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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 전 달리기 대회, 승자의 세리머니는?
기사입력 :[ 2013-08-29 15:04 ]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달리기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아프리카에 간다면 여행 일정에 암벽화 감상도 넣으면 어떨까. 꼬챙이처럼 단순화한 신체 조각을 남긴 자코메티에게 영감을 줬을 법한 고고미술 작품이 널려 있다고 한다.

이 그림은 최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에서 봤다. 미국 사람들은 NPR을 듣겠지만, 나는 먼저 본다. NPR의 주파수를 잡는 법을 몰라서이기도 하고, NPR의 제목을 먼저 보고 음성 파일로 들을지 결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왜 먼 거리를 달리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지 다룬 기사에 이 그림이 인용됐다. 그림은 ‘우리는 왜 달리는가’로 번역된 책 ‘Racing the Antelope'에 소개됐다.

이 책을 읽었는데도 이 그림을 본 기억이 없다. NPR 기사가 이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전해줬다. 나는 이 그림을 전에 봤더라도, 아마 제대로 감상하지 않은 탓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 사냥꾼들은 지금 사냥하는 게 아니다. 들소를 좇는 게 아니다. 이 사냥꾼들은 그냥 뛰었다. 재미로, 누가 빨리 달리는지 겨뤘다.

이 작품을 남긴 고대 화가는 솜씨도 솜씨려니와, 유머도 만만치 않다. 배경으로 들소들을 그린 부분이 흥미롭다. 들소들은 눈을 꿈벅거리면서, 평소 같으면 저희 족속을 잡지 못해 안달났던 인간들이 왜 저렇게 죽으라고 뜀박질을 하는지,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자세로 묘사됐다.

맨 오른쪽 사람을 보라. 그가 바로 수천 년 전에 열린 달리기 대회의 우승자다. 그는 이제 막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는 활과 화살 다발 같은 걸 쥔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경주에서 우승한 사람의 만국공통 바디 랭귀지다. 만국공통일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몸짓이었군.

무슨 달리기 시합에 참가자가 고작 다섯 명이냐고? 실제 참가자는 훨씬 많았을 게다. 아래 사이트를 클릭하면 볼 수 있는 원작에는 왼쪽에 두 사람이 더 나온다. 원작에서 생략된 사람도 많을 게다.

http://www.flickr.com/photos/setatum/2792608923/

이 책을 읽었는데도 이 그림을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책을 다시 뒤적여봤다.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이 그림으로 넘어가기 전에 ‘달리기 완벽 가이드(The Complete Book of Running)'을 인용한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나는 우리가 달리기를 하면 곧장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만 년 전에 과일과 식물을 먹고, 끊임없는 활동 속에서 심장과 폐, 근육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느꼈을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인리히는 이 그림을 마주친 순간 “충격에 휩싸였고” 그 감정에 빠져든 것이다. 그는 “그 원시인의 이미지는 우리의 달리기, 우리의 경쟁, 최고를 추구하는 우리 노력의 기원이 아주 심원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내게 상징적으로 암시해주었다”고 말한다.

이 그림은 문서와 그림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달리기 기록이 아닐까? 이 그림은 아프리카 남부 국가 짐바브웨의 마토보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Racing the Antel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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