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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이홍기, 아이돌 고정관념을 깨다
기사입력 :[ 2013-05-24 14:08 ]


- <뜨거운 안녕>, 마동석과 이홍기의 절묘한 조화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뜨거운 안녕>은 호스피스병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FT아일랜드의 보컬인 이홍기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사고를 친 아이돌 가수가 사회봉사명령에 따라 호스피스 병원에 와서 말기 암 환자들과 부대끼다가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는 것. 시놉시스만 보았을 때, 상투적인 줄거리에 아이돌 스타를 출연시켜 적당히 관객을 모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그런 선입견은 깨졌다. 디테일한 만듦새로 상투성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마지막에 가선 예상보다 훨씬 큰 감동과 눈물을 만나게 된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과속 스캔들>을 보았을 때 예상 밖의 만듦새에 놀랐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짚어보자.

첫째, 빠른 편집과 깨알 같은 웃음으로, 자칫 무겁게 가라앉기 쉬운 분위기를 유쾌하게 잡아주며 웃음과 감동의 농도를 잘 맞추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이 사고치는 장면과 호스피스 병원으로 향하는 장면이 곧바로 이어진다. 카메라 앞에서 주인공이 환자들에게 배식하는 장면에서 환자복을 입은 사람은 로드매니저이고, 주인공은 원장수녀에게 인사해야 할 상황에서 소속사 대표에게 인사를 한다. 이런 자잘한 설정들은 웃기기도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설명해준다.

주인공이 토끼가 식용이냐고 묻거나, 조폭출신 환자가 담배를 귀에 꼽고 하나 더 달라고 하는 등의 장면들도 웃음과 더불어 인물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한 장면도 그냥 넘기지 않고, 디테일한 설정으로 웃음과 인물묘사를 쌓아 간다. 이는 감독의 역량인데, 남택수 감독은 신인감독이긴 하지만, 방송 프로듀서 출신답게 노련하고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다.



둘째,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뛰어나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이홍기는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이홍기는 현재 FT아일랜드의 보컬로 활동 중이지만, 아역시절부터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연기경험을 쌓은 배우이다. 이홍기는 악기를 다루는 장면에서는 물론이고, 개성강한 조연들과의 안정된 연기호흡으로 기대이상의 호연을 보여준다.

<뜨거운 안녕>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배우는 마동석이다. 그는 조폭 출신의 뇌종양 환자로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의 돌출행동은 예상을 조금씩 초과하면서 신선함을 던진다. 칼을 들고 나타나 갑자기 상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는 등의 진짜 조폭 같은 행동은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육체를 통해서 드러날 때, 기묘한 리얼리티를 지닌다.

심이영의 눈물연기도 영화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는 장면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수행하였다. 심이영은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나는 엄마의 절절함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과 관객의 감정선을 가장 크게 움직인다.



셋째, 호스피스와 죽음의 문제에 관한 영화의 접근이 결코 피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감동이 남다르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할머니의 임종장면은 수년 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다. 연명치료술의 발달로, 의료장비가 죽음의 스펙터클을 담당한지 오래 되었다. 임종장면들은 이미 의식이 없는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단 채 누워있고, 기계의 심전도 곡선이 환자의 생사를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된다. 죽음은 의사에 의해 판정되고, 유족은 망자와 어떠한 인간적인 접촉도 나누지 못한 채 의사의 통보에 망연자실해 하는 식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만 해도 가족을 불러 모아 유언을 하고 가족들에 둘러싸여 임종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적 관계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존엄한 죽음일 텐데,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연명치료술의 발달은 인간의 죽음을 훨씬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렸다. 사실 무의미한 연명치료술은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생동안 썼던 의료비보다 더 많은 액수를 생의 마지막 순간에 퍼붓는 것은 환자 개인이나 가족에게 큰 부담이고, 사회적으로는 의료자원의 합리적인 활용을 가로막는다.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약물로 최대한 고통을 줄여주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면서,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해나가도록 돕는 것이 호스피스치료의 목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명치료를 해나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담 앞에서 가족과 의료진이 서로 눈치를 보며 결정의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들이 비일비재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엄마의 죽음에 대해 아버지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죽음은 주인공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부자사이도 멀어졌다. 그러나 호스피스 병원의 환자들을 통해, 그는 비로소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버지와도 화해한다. 영화는 호스피스병원의 환자들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생의 보람을 위해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화는 호스피스치료가 삶을 포기하는 나약한 결정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 살아있고자 하는 생의 의지임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킨다.



마지막 공연에 앞서 말기암환자들이 각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숙연함에 젖게 하지만, 25살의 말기 암 환자인 여주인공은 무대 위에서 경쾌하게 외친다. “살아있는 게 이렇게 행복하다는 것 아셨죠? 그러니 더 즐겨야겠죠? 지금부터 즐길 준비 되셨나요?” 죽음을 통해 삶의 가치를 설득하는 것은 자칫 유치하고 폭력적인 겁박이 되기 싶다. <쏘우> 시리즈가 대표적이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도 못지않은 무리수이다. <뜨거운 안녕>도 죽음을 통해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영화이지만, 죽음을 삶과 대비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죽음을 삶속으로 끌어오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설득해낸다.

오래전 주인공의 엄마가 일러준 가르침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였다. 주인공은 그 말을 다시 생각해내며, 남들이 원하는 삶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삶이라고 착각해온 미국진출을 포기하고, 호스피스 밴드를 계속한다. 속도와 성취와 피로만 남은 이 사회에서 욕망의 방향을 자문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매우 유효하다. 아울러 죽음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최선이며 내가 원하는 죽음은 어떤 것인지 깊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호스피스와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확대된다면, 영화의 성취와 별개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P.S. 병원을 폐쇄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냐며 우왕좌왕하는 환자들의 장면은 진주의료원 사태를 연상시킨다.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허구에 불과했던 사태,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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