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 폐지 논란 딛고 장수하는 방법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MBC <아이돌 육상 풋살 양궁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는 역시 명절의 강자였다. <아육대>는 마치 막장 드라마 같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긴 녹화시간과 각종 논란 때문에 욕을 먹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인다. 막장 드라마처럼 욕을 하면서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메리트가 있다. 케이팝 스타, 혹은 케이팝 유망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아이돌들에게도 <아육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름이 덜 알려진 신인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각종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며 운동에 최적화된 일명 ‘체육돌’로 등극하면 분량이 확보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인 그룹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육대>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홍보의 장’이다. 기획사도 방송사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을 리 없다. 어느 정도는 공존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조금이라도 얼굴을 더 비추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승부욕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다친 상태에서도 ‘부상투혼’이라는 명목 하에 계속 열의를 다한다. 편집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그룹과 본인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다. 이미 정상급 아이돌에게도 이미지 개선의 순간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누구나 이 목표를 위해 지나친 경쟁 상황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올해 추석 <아육대>도 출연자들의 이런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폐지 논란’을 일으키게 만들지만, 여전히 <아육대>는 기획사와 방송사에게 좋은 아이템이다. 폐지는 방송국 윗선에서 결정될 일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폐지에 대한 담론보다는 어떻게 <아육대>를 긍정적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시청자와 기획사, 그리고 방송사가 모두 웃으려면 다음 명절 때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일까?

일단 이번 <아육대>에서 추가된 ‘풋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평소 아이돌들이 부상을 입는 이유는 장시간 녹화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는 탓도 있겠지만, 일상에서는 잘 도전하지 않는 생소한 종목을 하기 때문이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과열된 승부욕으로, 익숙하지 않은 종목을 겨루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번에 신설된 풋살 같이 익숙한 움직임으로 소화할 수 있는 종목을 늘리면 아이돌들의 부상 확률을 어느 정도 낮추고, 고른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100% 활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즉 스포츠보다는 레포츠의 느낌으로 가는 게 좋을 거라는 뜻이다.



편집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박진감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아이돌들을 이용해 무리하게 분량을 맞추려는 시도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 과열된 승부욕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눈길을 모을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이런 것 보다는 종목 자체에서 박진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방향을 택해 자연스러운 구조를 유도해야 한다. 다칠 위험성은 줄이고, 편집의 용이성도 늘릴 수 있는 선택이나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프로그램 내에서 좀 더 다양한 홍보 장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투혼’이라는 단어가 꼭 ‘홍보’와 동의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들도 아이돌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지, 홍보와 시청률을 우위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프로그램 자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예능적 요소를 더 가미하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구성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모든 걸 스포츠로 이야기하는 건 무리수다. 운동 선수가 아닌 사람들을 놓고 이렇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위험성을 불러왔을 수도 있다. 조금은 물러서서 관망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만들어내면 조금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육대>를 벗어나 생각해 보자면 <아육대>도 나쁘지 않지만 이들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이들의 직업은 가수다. 직업적인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예능이 생긴다면 명절 날 무료했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전히 음악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믿는다. 어쩌면 수많은 방송사들은 아이돌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파일럿 프로그램이 범람했던 이번 명절을 보내고 난 우리에겐 멀리 내다보는 시선이 아니라 ‘등잔 밑’을 보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번 추석 특집 <나가수>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빠를 것이다.

아이돌과 예능 프로그램은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짝꿍이다. 현실적인 목표를 함께 공유하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러니 좀 더 서로를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아육대>는 매번 수많은 폐지 요청에 시달린다. 물론 이 요청이 전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이들의 이유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도 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진 않으니까 말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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