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9’, 신랄한 지적보다 격려가 절실한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기대했던 Mnet <댄싱9> 첫 생방송 무대가 전파를 탔다. 각기 아홉 명으로 구성된 레드팀과 블루팀이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벌인 끝에 레드팀의 석패, 그리고 룰에 따라 개성 넘치는 스트리트 댄서 서영모가 탈락했다. 바로 전 미국 전지훈련 당시 남진현과 함께 삼인조로 호흡을 맞춰둔 정서연이 탈락하는 바람에 위기에 처했던 서영모가 아니던가. 이번엔 개인전이라 할 조 대결에서는 89점을 얻어 승리했으나 블루팀이 선취득한 9점에 발목을 잡혀 안타깝게 하차하고 말았으니 이래저래 운이 따라주지 않는 그다.

그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색깔을 막론하고 모든 동료, 마스터들이 달려가 생방송 첫 탈락자를 감싸 안았는데 오랜 시간 몸을 부딪쳐가며 고생해온 진한 동료애가 느껴져 보는 이 또한 울컥해질 밖에. 특히나 한쪽에서 돌아서며 눈물을 훔치는 같은 팀 멤버 이선태의 고개 숙인 모습이 왜 그리 가슴 짠하던지.

그리고 쏟아지는 진심어린 위로들 사이에서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 서영모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렇게 환호를 해주니까 마치 제가 ‘댄싱9’의 MVP가 된 것 같습니다. 비록 ‘댄싱9’에서는 MVP가 되지 못했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MVP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댄싱9’, 사랑합니다!” 이럴 때 흔히 위로 차원에서 던지는 말이 있다. ‘탈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꿀 바른 조언.

그러나 이번 서영모의 경우 패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 분명하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일찍이 누가 이런 관심을 그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나. 많은 이들이 예선부터 생방송에 이르도록 여러 차례 그의 춤에 주목했었고 그래서 그가 어떤 동작에 강한지 잘 알게 되었으며 비단 춤만이 아니라 팀장이었을 적에 보여준 면면으로 인해 그가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정녕 일생에 둘도 없는 기회인 거다. 이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더욱 발전한 그를 또 다른 무대에서 만나게 되길 기원한다.

서영모의 탈락에 마음이 쓰이는 건 누가 보더라도 그의 기량이며 열정이 18위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싱9’은 실력대로 줄을 세워 우승과 탈락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판을 어떻게 짜느냐, 대결 상대, 음악을 비롯한 주변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승부가 요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



어찌 보면 인생과 다름없다고 하겠다. 학교만 봐도 그렇지 않나. 아무리 공정하게 반 배정을 했다고 해도 어떤 반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몰려 있기 마련이니까. 과하다 싶은 패널티 9점도 삶에 도사리고 있는 험난한 역경 같은 것. 누군 평탄한 길을 걷고, 누군 진흙 밭을 통과해야 하고. 그럼에도 참 이상하다. 아무리 선선히 이해하려고 해도, 무용 콩쿠르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임을 익히 앎에도 찜찜하게 느껴지는 결과니 말이다.

그러나 차분히 한번 생각을 해보자.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지 싶은데 생방송이 녹화방송 때의 감동을 고스란히 이어가기란 참 어려운가 보다. 어떤 오디션 생방송도, 특히 첫 생방송에서 칭찬을 받은 예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자막과 편집, 그리고 CG에 그만큼 길들여져 있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이번 <댄싱9>도 그간의 감탄스러운 동작이며 조합들이 생방송을 통해서는 제대로 전달이 안 돼 아쉬웠다.

따라서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블루팀이 미리 받아둔 9점의 폐해, 심사위원 점수의 모호함 때문에 한동안 홈페이지 게시판이 들끓었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건 카메라 워크.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며 몰입을 방해하는 통에 “제발 멈춰!”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이 모든 불만사항에도 불구하고 춤을 이처럼 존중해준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방송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첫 발짝, 서자마자 달음박질을 하길 바라지는 않았으면 한다. 하나하나 고쳐 가면 되는 거다. 솔직히 판을 벌여준 Mnet이 시즌1로 <댄싱9>을 마무리 지을까봐, 더 이상 춤꾼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봐, 그게 걱정이다. 지금은 신랄한 지적보다는 격려가 필요할 시점이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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