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과 성적 욕망은 다르지 않다

[엔터미디어=오동진의 이 영화는] 근친상간과 같은 금기의 영역이 두려운 것은 결코 세상의 시선 때문만이 아니다. 그건 사실, 불결함 때문이다. 사회적 금기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포르노인지, 아니면 예술적 성취를 이룬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안느 퐁텐 감독의, 경외로울 만큼 파격적인 내용의 영화 <투 마더스>가 바로 그 같은 작품이다. 세상은 절대로 어머니가 어린 아들에게 육체적 욕망을 느끼거나, 그를 실현시켜서는 안된다고 금지하고 있지만 <투 마더스>는 가뿐히 그 경계를 뛰어 넘는다. 전혀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엄마(들)와 아들(들)이 키스하고 서로를 더듬으며 몸이 뒤엉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외설적이지 않다. <투 마더스>는 가장 아름다운 불륜의 영화이자, 가장 매혹적인 근친의 영화이며,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작품이다.

영화 속 두 엄마와 두 아들의 관계가 분명 세상의 룰(rule)에 대해 급격하면서도 완전하게 역행하고 있는 데도 이들의 모습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 동안 우리가 알아 왔던 그 수많은 윤리적 규범들이 누구와, 혹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 온 것인 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안느 퐁텐 감독은 질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근친의 로망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절대적으로 파기시키고자 애쓰는 항목이다. 근친간 잠자리는 꿈꾸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러나, 우리가 왜 그 욕망의 아름다움까지 포기해야 하는가를 되묻는다. 그건 참 위험한 질문일 수 있다. 그것도 매우 매력적인 느낌이라면 더욱 더.



호주 시드니 외곽의 한 해안 도시에서 어릴 때부터 절친 관계인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이제는 자족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40대 중년 여인들이다. 로즈는 꽤 괜찮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고 릴은 요트 설계사무소에서 일한다. 얼마 전 릴의 남편이 죽은 것 빼고는, 또 로즈의 남편이 시드니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맡게 돼 서로 떨어져 있게 된 것 빼고는 다 괜찮다. 아니 더 괜찮다. 둘은 서로가 너무 각별하며 무엇보다 잘 키운 각자의 아들들, 이안(자비에르 사무엘)과 톰(제임스 프레체빌)이 있기 때문이다. 넷은 자주 해변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엄마 둘은 모래사장에서 뒹굴고 아들 둘은 파도를 타며 논다. 비키니를 입고, 여전히 매혹적인 몸매와 미모를 자랑하는 두 엄마는 서핑를 하는 아들들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로즈가 릴에게 말한다. “와우. 정말 우리 작품이라는 게 믿어져?”

하지만 언제부턴가 로즈는 릴의 아들 이안에게 욕망을 느낀다. 이안은 아예 로즈에게 사랑을 느낀다. 어느 날 밤 둘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로즈의 아들 톰은 반대로 릴에게 접근하고, 릴은 이 어린 소년의 육체에 금새 불타 오른다. 두 엄마가 서로의 아들을 탐하는 아슬아슬한 관계가 시작된다.



아슬아슬하다 해서 넷의 모습은 결코 위태로워 보인다는 얘기는 아니다. 기이하게도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 어쩌면 세상의 가장 위대한 관계는 모성과의 사랑일 수 있다. 신이 제일 먼저 가르쳐 준 사랑이 바로 그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 스스로가 그 감성의 정점을 잃어 버린 것이 아닐까. 안느 퐁텐 감독은 숨겨져 있던 도리스 레싱의 짧은 원작소설을 세상 밖으로 꺼내면서 모성의 사랑과 성 행위의 욕망을 병치시키는데 성공한다. 그 둘은 사실 그리 다르지 않은 것임을 역설한다.

두 엄마와 두 아들이 함께 바다 위 부표처럼 떠있는 갑판 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 눈을 감아도 자꾸 떠올려진다. 그 넷의 모습이야 말로 이 영화의 마력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저런 파라다이스를 느낄 수 있다면 아무리 위험한 관계의 불구덩이더라도 뛰어들고 싶어지게 한다. <투 마더스>는 근래에 나온 영화 중에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가장 뜨겁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장 차분한 느낌을 준다. 섹시하고 외설적이면서 동시에 이렇게 애틋한 영화가 있었던가 싶다. 나오미 왓츠와 로빈 라이트는 여자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농염한 자태를 지니고 있음을, 무엇보다 더더욱 아름다울 수 있음을, 그래서 강한 욕망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 낸다. 두 여인이 너무 아름답다. <투 마더스>는 두 중년 여배우의 찬란한 매력만으로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영화 <투 마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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