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 제대로 만난 ‘금뚝딱’ 연정훈·한지혜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금 나와라 뚝딱!>은 사실 주말극에 어울릴 법한 잔재미는 있는 드라마다. 1인 2역의 여주인공, 재벌가 시댁, 약간의 양념 같은 복수극, 거기에 남녀 주인공들의 로맨스까지 있을 것은 다 있다. 다만 그 모두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을 만큼 대단하게 새로운 것들은 아니었다.

그런 <금 나라와 뚝딱!>의 시청률을 뚝딱 살려낸 도깨비방망이 같은 주인공들은 이 드라마를 이끌면서 의외의 매력을 발산한 남녀 주인공 한지혜와 연정훈이다. 사실 그 동안 한지혜와 연정훈은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해왔지만 그 경력만큼 인정은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낭랑18세>로 데뷔했던 슈퍼모델 출신의 한지혜는 신선한 마스크와 그에 어울리는 발랄한 연기로 꽤 주목을 끌었다. 그 후로도 한지혜는 몇 편의 드라마에서 주연급의 역할을 맡아왔지만 큰 연기자로도 큰 스타로도 발돋움은 하지 못했다.

그 까닭은 한지혜 특유의 대사 톤에 있을 것 같다. 개그맨들이 따라할 만큼 희화화된 그녀의 대사 톤은 사실 그렇게 낯선 것만은 아니다. 대학시절 연극반 학생들의 무대에서도 볼 수 있고 일반적인 연극무대에서도 쉽게 보이는 톤이다. 그러니까 연기를 연기로 보여주는 연기, 어찌 보면 조금은 오래된 연극적인 연기방식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자연스러운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드라마에서 그녀는 종종 홀로 튀었다. 감탄사 하나를 내뱉을 때가지도 너무 감정을 실어 소화하는 그녀는 2천 년대의 드라마 속에서 마당놀이 배우처럼 보이곤 했다. 그녀가 전작인 <메이퀸>에서 그토록 혹독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들었던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 나와라 뚝딱!>의 여주인공 정몽희와 그리고 몽희와 똑같이 생긴 재벌가 맏며느리 유나를 연기하는 한지혜는 <메이퀸>의 여주인공 천해주를 연기할 때와는 다르다. <금 나와라 뚝딱!>의 정몽희야말로 과장된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캐릭터다. <금 나와라 뚝딱!>에서의 정몽희는 늘 연기를 하며 살아가야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는 정몽희는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 씩씩하고 강해 보이려고 연기하는 인물이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재벌가의 며느리 유나의 역할을 맡아야하는 정몽희는 또 다시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만 한다.



어쩌면 늘 드라마 속의 인물을 너무 극적으로 연기하던 한지혜에게 정몽희는 <낭랑18세> 이후 가장 잘 만났다 싶은 캐릭터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금 나와라 뚝딱>에서 몽희와 유나 두 모습을 보여주는 한지혜는 신명 나게 훨훨 날아다닌다.

한편 연기자 본인의 모습보다 탤런트 연규진의 아들이며 미녀스타 한가인의 남편으로 유명한 연정훈에게도 <금 나와라 뚝딱!>은 특별하다. <뱀파이어 검사>를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가던 연정훈은 이 드라마의 박현수를 통해 그 정점에 이른 것 같다.

<금 나와라 뚝딱>에서 연정훈이 연기하는 박현수는 언뜻 보기에는 한지혜가 연기하는 발랄한 정몽희에게 묻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정훈의 연기 방법은 한지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연정훈은 박현수의 캐릭터를 위해 대사에 힘을 주기보다는 표정과 눈빛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그런 박현수는 재벌가의 집안에서 어린 시절부터 눈칫밥만 먹고 자라온 소심하고 섬세한 장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다소 침울한 인간인 박현수는 발랄하고 당당한 정몽희와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열고 처음 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변해간다. 가끔 토라지고, 가끔 상대방을 퉁명스럽게 대하며,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자답고 결단력 있게. 다른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보다 섬세한 박현수의 감정선을 연정훈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잘 잡아냈다.

더불어 한지혜 연정훈 두 배우의 각기 다른 연기 방식은 각자의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몽희를 연기할 때 아직도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한지혜의 모습은 연정훈의 자연스러운 반응 덕에 장면 자체는 그리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다소 심심한 연정훈의 연기가 탄력을 받는 것 역시 한지혜의 과장된 연기에 대비되어 더 재밌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드라마 초반부 <금 나와라 뚝딱!>의 한지혜와 연정훈이 싸우고 화해하고 또 작전을 짜는 장면은 이 드라마를 싱싱하고 개성 있게 만들었다. 두 주인공은 만담의 대가 장소팔 고춘자가 떠오르는 재미난 커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금 나와라 뚝딱!>에서의 한지혜 연정훈은 예전만 못하다. 언젠가부터 <금 나와라 뚝딱!>의 스토리는 지지부진한 주말극의 패턴을 밟고 있다. 산으로 가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아무리 즐겁게 연기한들 드라마 자체가 맥이 빠지니 무슨 소용이 있으랴?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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