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멤버 변화가 만든 티아라의 자충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걸 그룹 티아라의 아름이 팀에서 나와 솔로로 활동한다는 발표에 대해 무수한 추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팀 내에 또 불화가 생겼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심지어 아름이 신병(神病)을 앓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로써 대중들이 티아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는 분명해졌다. 티아라 측에서 발표한 어떤 공표된 사실도 이제 대중들은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화영의 탈퇴로 인해 불거져 나온 논란의 후폭풍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당시 기획사 측이 보였던 잘못된 소통방식은 티아라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급속도로 추락시켰다. 그 후 티아라는 계속 활동을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또 한 명의 팀원이 빠져나간다는 소식은 겨우 잠잠해진 불씨를 다시 들쑤시는 결과로 이어졌다.

티아라는 데뷔한 이래 무려 6번의 멤버 변화가 있었다. 은정, 효민, 지연, 지원, 지애 이렇게 다섯 명이 데뷔했지만, 지원, 지애가 탈퇴하고 큐리, 보람, 소연이 합류해 6인 체제로 변화되었다. ‘보핍보핍(Bo peep bo peep)’과 ‘처음처럼’을 연이어 히트시킨 이 때가 티아라 전성기의 시작이었다. 화영을 영입해 7인 체제로 바꿔서도 ‘롤리폴리’ 등을 발표하며 승승장구했던 티아라는 그러나 아름을 또 팀에 합류시키며 8인조로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때 왕따 논란이 터지면서 화영이 탈퇴하게 되었고 또다시 아름의 솔로 전향으로 티아라는 6인 체제로 바뀌게 되었던 것.

왜 이토록 여러 차례 멤버 변화를 꾀한 것일까. 아이돌 그룹의 멤버 변화는 그 자체가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그것은 아이돌 그룹은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팬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가 어느 날 갑자기 교체되거나 탈퇴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보라. 열광적으로 따라다니며 응원을 했던 팬은 순식간에 안티 팬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멤버 변화를 꾀하게 한 것은 제작사측의 ‘의도’가 들어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팀을 계속적인 경쟁 체재로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져 몇 년 정도 지나 인기를 얻게 되고 또 시간이 흐르게 되면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나 교체는 일종의 충격파가 되는 셈이다. 언제든 누구나 팀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새로운 멤버와는 일종의 경쟁 관계라는 것을 늘 의식하게 하는 일이다.



팀에 지속적인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멤버 변화는 효과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그 자체로 팀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려울 때 서로를 챙겨주는 팀워크보다는 서로를 견제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아무리 경쟁 체제라고 해도 팀원들끼리는 서로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멤버 변화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다.

티아라가 어떤 멤버 변화를 보일 때 대중들이 거기에 어떤 불화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게 되는 건 이 팀이 끊임없는 경쟁 체제에 놓여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멤버 변화를 꾀하는 것은 당장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대중들에게는 일종의 불신을 만들게 된다는 점이다.

팀워크는 어쩌면 대중들이 대중문화를 통해 갖게 되는 가장 큰 판타지일 것이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팬덤이 존재하는(혹은 존재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멤버 변화가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기존 멤버의 탈퇴는 그 프로그램의 매력 또한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고, 또 새로 들어온 멤버에 대해서는 어떤 배타성도 갖게 된다. 이것은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팀워크에 대한 대중들의 판타지가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물며 아이돌 그룹이다. 누가 봐도 선망이 될 만한 선남선녀들이 저들끼리 갖는 화기애애한 팀워크는 팬들에게 가장 강력한 매력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티아라의 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단순히 왕따설로 인한 이미지 추락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그 왕따설을 믿게 만든 구시대적인 팀 관리가 만든 비극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코어콘텐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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