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꼬리표 떼버린 로이킴의 과감한 선택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국내 방송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을 탄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어머니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스타K>는 올해도 새로운 시즌이 차곡차곡 진행 중이고,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새로운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아티스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승을 하거나 혹은 준우승을 하지 않아도 ‘Top 10 출신’ 이라는 수식어가 붙거나 참가 후 눈길을 사로잡아 계약에 이르러도 그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사실은 쉽고 빠른 홍보에 적합한 선택이다. 대중들에게 한번 눈도장을 찍고 나오니 여러모로 홍보에 용이한 점도 많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지나치게 쉬운 방법을 택했다가 스스로 함정을 파고 마는 아티스트들도 생겨났다. 아마 슈퍼스타K의 4번째 시즌 우승자인 로이킴에게 쏟아진 우려 섞인 시선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로이크미은 이렇게 만들기에 적합한 조건들이 많았다. 수려한 외모부터 시작해 여심을 녹이는 보이스를 지녔고, ‘엄친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잘 생긴 교회 오빠 같은 비주얼은 어디에 내 놓아도, 어떤 걸 맡겨줘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엔터테이너의 가능성을 다분히 드러냈다. 쉽게 갈 수 있는 방향이 도처에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첫 싱글 ‘봄봄봄’과 첫 정규작 ‘Love Love Love’를 통해 바라본 그의 행보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하다. 사람들이 우려했던 방향성을 가볍게 벗어나 놀라울 정도다. 상업적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음악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음악 전반에서 자신감과 즐거운 에너지가 읽힌다. 음악적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다. 자신이 노래할 음악을 직접 써서 부른다. 기획사의 시스템과 아이돌 열풍이 일반화되며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싱어송라이터를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지금 가요계의 자양분을 만들어 온 아티스트들 중 상당수는 싱어송라이터들이었다. 특유의 감성과 자신들만의 색깔로 승부한 싱어송라이터들은 가요계의 스타일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아이돌 열풍이 일반화 되며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대세 중 하나였다. 로이킴은 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자신만의 음악,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강점을 다시 한 번 과시하고 있다. 이런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면 꾸준한 발전과 함께 남자 솔로 싱어송라이터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든다.

추구하는 감성도 남다르다. 그의 마음 속 나침반은 늘 과거를 향해 있다.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동시대의 자극적 감성이 아니라, 느리지만 따뜻했던 과거의 감수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엄연히 말하면 93년생인 그가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코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고 익혀온 만큼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세대를 넘어서는 공감대의 발견이다. 주류 음악 시장에서 소외되어온 장년층 음악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음악 시장은 철저히 10대와 20대를 겨냥해 돌아가야 상업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음악계 속설도 로이킴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그는 이런 세대를 직접 겨냥해 음악을 만들지 않았지만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대세보다 공감을 택하는 지혜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진정성 측면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그가 처음 건넨 말은 ‘노래하고 싶어 나온 로이킴입니다’ 였다고 한다. 자신이 음악적 중심축을 가지고 있으니 진정성 측면에서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연습생 시스템을 한번 생각해 보자. 몇 년 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를 하게 되지만 음악적 주도권을 손에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가수를 하고 싶다는 진정성 측면에서는 로이킴과 다를 게 없겠지만, 음악을 이해하는 측면의 진정성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진정성이 올라가면 당연히 소화력이 올라가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농도도 더 진해진다. 전해지는 느낌, 울림이 달라진다. 어쩌면 귓바퀴만 맴돌다 사라지는 수많은 음악들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로이킴이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힘을 주고 빼는 구성적 측면에서 약점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앨범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확실한 한 방이 없다는 사실은 약간 아쉬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나이와 첫 번째 앨범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고무적이다. 더 성장할 가능성도 높고, 벌써 이정도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에 놀라워 할만하다.

지금 가요계에는 자신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아티스트가 필요하다. 인위적인 음악의 색깔이 아닌 자연스러운 소리의 강점을 끌어낼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로이킴이 이런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그는 이미 많은 걸 해냈다. 앞으로도 많은 걸 만들어 낼 것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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