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문소리가 보여준 토크MC의 가능성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이번주 SBS 월화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는 꽤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는 최근 침체를 면치 못하는 SBS답게 두 프로그램 모두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소리가 출연한 <힐링캠프>가 월요병과 명절연휴 뒤의 묵은 피로를 날려줄 만큼 시원했다면 <화신>은 지루하고 불안한 화요일 밤을 만들어주었다.

진행자 교체 등등으로 다소 어수선했던 <힐링캠프>가 유독 활기찼던 까닭의 팔할은 여배우 문소리의 힘이었다. 사실 그 동안 영화 속 그녀 이미지가 <오아시스>나 <바람난 가족>에서마냥 범접하기 힘든 강한 분위기로 점철된 건 아니었다. <가족의 탄생>이나 <하하하> 같은 작은 영화에서 그녀는 문소리만의 사랑스럽고 코믹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다만 아직 많은 대중들이 그 진면목을 몰랐을 따름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힐링캠프>는 문소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준 방송이 아니었나 싶다.

<힐링캠프>의 문소리가 빛났던 건 비단 사람들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그녀의 논리적이면서 유쾌한 입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털어놓은 과거의 연애사나 장준환 감독과의 연애담에는 다른 배우들이 토크 프로그램에서 흔히 취하던 포장의 포즈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가식적인 겸손과 자기 비하의 눈물이 없는 건강하고 솔직한 태도는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또한 혼자만의 독무대가 아닌 MC들을 자신의 이야기에 참여하도록 끌어들이는 능력 역시 능숙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주 <힐링캠프>는 한편의 <문소리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반면 화요일의 <화신>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우울했다. 두 번째 생방으로 진행된 <화신>은 그 부제인 뜨거운 감자라기보다 횟집의 도마가 어울렸다. 제작진은 생방 특유의 싱싱함을 기대했겠지만 방송에 비친 건 생방이란 칼날 앞에 잔뜩 긴장한 패널들과 MC들의 모습이었다. 더구나 생방에서 다룰 만큼 뭐 그리 대단한 주제의 토크쇼도 아니었다.



화를 참는 것과 터트리는 것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침마당>의 MC 이금희와 패널로 출연하는 연극배우 윤문식이 훨씬 더 재미있게 풀어갈 이야기지 밤 11시에는 졸음이 오는 주제였다. 방사능에 오염된 생선이란 주제를 <백분토론>도 아니고 예능에서 이야기해 봤자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가 나올까? 다들 알다시피 <백분토론>에서는 부조리한 시사 예능의 달인인 교수님이나 정치인들이 너무나 당당한 생방의 헛소리로 우리를 허탈하게 웃겨준다. 그에 반해 <화신>에서의 패널들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후폭풍이 날아올까 두려워 패널들이나 MC들이나 모두 방사능 생선 주제가 빨리 지나가를 바라는 눈치였다. 결국 생방으로 진행된 <화신>은 재미에 교양에 신선한 방송 분위기까지 잡고 싶었을지 모르나 그 어떤 것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매일 매일 살 떨리는 생방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까지 생방에 벌벌 떠는 모습을 봐야하는지 그것조차 의문이다. 사실 <화신>은 생방 진행 이전에도 어딘가 불안하고 삐걱거리는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시청률은 초반부터 썩 좋지 않았고 제작진은 숨 가쁘게 콘셉트를 바꿔오곤 했다. 김구라의 투입도 그런 의도에서 진행되었겠으나 신동엽과 김희선과 김구라의 조합은 썩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놀러와> 같은 편안함도 <라디오스타> 같은 유머감각도 없는 토크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었다.

현재 신동엽은 <화신>보다 타방송국의 <안녕하세요>나 <마녀사냥>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희선은 방송 초중반 <화신>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지만 김구라의 투입 이후로는 점점 방송에 재미를 잃어가는 표정이 역력하다. 김구라 역시 <화신>이 갖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와 충돌하면서 <라디오스타>나 <썰전>에서와는 달리 어딘지 진상 부리는 부장님 같은 느낌으로 비춰질 때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리저리 바꿔 봐도 <화신>이 낡은 토크쇼라는 정체성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다. 결국 두 차례 생방 이후 <화신>은 곧바로 폐지 절차를 밟게 된 모양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토크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 방송을 떠나서 내가 모르는 낯선 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꽤 흥미롭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그 ‘토크’의 수준을 좀 더 진솔하고 흔치않고 공감할 법한 것들로 끌어올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화신> 폐지 이후 SBS 제작진은 <문소리쇼>에 한번 관심을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힐링캠프>에서 보여준 문소리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녀는 어떤 패널 앞에서도 당당하고 또 어떤 패널과도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