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음원 올킬, 어떻게 봐야 하나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최근 음원차트를 보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다. 아티스트 명을 볼 때는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앨범명’ 을 쳐다보면 ‘으응?’하는 나지막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O.S.T’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앨범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매 직후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악한 ‘Touch Love’, ‘미치게 만들어’, ‘울고만 있어’, ‘낮과 밤’, ‘너와 나’ 는 모두 드라마 O.S.T다.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그 드라마의 O.S.T가 어김없이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조금 비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음원차트는 그야말로 ‘O.S.T 천하’다.

이 음악들의 공통점은 상당히 분명하다. 드라마의 O.S.T로 삽입되었다는 것과 발라드 계열의 곡이라는 것, 이 두 가지 공통점만 고려해 봐도 이유에 대한 추측이 가능해 진다. 드라마는 늘 뜨거운 콘텐츠 시장이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가지는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청자는 가장 결정적인 장면에서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O.S.T에 노출된다. 이만한 홍보가 없는 것이다. 음악과 영상이 따로 분리될 때와 합쳐질 때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따로 존재할 때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 구조가 만들어 진다. 특히 본질적인 감흥 면에서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훨씬 많아질 수 있다. 이 노래가 뭐냐며 인터넷을 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레 프라임 타임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방송 시간대는 잠들기 전 사람들이 가장 많이 TV를 시청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O.S.T에 참여한 가수들은 독점적인 홍보를 펼칠 수 있다. 음원 차트를 주름잡는 아이돌 부럽지 않은 기회다. 이런 식으로 사전 홍보를 펼친 후 음원 공개를 시도하면 소위 말하는 ‘언플’보다 더 튼튼한 밑바탕 위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이다. 승부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건 음원 시장에서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기획사에서 그렇게 ‘언플’에 매달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노이즈 마케팅까지 동원하겠는가. 드라마 O.S.T는 이것저것 소환할 필요 없이 드라마에만 집중해도 이 정도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맘 편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집중 장르가 발라드라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태껏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O.S.T는 대부분이 발라드였다. 이 시기 가요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일렉트로닉팝과 아이돌 그룹들이었다. 발라드라는 장르는 가요계에서 끊임없이 흥행 보증 수표로 인정을 받아온 음악이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에 밀려 정통파 발라드 가수들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고, 확실한 카드로 평가받는 가수들은 새로운 음악을 출시하지 않으며 뜸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발표된 드라마 O.S.T들은 발라드로 인해 만들어 졌던 음악적 감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결정적 장면과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가요적인 감수성이 부족한 지금 상황에서 드라마 O.S.T가 돌파구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드라마 O.S.T는 현재 가요 시장의 다양성을 늘려주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음악을 공급해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약간의 우려도 있다. 일단 ‘갑’의 횡포다. 드라마 O.S.T가 잘된다는 이유로 몇몇 사람들이 폭력적인 시장 상황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목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면 비공식적인 거래가 생길 수도 있고, 대한민국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끼워 팔기’가 성행하게 될 수도 있다.

드라마에 어울리는 보이스를 가지고 있어서, 혹은 드라마가 원하는 음악성을 가지고 있어서 섭외된 게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합류하게 될 가수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잘나가는 드라마나 잘 될 것 같은 드라마의 O.S.T는 정말 갑의 횡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 모두는 음악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공정하고 확실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끊임없는 순차 공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순차 공개를 통해 매주 똑같은 드라마의 O.S.T 들이 순위를 들락거리게 되면 다른 가수들의 홍보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뜻이다. 대중문화라는 게 상업적 이익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긴 어렵지만, 적어도 그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애는 써봐야 한다. 음악 시장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출시한 모든 구성원들이 주목받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자신들의 음악이 홍보될 수 있는 공간은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순차적 공개로 발생하는 순위 도배는 생태계를 해칠 수도 있다. 음원 편중 현상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이제는 이미 음악 출시 단계에서 누군가를 피해가는 상황은 어려워졌다. 어차피 음원 홍수가 벌어지고 있는 시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음악 생태계가 중요하다.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타협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좋은 음악이 발표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O.S.T 열풍을 타고 더 많은 가수들이 소개되고, 묻혀 있던 실력자들이 발굴되는 일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게 O.S.T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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