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때가 있으면 나쁜 때가 있고, 가파르게 올랐으면 가파르게 내려오기 마련이라는 걸 잘 알기에 나는 완만한 삶을 추구해왔고 그에 맞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기가 없어진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솔직히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인기는 내가 열심히 하는 분야에서, 그걸 봐주는 사람들이 인정해주면 되는 게 아닐까?“

- SBS <밤이면 밤마다> 중, 박수홍의 한 마디



-‘요리MC로 변신’ 박수홍, 인기하락은 어불성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얼마 전 SBS <밤이면 밤마다> ‘연예인 인기의 명암, 오르막&내리막’ 편에 박경림, 신지, 김종민과 함께 출연한 박수홍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이 같은 한 마디를 던졌다. 장난스럽게 말을 이어가긴 했지만 인기 하락을 전제로 마련된 이 자리가 그를 약간은 울컥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인기란 내가 최선을 다하는 분야의 시청자가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라는 말은 틀린 소리가 아니다. 그의 말에 그다지 반응이 없었던 걸 보면 MC나 패널들은 잘 모르고 있지 싶은데, 실제로 그는 현재 맡고 있는 분야에서 어느 누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명 진행자다. EBS <최고의 요리비결>을 통해 보여주는 박수홍의 요리 프로그램 진행 능력은 대한민국 최고라 해도 부족함이 없으니까.

매일 오전에 방송되는 <최고의 요리비결>은 주마다 요리사가 바뀌는지라 요리사의 취향에 따라, 습관에 따라, 또 주가 되는 요리에 따라 주방 분위기가 일변할 수밖에 없는데 박수홍은 그때그때 변화를 따라잡으며 보조자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어떤 양념이 필요한지, 어떤 조리도구를 사용할지, 사용한 그릇은 어느 타이밍에 뒤로 빼야 할지 눈치 빠르게 알아채는 박수홍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요리사의 작업을 구경하며 탄성어린 추임새만 넣는 여느 진행자들과는 달리 요리에 직접 동참하는 개념인 것이다. 직접 칼질도, 조물조물 무치기도 할뿐만 아니라 말이 너무 많은 요리사일 때나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과묵할 경우, 완급조절에 나서는 등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능력을 발휘한다.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이 익숙지 않는 요리사 입장에서는 귀하디귀한 보조자이지 싶은데, 따라서 <최고의 요리비결>의 주 시청 층인 주부들의 칭송이 자자한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SBS <좋은 친구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SBS <야심만만> 등 잘나가는 프로그램의 메인 MC로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박수홍은 시시때때로 격변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한때 호통 개그나 독설이 들불처럼 번졌던 적이 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가식이든, 습관이든, 박수홍은 대놓고 남을 면박을 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지 않은가. 마치 정글과도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행에도 적응키 어려웠던지 그는 일찍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조리사 자격증을 따는가 하면 하나 둘씩 차근차근 준비해 마침내 3년 전 요리 프로그램에 입성했고 <최고의 요리비결>은 물론 푸드TV <박수홍의 푸드 매거진 잇>까지 맡고 있는 그는 이제 한 분야의 전문적이고 독보적인 진행자다. 지금이야 진행만 할 뿐이지만 몇 년 안에 한국판 제이미 올리버가 되리라 기대되는 그에게, 그리고 무려 6년 째 꾸준히 MBC <해피타임>을 진행해온 그에게 인기 하락을 거론하다니, 어불성설이 분명하지 않은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인기만이 최고는 아니거늘, 함께 자리를 한 박경림도 말했듯이 우리가 가는 길이 오르막일지 내리막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또박또박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SBS,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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