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2013년 <트라이앵글>에 대한 한줄 감상평을 말하자면, ‘꿈과 현실의 외로운 술래잡기 놀이가 마냥 외롭지 않다고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놀이에 참여하는 이는 세 명. ‘현실’이 ‘꿈’을 잡으면, 다시 ‘꿈’이 ‘현실’을 잡는 독한 술래잡기 놀이에 숨통을 틔어주는 이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마음이’다. ‘마음이’는 말한다. “넘어져도 좋아. 다시 걸으면 돼.” 라고.

2010년 초연된 뮤지컬 <트라이앵글>(연출 손지은, 음악감독 신은경)은 우연히 한 집에서 살게 된 세 남녀의 좌충우돌 꿈과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스토커 영이(최우리·백은혜)를 피해 작가 도연(김종구·정문성·이규형)의 집에 숨어든 락커 경민(김대종·장우수), 그런 경민을 따라 도연의 집에 눌러앉은 영이, 이렇게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한 집에 살게 된다.

초연과 달리 만화적인 색채, 시트콤 적인 분위기를 깔끔히 걷어내고 세 명의 청춘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스토커 ‘영이’의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진 점. 스토커는 물론 폭식을 일삼는 ‘영이’가 단순히 엽기녀가 아닌, 왜 그렇게 외로웠는지, 극중 차지하는 역할은 뭔지가 확실히 감지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사랑의 숨바꼭질 상대인 경민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영이(최우리)의 공허한 눈빛과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치즈에 집착하던 모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 불안해 하는 청춘들이다. 지망생이 아닌 진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도연’, 록 스타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가수 지망생인 ‘경민’,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른 채 그저 경민을 스토커 하는 ‘영이’가 바로 그러하다. 작품은 쉽사리 꿈을 이루고 행복을 되찾는 지름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돌고 돌아오는 우회로를 선택한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용기와 위로를 주는 뮤지컬이다.



<트라이앵글>이란 제목은 삼각관계로 읽혀지기도 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도형인 삼각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 명의 청춘들은 홀로 있을 땐 그 누구보다 불안해보이지만, 세 명이 함께할 땐 각자 상처를 알게 돼 그걸 인정하고 자신의 꿈에 천천히 한 발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뜨거운 꿈과 차가운 현실 모두를 둘러싼 채 뿌리 내린 삼각형 세 꼭지점엔 도연과 경민 영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철학에서도 정-반-합의 변증법적 삼단논리가 반복되다 보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재 공연에선 이 점이 확실히 눈에 들어와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일본이 주목하는 젊은 극작가 호라이 류타가 쓴 <트라이앵글>은 1974년 < Show girl> 이라는 제목으로 초연 이후 14년 동안 일본에서 공연된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더 낵(The Knack)의 ‘My sharona’ 더 버글스(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에릭 카멘(Eric Carmen)의 ‘All by Myself' 등 1970년대부터 1980년대 활동했던 팝 가수들의 히트곡으로 채워졌다.

익숙한 곡들이 배우들의 호흡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소극장에서 울려퍼지자 왠지 모를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이게 숨은 매력이다. 또한 세 남녀의 가벼운 동거 스캔들로 알고 갔다가 호기심과 재미 이상의 순도 100% 청춘 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점이 히든카드다. 내년 1월 5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이다 엔터테인먼트,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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