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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윅스’ 왜 이토록 이준기의 승리를 염원할까
기사입력 :[ 2013-09-25 15:10 ]


‘투윅스’, 긴박한 탈주극 속에 숨은 생존의 윤리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드라마 찬(贊)△. 살인누명을 쓴 남자의 2주간의 탈주를 그린 MBC 16부작 드라마 <투윅스>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드라마는 1,2회 동안 주인공이 탈주에 나서는 과정을 담고, 3회부터 하루씩의 탈주행각을 한회에 담아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주인공이 누명을 벗고 자신을 죽이려는 힘의 실체에 맞서는 과정을 긴박감 있게 보여준다.

삼류 양아치로 살아가던 장태산(이준기)은 8년 만에 찾아온 인혜(박하선)로부터 자신에게 딸이 있으며, 그 딸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혈액검사 후 2주 뒤 골수이식을 해주기로 약속한 날, 장태산은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체포된다. 부산 조폭 출신의 사업가 문일석(조민기)은 정치인 조서희(김혜옥)와 나눈 은밀한 거래가 담긴 디지털카메라가 사라지자 유치장에 있는 장태산을 죽이려 하고, 장태산은 살아서 골수를 주기위해 탈주에 나선다. 문일석과 조서희의 모략에 아버지를 잃고 오랫동안 둘의 유착을 파헤치던 박검사(김소연)는 장태산을 뒤쫓다가 장태산이 누명을 쓴 것을 알게 되고, 장태산을 도와 문일석과 조서희의 유착관계를 밝혀낼 증거를 찾으려 한다.

<투윅스>는 살인과 도주와 추적이 등장하는 범죄액션물이자, 추악한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를 고발하는 사회극이자, 비루했던 한 남자의 성장을 담은 휴먼드라마이다.

◆ 최고의 연기력이 빛나는 범죄액션물

<투윅스>는 범죄액션물로서 상당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소현경 작가는 여성작가에 대한 세간의 편견이 무색할 정도로, 범죄와 수사 과정을 실감나게 풀어낸다. 특히 초반부에 탈주와 추격에 집중하면서 액션에 치중하던 드라마가 중반 이후 장태산과 박검사가 손을 잡고 펼치는 두뇌 플레이는 상당한 극적 재미를 부여한다. 드라마의 연출 역시 매우 뛰어나다. 액션을 포함한 긴박한 장면 연출이나 세련된 카메라 워크는 연출가의 역량을 보여준다.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준기는 물론이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김소연과 개성 있는 악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조민기, 김혜옥에, 아역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주체적인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이채미까지, 연기자들의 뛰어난 열연은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또한 제한된 기간 동안에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설정이 극의 긴박감을 더하는데, 이는 소현경 작가가 <49일>을 통해 갈고 닦았던 내공이 더 여물어진 결과이다.

<투윅스>가 보여주는 범죄의 전말은 그저 그런 조폭들끼리 벌이는 패권다툼이 아니다. 문일석은 조폭 출신으로 부동산 개발 등을 통해 돈을 모아 여신금융업을 하면서, 정유회사를 인수하여 재벌이 되려한다. 조서희는 변호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으로, 청렴한데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이나 정책에 발로 뛰는 정치인으로 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조서희는 문일석에게 부동산 개발정보를 주고 이익을 나눠먹는가 하면, 문일석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법적 처벌이 내려지지 못하도록 바람막이를 해주며 공생하는 관계이다. 조서희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는데, 그에게는 권력을 잡고 싶은 욕망도 없다. 그가 서울시장 후보직을 수락하는 이유는 순전히 2천 억 원이나 되는 불법자금을 성공적으로 빼돌려, 외국에 나가 살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 돈을 긁어모아 그 돈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나쁜 정치인들에 대한 묘사는 많았다. 그러나 큰돈을 모으기 위해 주요 공직 자리를 잠깐 이용하려는 나쁜 정치인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었다. 이는 확실히 ‘국가를 수익창출의 모델로 삼는다’는 말이 유행하였던 지난 정권을 겪으면서 공유하게 된 인식의 변화이다.

드라마는 두 악역에 대한 인물 묘사를 생생히 살려서, 문일석과 조서희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증스러우면서도 묘한 울림을 갖게 만든다. 문일석이 장태산에게 “자기 것 지키는 독기도 없는 놈”이라며, “네가 무서웠던 것도 네 마음이 약해서였고, 내 협박에 도망치지 못했던 것도 네 용기가 없어서 였어”라고 말하거나, 조서희가 박검사에게 “네 아버지가 나한테 당하고 넋 놓고 있다 죽은 것이 내 탓이냐, 그런 식이라면 나는 열두 번도 더 죽었다”고 말할 때,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고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 그들의 잔혹함에 치가 떨리면서도, 약육강식의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여 사회적 악을 개인의 무능 탓으로 돌리는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의 일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한다. 문일석과 조서희 같은 자본-권력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한 자아’로 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 사랑을 통해 얻게 되는 삶의 의지

‘강한 자아’로 무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과 같은 공격욕을 갖춰야 할까. 그렇지 않다. 장태산은 문일석이 일갈했듯이 “야망도 독기도 없이, 오늘 죽어도 좋고 내일 죽어도 좋다”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가 무기력하게 살아온 이유는 아무런 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혼모였던 엄마가 자살한 후 보육원에서 자란 장태산은 평생 누구로부터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채 살다가,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 준 인혜마저 문일석의 협박에 못 이겨 스스로 버렸다. 그는 그것이 인혜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인혜도 지키지 못하고 자기 삶도 지키지 못하는 길이었다. 그는 이후 자기 삶을 방기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윤리의 기초이다. 가령 효도도 자신의 삶을 사랑해야 이렇게 소중한 나를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할 수 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도 자신의 삶을 사랑해야 나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다른 이들의 삶을 존중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증오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어떠한 윤리적 가치도 세울 수가 없다. 그런데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마음 역시 사회적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장태산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자신에게 생명을 의지하는 딸에 의해 강력한 삶의 가치와 의지를 부여받는다. 그는 자신이 살아야 할 확고한 당위와 절박한 의지를 얻었기 때문에, 그 맹렬한 의지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능력을 발휘한다. 그는 초인적인 힘으로 탈주를 이어나가고, 간절함으로 인해 자기 무의식이 빚어낸 딸의 환영이 이끄는 데로 탁월한 기지와 통찰과 대범함을 발휘한다. 그는 드라마의 초반에 보았던 장태산이 아니다. 눈빛이 영글고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아버지가 됨으로써 비로소 자기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받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문일석과 조서희로 대표되는 자본-권력에 삶을 잠식당하지 않는 ‘강한 자아’를 갖는 길이다.

드라마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장태산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의 공격은 그토록 강력해 보이던 지배 권력의 동맹에 틈을 내는 것이다. 강자인 두 사람의 동맹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듯이 보였지만, 이권과 탐욕으로 뭉친 그들이 분열하는 순간 서로의 강함은 서로를 무너뜨리는 힘이 될 것이다. <투윅스>는 “뭘 시켜도 찍소리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던” 장태산이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의 사랑을 원하는 존재로 인하여 주체로 거듭나서, 자본-권력을 분열시키고 자신의 소중한 삶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삶을 사랑하라, 그리고 그 힘으로 끝까지 싸워라.’ 이것이 바로 험악한 신자유주의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생존의 윤리가 아닐까.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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