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걸그룹 크레용팝, 차트 역주행의 비결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요즘 대세가 누구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크레용팝’을 이야기 할 것이다. ‘빠빠빠’의 엄청난 열풍은 패러디 영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치 원더걸스가 ‘Tell Me’로 동영상 사이트를 초토화 시켰던 때를 보는 것만 같다. 게다가 활동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점에 발매한 지 한 달을 넘어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하위권에서부터 꾸준히 치고 올라와 이룩한 업적과도 같다.

발매 직후 1위를 기록한 후 천천히 순위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 형태라는 걸 감안해 보면 정말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소속사에서는 활동 연장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각종 섭외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1위를 기록했을 때 더 달려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니 말이다.

이렇게 차트 역주행을 비롯해 인터넷 세상을 강타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들이 무척 ‘새롭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크레용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걸그룹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그녀들은 섹시 걸그룹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케이팝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노출이 없는 의상을 선택했다. 심지어 하의는 운동할 때나 입을 법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다. 그래서 ‘각선미 과시’, ‘과감한 노출’과 같은 다소 자극적인 수식어를 붙여주기가 쉽지 않다. 어디 이뿐인가. 머리에는 당장 자전거를 타고 달려 나가도 될 법할 단단한 헬멧을 쓰고 나온다. 애써 예쁜 척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콘셉트를 끌고 나가는 데 집중한다. 그 이상은 대중에게 맡기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명 ‘직렬 5기통 엔진춤’ 이라고 불리는 안무도 남다르다. 교대로 자리에서 점프하는 이 안무는 신선함을 넘어서 파격적으로 까지 다가왔다. 그녀들의 무대 영상을 처음 본 사람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안무다. 이 또한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걸그룹의 안무와 크게 다르다. 최근 걸그룹들의 안무는 선을 살리거나 섹시함을 과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무대 자체가 선정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크레용팝은 다르다. 안무 자체도 자신들의 콘셉트에 철저히 맞춰져 있다. 결론적으로 음악과 콘셉트, 안무가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가 생겼다. 다른 걸그룹과 색깔 자체도 다르지만 엇박자를 내는 콘셉트가 난무했던 가요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크레용팝이라는 그룹을 생각할 때 이야기할 거리들이 잔뜩 피어올랐으니 말이다.

사용자 기반 콘텐츠(User-Based Contents) 시장에 맞춘 콘셉트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UCC(User Created Content) 시대가 개막 된 이후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결과물을 원해 왔다. ‘몸’이라는 수단이 콘텐츠의 전면으로 등장했고, 직접 ‘몸’을 써가며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곤 했다.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 엔진춤’은 쉬우면서도 직관적이다. 퍼포먼스를 보며 ‘와!’ 하는 탄성을 지르기 보단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패러디 열풍이 불고 있는 건 이런 욕구들이 밖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온몸으로 소비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중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악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고 있었던 이 때 크레용팝이 은근슬쩍 해답을 제시한 것이다.

친근함에 대한 담론도 빼놓을 수는 없다. 아티스트란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여도 상관은 없지만, 기왕이면 대중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친근한 형태가 주목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만큼 소통 창구가 다양해 졌고, 방법 또한 많아 졌다. 이런 상황에서 철옹성 같은 아티스트 이미지나, 혹은 말 한 마디 건네기 어려울 것 같은 모습을 구축하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크레용팝은 이런 면에서 뛰어나다. 친근감을 최대한 살려내며 옆집 소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 되고 있는 라이브 실력 논란은 한번쯤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직렬 5기통 엔진춤’도 중요하겠지만, 가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 하는 것도 중요할 테니 말이다. 아직 오랜 시간을 활동한 건 아니니 충분히 발전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대중들과 소통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새로움에 관한 주제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음악을 기획하고 아티스트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만 한다. 어쩌면 크레용팝이 한 달 만에 차트 1위에 오른 건 예상치 못한 신선함에 대중들이 보낸 화답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바라보며 저 것 보다 조금 더 잘해봐야지 라는 생각은 대중음악계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 차라리 무언가를 바라보며 저 거 말고 다른 걸 해봐야지 라는 생각이 좀 더 빠르게 스며든다. 새로움에 대한 요구를 확인하라. 크레용팝에게서 말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크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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