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윅스’, 2라는 숫자가 못내 아쉬운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MBC 드라마 <투윅스>에서 소현경 작가는 전작 <내 딸 서영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부성애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내 딸 서영이>의 늙은 아비 이삼재는 딸이 자신을 속이고 결혼하는 과정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서야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투윅스>의 젊은 아빠 장태산(이준기)은 처음으로 딸의 존재를 알고 부성애라는 감정을 깨닫지만 갑작스레 살인 누명을 쓰는 바람에 내내 산으로 강으로 들로 쫓기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 두 작품을 보노라면 소현경 작가의 드라마는 생물학적 아버지가 되기란 쉬우나 진정한 아버지로 다시 태어나려면 죽을 고생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각설하고 도망자와 부성애 이야기를 결합한 <투윅스>가 올해의 좋은 드라마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투윅스>는 탄탄한 정공법의 전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매회 꼼꼼하게 디테일들을 쌓아놓는다. 거기에 더해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또한 장태산이라는 평범한 젊은이의 삶이 거대한 권력들의 손에 의해 어떻게 좌지우지 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가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스피디한 추격신은 꽤 잘 만들어져 있고 긴장감을 주는 반전코드 역시 적절하게 쓰인다. 장태산이 쫓겨 다니면서 스치듯 만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소소한 감동코드 역시 잘 버무려져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윅스>는 어딘지 뚜껑이 열려 있어 살짝 김이 빠진 탄산음료 같은 인상이 든다는 거다. 그건 비단 쫓기는 도망자의 이야기가 많은 곳에서 쓰였거나 몇몇 상황들이 전형적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투윅스>는 전형적인 장르물의 요소를 적당하게 잘 살린 드라마다.



다만 딸에게 골수를 이식하기 전 그러니까 딱 2주 동안의 도주라는 설정에 이미 이 드라마의 결말이 드러나 있다. 도망자가 암담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누명을 쓰고 도망을 다녀서가 아니다. 그의 고독하고, 두렵고, 억울한 도주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서다. 도망자에 감정이입하는 시청자들 역시 주인공이 빨리 누명을 벗고 이 고단한 여정에서 발을 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미지의 날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아니면 영영 오지 않을지 드라마의 주인공도 시청자들도 알 수가 없다.

반면 <투윅스>의 경우는 2주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결말의 그림이 너무나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의 긴박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다소 시큰둥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더구나 드라마 속에서의 진행과정이 대부분 1회에 하루 정도로 정해져 있다 보니 생각보다 제약이 많다. <투윅스>에서 빈번하게 회상장면이 등장하는 이유 역시 그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회상장면과 현재장면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대신 드라마의 속도감과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순간 역시 어쩔 수 없이 이어진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실제로는 일주일에 두 번 16부작으로 방영된다. 반면 실제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2주는 2달이다.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고, 어마어마한 사건의 뒷이야기가 등장하고, 장태산의 운명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이 실제로는 2달인 까닭에 한편 한편의 집중도는 높아도 막상 <투윅스> 속의 인물들처럼 그렇게까지 긴박해지지가 않는다.

그러다보니 <투윅스>에서 2라는 숫자가 자꾸만 못내 아쉬워진다. 만약 <투윅스>가 2달이 아니라 2시간의 시간 동안 2주의 일을 빠른 속도로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 방송여건 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2주 동안 특집으로 폭풍처럼 방영하는 드라마였다면 또 어땠을까? 아니면 유럽에서 방송되었던 멀티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스파이럴>처럼 시청자가 장태산의 은신처를 찾는 일이나 장태산과 엮인 사건의 비밀을 밝히는 일에 온라인상으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독특한 드라마였다면 또 어땠을까?

물론 이렇게 드라마 외적인 부분들을 상상해 보며 투덜거릴 수 있는 까닭 역시 속 터져서 98%의 갈증만 주는 드라마에 비하면 <투윅스>가 겨우 2%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태산과 검사 박재경의 반격이 본격화되는 종반부에 이르면서 이 드라마는 그 2%의 아쉬움마저 조금씩 채워가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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