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 아이돌의 명과 암, 확실한 성공전략은?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정말 따르는 수식어도 많다. 짐승돌, 보컬돌, 군무돌, 송라이팅돌 등등. 이른바 ‘콘셉돌’ 들의 전성시대다. 언론 자료에 힘을 실어주는 건 역시 기억에 남을 만한 단어나 이미지 하나다. 대중들의 시선을 한 번 더 잡아 끌 수 있는 힘은 다른 아이돌들에게는 없는 특이한 점 하나에서 나온다. 그게 바로 성공적인 콘셉트다. 과거 콘셉트의 여왕이라 불렸던 이정현이 정상에 오른 이후, 아이돌 시대가 개막되기 전까지 딱히 콘셉트에 집착하는 경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콘셉트 하나에 살고 죽는다. 콘셉트에 땀을 흘려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콘셉돌들이 모두 흥하고 있는 건 아니다. 뜨고 지기도 하며, 민망함만 남긴 채 사라지기도 한다. 지나치게 콘셉트에 의존한 나머지 오점을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차별화에 성공하며 음원 차트에 진입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기획의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잘되는 게 좋은 법,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콘셉돌 흥망성쇠의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물론 필자는 기획자가 아니기 때문에 답을 제시하려는 건 아니다. 필자 역시 대중의 눈에서 바라본 이야기라는 점을 참고해주길 바란다.

◆ 뚝심의 미학

콘셉트는 누가 뭐래도 뚝심의 미학이 작용하는 분야다. 꾸준한 이미지 노출이 도움이 되며, 반복적인 학습 효과가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인효과가 생명인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확실한 전략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대중들은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공고하게 구축된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될 때, 이 이미지가 변함없이 대중들에게 인상을 남길 때 스타덤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크레용팝이 부인하기 힘든 대표적 케이스다. 특히 크레용팝은 콘셉돌들에게 꾸준한 노력이 답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사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던 크레용팝이 처음부터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발로 뛰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들의 콘셉트를 버리지 않으려 노력했고, 특히 음악과 안무가 콘셉트와 맞아 떨어지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 결국은 차트 역주행이라는 기현상을 낳으며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크레용팝은 중간에 콘셉트를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고, 혹은 다른 이미지를 찾기 위해 애를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본인들이 익숙하고 잘하는 방향에 매달렸다. 많은 기획사들이 오해하고 있는 건 콘셉트 변화를 ‘변신’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잦은 콘셉트 변경은 ‘변신’ 보다 소위 안 먹히니까 먹히는 걸 찾는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래서 조금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업의 목표는 단기간 내에 상업적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음악이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콘셉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점진적인 포물선의 미학

포물선은 꼭 투포환을 던지거나 포를 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아티스트와 대중들의 간극을 좁힐 때도 성급한 움직임 보단 여유로운 포물선이 있어야 한다. 사실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쏟아내지 말라는 말을 한다. 느리게 간극을 좁혀가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콘셉트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속도전을 벌이는 콘셉트는 빠르게 지겨워지기 쉽다.

미니돌로 콘셉트를 잡았던 ‘타이니지’가 괜찮은 모델이 될 것 같다. 아직 더 분발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콘셉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섹시 콘셉트가 난무하는 이 업계에서 과감하게 귀여운 이미지를 들고 나왔다. 그것도 그냥 귀여운 게 아니라 정말 캐릭터 같이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에 매몰되진 않았다. 멤버들도 ‘미니마니모’가 발표된 이후 8개월 동안 성숙의 시간을 거쳤고 콘셉트의 개선점을 느꼈다.

그래서 약간은 성숙해진 이미지를 드러내며 약간의 성장을 시도했다. 다만 속도전을 말하진 않는다. 최대한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콘셉트를 바꿨다. 이 정도면 귀여움과 성숙미 사이의 간극을 잘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멤버 도희가 <응답하라 1994>로 드라마 외유권까지 따낸 상태다. 과감한 드라이브를 펼치고 싶은 건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조금 천천히 가며 여유를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 정체성과 깊이를 챙겨라

정체성과 깊이는 너무나 당연한 조건이다. 수박 겉핥기 보단 진지한 한 방이 더 나은 법이다. 사소한 요소들을 챙겨 깊이를 만드는 게 대중들에게는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최근 뉴이스트와 히스토리 같은 팀들이 줄지어 컴백을 선언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두 팀 모두 콘셉트가 존재하는 앨범이었고, 데뷔 때부터 다양한 시도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온 아티스트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만큼 깊이를 가지지 못했고, 익숙한 정체성도 형성하지 못했다. 가수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그 가수를 떠올릴 때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가 명확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함을 만들어 내는 힘은 무게 중심에서 나온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게 하나는 명확하게 만들어 놔야 그걸 중심으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내는 건 가수 본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러니 더욱 정체성과 깊이에 매달려야 한다.

콘셉돌에게 있어 경쟁적인 풍토는 어쩌면 당연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있다고 해도 가벼운 기획과 콘셉트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대중들은 늘 콘텐츠의 가능성에 배팅한다. 이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에 더욱 충실하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지난주와 이번 주 음원 차트를 보면 깨달음이 올 것이다. 콘셉돌들도 마찬가지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크롬 엔터테인먼트, 지앤지 프로덕션, 플레디스]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