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춤’과 ‘위대한 탄생’은 왜 성공하지 못했나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걸그룹 달샤벳이 ‘내 다리를 봐’ 를 부를 때 선보이는 안무는 ‘7년 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치마가 날렸던 마릴린 먼로에게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 안무는 벨크로, 일명 찍찍이를 단 치마를 양 옆으로 펼치는 동작이 포인트인데 처음부터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인지 공중파 음악 방송에서는 이제 이 춤을 추지 않겠다고 한다. 선정적이어서 바꾼 거라는 보도도 있었고, 컴백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안무와 퍼포먼스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중요한 건 약간의 미련을 남겼다는 것이다. 공중파 이외의 방송에서는 ‘먼로춤’을 변함없이 선보일 거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쇼케이스 때부터 화제를 몰고 다닌 안무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컴백해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가요계에서 달샤벳의 이름과 함께 오르내린 키워드다. 달샤벳만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니기에 좀 더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할 때 던진 승부수였다. 화제성과 맞물려 있는 주제이기에 좀 더 민감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선정성 논란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대한 담론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 일 것이다.

달샤벳과 별 관계는 없지만 최근 폐지를 확정한 MBC TV <위대한 탄생>도 음악 업계의 화제성과 맞물려 있다. 분명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은 출연자들은 가수로 데뷔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음원 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던 김예림과 로이킴도 <위대한 탄생>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슈퍼스타 K> 출신이다. 이전에도 <슈퍼스타 K> 출신들은 공중파와 케이블을 오가며 프로그램 종료 후 대부분 스타덤에 올랐다. <위대한 탄생>은 시즌 1과 시즌 2의 우승자가 이에 비해 미비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숨어있는 원석을 발굴하고 이 원석을 보석으로 만든다는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스타로 육성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화제를 모아야 하는 부분이 존재했지만, <위대한 탄생>은 이런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시스템 적인 측면에서도 체계적인 부분이 아쉬웠고, 참가자들에게서 화제를 모을 만한 부분을 뽑아내는 방법도 미숙한 면이 많았다. 결국 화제를 모으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위대한 탄생>에게도 적용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한 방을 끝내 찾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음악 업계에서 화제를 모은다는 건 성공의 시작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대중’이라는 단어가 붙는 업계가 다 그렇겠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상업적 수익을 얻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업적 수익과 직결될 수 있는 선택의 기준이 생겨야 하는데, 이런 선택의 기준을 만드는 첫 걸음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중 음악계를 강타했던 선정성 논란도 여기서 비롯된다. 마치 ‘실시간 검색 순위’로 평가받는 것만 같은 관심의 척도에서 우선 순위에 오르려면 자극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게 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악마의 편집’ 논란도 비슷한 방향에서 해석할 수 있다.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대중음악이 관련된 프로그램이다 보니 선정성 논란이 약간 다른 방향으로 표출 된 것 뿐이다. 조금은 마음이 불편해 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화제성과 직결되는 콘텐츠이기에 끝없이 눈에 띄어야 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만, 좀 더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나가면 어떨까 하는 느낌이다. 마케팅 주체에 좀 더 많은 목소리가 반영되고 이를 통해 발전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소수의 목소리는 늘 상업적 이익을 부르짖게 되고, 이런 상황에선 늘 한결같은 방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업적 이익은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의 최종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사람의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곳이기에 지금보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화제성을 만들어 내는 색다른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사실상 지금의 방법들은 언젠가 구식이 될 것이다. 반응의 주체인 대중들도 식상함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니 기획 단계부터 과감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콘텐츠의 질 자체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화제성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 고민의 중요성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달샤벳과 <위대한 탄생>의 선택이 음악 업계에서 화제성이 가지는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요즘이다. 이 속에서 우리는 화제성을 만들어 내는 긍정적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 업계의 최종적 중심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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