 정치적 영향력도 갖게 된다. 꼭 그런 미래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현재 청춘스타의 자리 그 자체로도 수많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을 우린 너무 춤추고 노래하는 기계로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에 아이돌 멤버가 ‘흑인치곤 예쁘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일었었다. 점심시간에 진료를 안 한 것을 두고 간호사들을 비난해서 논란이 생기기도 했었다. 모두 어처구니없는 발언이었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연예인 기본 소양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됐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화 사태’를 겪고 보니, 그동안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것 같다.

티아라 사태도 티아라 멤버들이 사회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말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왕따문제가 중요 현안인 사회에서 왕따논란이 초래될 수 있는 말을 SNS를 통해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왕따에 관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왕따문제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없었던 것은 확실하다.

전효성 민주화 사태나 티아라 왕따논란을 보면, 아이돌의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순식간에 그 자신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젠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연예인들이 역사라든가 사회적 소양을 쌓아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미지 관리뿐만 아니라, 연예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건강한 사회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현재 대한민국이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이룩된 민주공화국이고, 우리는 모두 그 주권자인 민주시민이라는 의식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칼럼리스트 하재근 akoako@entermedia.co.kr

[사진=SBS, TS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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