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탄생’ 멘토들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서병기의 프리즘]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이 자기 새끼(?)를 감싸고 있다. ‘위탄’은 멘토링이 차별화 요인이므로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생방송 체제로 돌입한 TOP12부터는 갈수록 자기 새끼가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멘토들의 치열한 신경전까지 포착됐다.
 
멘토는 자신이 가르친 참가자의 당락에 따라 희비가 갈리게 된다. 자신의 멘티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면 슬슬 견제구를 집어넣는다. 처음에는 견제구라기 보다는 상대 멘토의 지적이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방어하는 행위였다.

노지훈이 노래를 부른 후 “‘음악중심’을 보는 것 같다” “아이돌 냄새가 너무 난다”는 다른 멘토들의 지적에 노지훈의 멘토 방시혁은 “가수는 많을 수 있지만 스타는 적다. 오늘의 스타는 노지훈이다”고 자신의 새끼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이를 막았다. 방시혁이 이태권에게 “소리를 비강위로 올려 부르지 못한다”고 지적하자 이태권의 멘토 김태원은 “이태권의 모험이 늘 아름답습니다”고 방어벽을 친다.

멘토-멘티간의 관계는 운동경기의 감독과 선수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경기중 자기 선수가 불리해질때 감독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듯 멘티가 실수를 하면 해당 멘토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다.
 
22일 방송된 TOP8에서는 멘토들끼리 같은 참가자를 두고 전혀 다른 평가를 내렸으며 멘토들이 내린 점수폭도 너무 커 감정적인 평점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를 부른 백청강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이은미는 “백청강은 모창을 극복해야 한다. 지드래곤 느낌이 강하다”고 했고 방시혁도 비슷한 평가를 내리자 백청강의 멘토 김태원은 “어떤 이들이 기계로 꾸미는 소리조차도 그대는 오늘 리얼로 완벽하게 해냈다”고 방어전을 폈다.

멘토들이 주는 점수는 자신의 관점 등의 주관성이 개입되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방시혁이 권리세에게 9.2점을 주고, 백청강에게는 TOP8전에서 내린 점수중 가장 낮은 7.3점을 주었다고 해서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백청강이 지드래곤 모창을 했다고 하면 권리세는 김윤아 모창을 한 셈이어서 개운치 않은 면이 있다. 특히 방시혁과 김태원은 상대 멘티들에게 각각 최하점을 주며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양상을 보여준 것도 네티즌들 사이에 입방아로 이어졌다.

하지만 멘토들의 이런 신경전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가령 필요 이상의 가혹한 코멘트를 하다가는 시청자들의 동정을 산다. 멘토의 강한 개성과 고집이 감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멘토들의 심사 비중은 30%에 불과하고 결국 시청자가 70%를 쥐고 있다. 손진영과 백청강이 심사위원 점수가 높지 않은데도 살아난 것은, 이들이 심사위원들에 의해 필요 이상의 저평가를 받았다고 시청자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멘토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면 냉철하게 납득이 가능하게 평가해야지 감정이 섞이면 안된다. 출연자를 살리고 싶으면 “너 한번 물먹어봐라” 하는 식으로 코멘트를 하면 된다는 말이다.
 
지금 남은 여섯명(TOP6)중 김태원의 멘티가 3명이나 되기 때문에 김태원의 자기 새끼 옹호와 다른 멘토들의 냉혹한 평가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도를 넘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 이는 멘토링은 ‘위탄’의 차별화 요소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장점도, 약점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멘토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시청자의 투표가 객관적인 음악실력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인기투표의 성격을 가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권리세는 노래를 잘못 불렀을 때는 계속 패자부활등을 통해 올라와 ‘좀비’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시청자 투표가 70% 작용하는 생방송에서는 비교적 노래를 잘 불렀는데도 떨어졌다. (권리세는 직전 설문조사에서 ‘위탄’ 최종 우승자로 꼽혔는데, 이런 요소도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아무래도 노래 자체의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스토리나 감동, 휴머니즘 등을 강조하는 김태원의 멘티들이 유리하다. 김태원의 멘티인 손진영의 6강 진출은 노래 실력만이 아니라, ‘미라클 맨’이라며 계속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준 멘토 김태원 덕이 컸다고 본다. 오히려 입앞에서만 노래가 나온다든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는데 왜 써먹지 못하느냐는 말과 음정, 박자 등 기능적인 부분을 계속 지적하는 이은미는 이 점에서 다소 불리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멘토들이 아직 음악적 요소를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멘티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가르치고 계속 경쟁에 내보내다 보니 ‘원석’을 너무 많이 건드린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방시혁이 아이돌 분위기가 나는 노지훈을 가르치는 건 좋지만 싱어송라이터 분위기가 나는 데이비드 오에게 진한 화장을 시키며 세션까지 동원하게 하는 게 과연 어울리는 방식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모습이 어울리는 조형우와 신승훈의 조합도 마찬가지다. 이은미는 멘티들에게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려고 하는 고집이 느껴졌다. 권리세나 김혜리에게 딱 맞는 트레이닝이었나, 이들의 개성을 십분 살리는 선곡과 컨셉이었는지 생각하게 했다.

이왕 멘토들이 원석을 너무 많이 건드렸다면 멘티들이 가수로 활동할 때도 해당 멘토가 계속 책임을 지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멘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멘토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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